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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 개선프로그램 만들어 식습관 바로잡고 비용 절감

중앙일보 2012.10.05 03:33 9면
학생 스스로 환경사랑을 실천하도록 유도해 음식쓰레기를 크게 줄인 학교가 있어 화제다. 음식쓰레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한 것은 물론 학교 차원에서는 음식물처리비용을 절약했고 학생들은 올바른 식생활을 습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1석3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줄여 환경부 장관상 탄 천안 봉명초



4일 천안 봉명초등학교 급식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학생들이 줄지어 음식이 담긴 식판을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이날 식단은 흑미밥·떡국·갈비구이·가지볶음·총각김치. 친구들과 식사하는 모습은 여느 학교와 다를 게 없지만 대화내용을 보면 특별함이 있다. “가지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 물렁물렁하고 맘에 안 들어. 버리고 싶다.” 유독 가지볶음 반찬을 먹기 싫어하는 친구를 본 같은 반 아이들이 저마다 조언을 쏟아냈다. “선생님이 가지를 먹으면 피도 잘 통하고 암세포도 죽인다고 했어” “젤리나 ‘마이쮸’라고 생각하고 먹어봐” “깍두기랑 같이 먹어봐. 먹을만해” “음식물 남기면 지구가 오염된대” 친구들의 말을 듣고 마지 못해 먹는 모습에 친구들과 담임교사의 칭찬이 이어졌다.



조성은(3년)양은 1년 전만해도 음식 가림이 심한 편이었다. 가지와 호박 등 채소 위주의 반찬은 입도 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친구들의 권유와 칭찬에 모든 음식을 골고루 먹게 됐고 이제는 편식을 하는 다른 친구에게 조언을 하는 도우미가 됐다.



천안 봉명초가 2010년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방법의 프로그램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편식이 심한 학생 주위에 음식을 잘 먹는 친구들을 앉게 하는 ‘편식 개선프로그램’은 음식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선택식단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봉명초 급식실은 매월 한 차례 김치볶음밥과 야채볶음밥, 짜장밥과 카레밥, 볶음우동면과 볶음짜장면, 크림스파케티와 토마토스파케티 등 두 종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특식을 제공한다. 학생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하도록 해 학생뿐만 아니라 교직원에게도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고 있다. 또 매주 수요일을 ‘급식 다 먹는 날’로 정해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음식을 남기지 않은 학생(오른쪽) 이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이 학교는 음식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스티커를 지급, 가장 많이 모은 반에게는 특별간식과 함께 학교장이 ‘급식우수학급 표창장’을 수여한다. 이밖에 매월 영양소식지를 각 가정에 배부하고 홈페이지에 공지해 학부모와 연계한 영양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매달 배출되는 쓰레기양과 처리비용을 게시판에 붙여 학생들이 현황을 보며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프로그램이 정착하면서 음식쓰레기 발생량은 자연스럽게 줄었다. 2009년 월평균 1012㎏에 달하던 배출량이 프로그램 운영 첫 해인 2010년 920㎏, 2011년 850㎏, 올해 들어서는 805㎏으로 떨어졌다. 첫 해에 비해 월평균 200㎏ 넘게 감소하면서 음식물 처리비용도 그만큼 절약하는 성과를 올렸다. 여기에 올해 한국폐기물협회가 주최한 음식쓰레기 줄이기 우수실천 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 학교로 뽑혀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영예까지 안게 됐다. 봉명초는 매년 절약한 음식물 처리비용을 다시 학생들을 위해 질 높은 식재료를 구입하거나 간식을 사는데 사용하고 있다.



학부모 오숙희(36)씨는 “아이가 1학년 때만해도 집에서조차 채소류를 요리해주면 먹지 않아 항상 고민이었는데 2년이 지난 지금은 편식 없이 급식을 잘 먹는다”며 “지금은 아이가 집에 와서도 싫어했던 반찬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등 학교의 노력이 아이의 음식 습관을 바꾸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남궁선 영양 교사는 “처음에는 학생들이 음식물을 남기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는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이후로는 학생 간 경쟁의식도 키우고 편식도 고쳐 나가면서 지금은 음식물을 남기지 않아야겠다는 의식이 크게 향상됐다”며 “남긴 음식물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처리비용도 많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 환경사랑을 실천하는 학생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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