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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스타] 한자 준사범 최연소 합격한 용화초 이준해군

중앙일보 2012.10.05 03:33 4면
아산 용화초등학교 4학년 이준해(11·사진)군이 지난달 25일에 시행한 제56회 대한민국 한자급수 자격검정시험에서 준사범 과정 최연소 합격이라는 영광을 안아 화제가 되고 있다. 대한 검정회 한자급수자격검정이 실시된 이래 준사범 자격증을 딴 초등학생은 단 두 명. 준사범 과정은 최상위 등급인 사범과정의 바로 아래 단계로 선정 한자 5000자를 모두 습득해야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특히 150문항 중 105문항 이상을 맞혀야 하는 엄격한 합격기준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군의 합격 소식은 더욱 놀라울 뿐이다.


“한자 뜻 아는 만큼 크게 생각하는 사람 되고 싶어요”

“한자는 모두 흥미로운데, 중국역사와 함께 공부할 수 있어 더 재미있어요. 3자성어(三字成語)는 외우기 쉽고요, 계찰괘검(季札掛劍)과 같은 고사(故事)에 유래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부하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아요.”



이군은 책상 위에 계몽·동몽선습·격몽요결·효경·사략(중국역사)을 순서대로 펼쳐 놓았다. 다음 단계인 사범 과정을 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평소에 자주 읽어 보기 위해서다.



이군을 지도한 아산 성균관학당의 송경옥 원장은 “준해는 이 책들 속에 나오는 한자는 모두 읽을 수 있다. 기본 문법도 터득했기에 해석하는데도 어려움은 없다”며 “다만 책 읽듯이 줄줄 읽으며 문장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반듯하고 정해진 대로 활동을 하는 아이라 끈기와 지구력이 대단하다.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한 약속은 끝까지 지켜가며 흔들림 없이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칭찬했다.



이군은 6살 때 외할아버지에게 처음으로 한자를 배웠다. 쉬운 한자부터 하나씩 익히며 외할아버지와 한자 알아맞히기를 하며 한자에 흥미를 느끼게 된 후, 꾸준히 한자를 공부해 왔다. 유난히 한자 습득이 빠른 이군은 영어단어 외우는 일도 한자를 배우면서 훨씬 더 쉬워졌다고 한다.



이군이 5000자의 한자와 27가지 유형을 통과해야 하는 시험에서 이같이 좋은 결과를 얻기까지는 집중력과 성실한 태도가 큰 몫을 차지했다. 이군은 평소에도 한자공부를 할 때면 딴전을 피우지 않고 오로지 책만 파고든다. 획수가 많은 한자는 몇 번이고 써보아야 직성이 풀린다고 한다. 공부해야 할 분량을 정하고 나면 끝까지 공부를 한 후에야 고개를 든다고 하니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글공부에 전념하던 옛날 선비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박성근 담임교사는 “또래 친구들보다 키가 작은데 운동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린다. 매사에 모든 행동이 모범생이지만 내성적이지 않고 밝은데다 수업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어른들이 쓰는 한자어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구사하는 걸 보며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군은 한자가 어렵고 딱딱한 공부가 아니라 놀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한자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길을 걷다가도 한자 간판을 보면 모두 읽어봐요. 낱말 뜻도 이해하기 쉬워졌어요. 사자소학(四字小學)을 공부하다 보면 부모님께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며, 우애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와요. 친구 사귀는 방법도 한자를 통해 알게 됐어요.”



국어도 재미있지만 분명한 답이 나오는 수학을 더 좋아한다는 이군은 “시험은 싫지만 배우는 건 모두 재미있다. 한자의 뜻을 아는 만큼 크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눈동자를 빛냈다.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 계찰괘검(季札掛劍)= 계찰이 칼을 주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죽었음에도 그의 묘에 그 칼을 걸어놓고 왔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로 신의(信義)를 중히 여김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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