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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복지재원, 탈세부터 막아야

중앙일보 2012.10.08 00:00 종합 37면 지면보기
김유찬
홍익대 경영대 교수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
재정은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러나 양극화·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해서는 향후 막대한 재정지출이 예상돼 우리나라가 건전한 재정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될 재정 소요를 향후 어떻게 충당해 나갈 것인가? 사실 그 답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 것이다. 다만 누구에게서 어떻게 더 걷어야 하는가의 문제는 사회적 토론이 필요한 과제다.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 방안인 세율인상은 세금부담의 불평등이란 문제를 야기한다. 세율인상 부담은 성실집단에 집중된다. 대부분의 세금을 탈세하고 있는 불성실 납세자가 세율이 올랐다고 더욱 성실하게 신고할 것이라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세율인상에 앞서 지하경제를 과세권으로 편입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마땅히 그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최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하경제의 과세권 편입은 어떻게 이뤄야 하는가? 이 분야에서 이룬 괄목할 만한 성과는 그간 주로 세금계산서·신용카드·현금영수증·전자계산서 등의 과세 인프라 강화를 통해 성취됐다. 이를 통해 가능해진 세원 양성화 효과는 적지 않으며 과소평가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사회적으로 볼 때 기왕의 인프라로 진척될 수 있는 세원 양성화는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과세인프라는 여러 경제주체 중에 주로 소비자들의 협조에 의존하는 성격이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는 소비자를 상대로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소규모사업자들의 과세소득 누락에 대해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산가들의 보다 전문적인, 그러기에 더 악의적인 탈세행위에 대해 기존의 과세인프라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세에 포착되지 않는 이들의 거래는 주로 음성 현금경제, 차명거래·차명자산, 불법소득, 역외 탈세 등인데 이들의 양성화는 추가적인 수단을 필요로 한다. 바로 금융거래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다.



 과세당국의 금융정보 접근을 막는 가장 큰 장애는 금융비밀보장 규정이다. 현재의 금융실명법은 1993년 개정 당시 혁명으로까지 비유되던 실명화를 이루기 위해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과도한 비밀보장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 더구나 절대적 금융비밀주의를 철폐하는 것이 국제적 추세다. 다만 일거에 금융정보 접근을 크게 확대하는 것은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어서 그 수준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금융정보는 정부의 다른 부처에서 다른 정책 목표를 위해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것도 있다. 그러기에 그 정보를 과세당국과 공유하면 비교적 용이하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제출되는 고액현금거래보고(CTR)·혐의거래보고(STR) 등의 자금세탁 관련 금융자료들이 그런 것이다. 특히 자금세탁 관련 금융보고를 과세당국이 공유하는 것은 자금세탁행위의 전제범죄로서 탈세가 열거돼 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다른 범죄에도 탈세가 수반되므로 그 정책목표에도 반하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외국의 국세청 중 이러한 금융자료에 제한 없이 접근하는 나라들도 적지 않다. CTR과 STR 정보를 허용하지 않고 국세청에 음성현금경제나 불법소득을 포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총 없이 전장에 나가라는 것에 다름없다.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는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그 기관에 중요한 정보가 집중되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국세청의 정치적 행태나 정보 보안에 대한 통제와는 별도로 자산가들의 비시민적 행태에 대한 제어수단이 국세청에 부여돼야 마땅하다.



김유찬 홍익대 경영대 교수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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