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원성진 9단, 생애 첫 세계 제패

중앙일보 2012.10.08 00:00 종합 34면 지면보기
<결승 3국> ○·구리 9단 ●·원성진 9단



제13보(175~189)=명맥이 거의 끊기려 하는 시점인데도 다시 한번 허리를 굽힌 백△는 생명 연장책에 불과했다. 결국 그 수가 마지막 패착이 됐다. 흑이 최후의 승부처라 할 중앙마저 선점하자 갑자기 마무리가 빨라졌다. 아마도 구리 9단이 패배를 인정한 탓일 게다. 178로 하나 젖히고 180 막았을 때 구리는 잠시 망설인다. 바둑은 졌다. 최후의 승부를 걸어본다면 ‘참고도’ 백1로 차단해 5로 패를 거는 것. 그러나 안 된다. 이 패가 국면을 뒤집을 만한 천지대패인 것은 사실이지만 백엔 팻감이 없다(흑은 백A의 한 패는 받아준다. B의 팻감이 있기 때문이다).



 구리는 눈물을 머금고 182 후퇴해 184까지 최선을 다해 중앙을 지웠지만 187로 한 점을 잡히고 189의 끝내기를 당해 백의 패배는 더욱 확연해졌다. 바둑은 235수까지 이어지더니 구리가 결국 돌을 거뒀다. 검토실의 한국 진영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우르르 대국실로 몰려들었다. 두 기사는 뜨거운 승부를 겨룬 사람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분히 복기를 진행했다. 여러 번 우승한 구리는 그럴 수 있겠지만 온갖 설움(?) 끝에 생애 첫 세계 챔프가 된 원성진의 침착한 모습은 새삼 놀라웠다. 승부사로 산다는 것, 거기서 정상에 선다는 것은 이런 것인가.



 주목할 만한 한 가지가 있다. 남들이 내리막을 걷기 시작하는 나이(27세)에 원성진은 정상에 올랐다. 그게 다른 천재들과 원성진의 차이점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