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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더 추워지는 한국 경제 … 성장 잠재력, 금융위기 때보다 낮다

중앙일보 2012.10.08 00:52 경제 4면 지면보기
한국 경제의 ‘저성장 경고등’이 본격적으로 켜졌다. 차기 정부 상당 기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대로 추락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7일 발표한 ‘2013년 및 중기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다. 2012~2016년까지 잠재성장률이 연평균 3.7%로 추정됐다.


“연평균 잠재성장률 3.7%”
예산정책처 2012~2016년 전망
대선 앞두고 성장 담론 실종
정치권은 경제민주화에만 관심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의 4년간(2004~2007년) 잠재성장률 4.4%보다 0.7%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금융위기 국면을 포함한 최근 4년간(2007~2011년) 연평균 잠재성장률 3.9%에 비해서도 낮다. 잠재성장률이란 물가 불안을 야기하지 않고 한 나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최대치를 말한다.



 신후식 예산정책처 거시경제분석과장은 “투자의 성장 기여도가 하락한 것이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주요 원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건설 투자의 부진으로 성장의 기초 체력이 부실해진다는 얘기다. 투자에 더해 소비 부진과 고용 약화도 잠재성장률 약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물론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뛰어넘을 순 있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금융위기 직전 4년간 경제는 실제로 연평균 4.7% 성장해 잠재성장률(4.4%)을 앞질렀다. 그러나 앞으로 5년간 실제 성장률(3.5%)은 잠재성장률(3.7%)을 밑돌 것으로 추정했다.





 이 와중에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경제민주화’에 쏠려 있다. 성장 담론은 사라졌거나, 있더라도 울림이 크지 않다. 바야흐로 ‘성장 홀대 시대’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웠던 ‘747 공약(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세계 7위 경제국)’의 반작용일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이 앞다퉈 주장하는 복지 확대나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해서도 성장은 필요하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도 경제가 계속 성장해야 한다”며 “성장을 못 하면 결국 기업 이익도 줄어들고 정부 세수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성장잠재력’은 어느 정도일까. 주요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초반 7%대에서 2000년대 들어 4%대로 하락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8년 연구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91~95년 연평균 7.5%에서 2001~2005년 4.5%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잠재성장률이 4.3% 내외로 더 떨어졌다는 게 KDI의 지난해 5월 분석이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노동 공급 둔화 ▶투자 부진 ▶생산성 증가 지체가 이유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70년대 3.1%였던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은 지난해 1.0%까지 떨어졌다. 90년대 후반 이후 여가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주 40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근로시간 자체도 줄었다. 월평균 근로시간이 95년 207시간에서 지난해 176시간까지 하락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안전선호 경향이 강해지면서 투자 성향도 ‘안전 모드’로 바뀌었다. 70년대 18.3%였던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해엔 3.7%에 불과했다. 노동과 자본 투입 증가율이 예전만 못한 가운데 생산성도 지지부진하다. 제조업 생산성 증가는 둔화됐고, 진입 규제 탓에 서비스업 생산성은 낮은 수준에서 ‘저공비행’ 중이다.



 실제 성장률에 대해서도 예산정책처는 신중론을 펼쳤다. 2012~2016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3.5%로 예측했다. 연도별로는 올해 2.5%를 바닥으로 2013년 3.5%와 2014년 4.3%를 기록한 뒤 2015년(3.9%)과 2016년(3.4%) 다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최근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수치와 차이가 난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 3.3%를 수정하지 않았고, 내년엔 4.0%를 기록한 뒤 2014~2016년엔 4% 초중반대의 견실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도 5일 국감 답변에서 현재 경제 상황과 관련해 “‘상저중저하고(上低中低下高)’가 되지 않을까 보면서 기대보다 회복세가 가파르진 않을 것 같다고 했는데 그 예측은 아직 유효하리라 본다”며 “4분기는 3분기보다 좀 낫고, 내년은 올해보다 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장관은 지난 3분기에 경기가 바닥을 찍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두 차례에 걸친 정부의 재정투자 보강 대책이 4분기부터 효과가 날 것이라 전제에서다.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은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면서 생기는 보편적인 현상이긴 하다. KDI는 잠재성장률이 2030년대 1%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2010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복지 수요와 통일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개방화·효율화와 사회적 자본 확충 등을 통해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려는 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개방 확대도 그 일환이다. 국책 연구기관 합동연구에 따르면 한·미 FTA와 한·유럽연합(EU) FTA로 향후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각각 0.6%와 0.56%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억원 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해 중·장기 성장률이 구조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에 대비해 서비스산업 선진화, 녹색산업 육성, 기업환경 개선 등과 함께 출산율을 높이고 청년·여성·노인 등 취약계층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정책처는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세제 개혁이나 세원 발굴을 통해 기업과 가계의 세금 부담을 줄여 경제 효율성을 높이고 둘째, 생산 인구의 감소를 완충하기 위해 출산·양육 복지지출을 늘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여야 하며 셋째, 정보기술(IT) 수출 중심의 불균형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내수와 관련된 제조업·서비스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라는 주문이다.



 주영진 국회예산정책처장은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 조짐, 중국 경제의 둔화 및 미국의 더딘 경기 회복과 함께 내수 약화 등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점에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재원 배분 정책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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