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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연금 받는 연령 늦추면 정년도 늘려야

중앙일보 2012.10.05 00:42 경제 10면 지면보기
김동엽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 본부장
‘몇 살부터 노인이라고 불러야 할까’.



 사회·경제 관련 각종 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자를 노인으로 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통계를 작성하기 위한 기준일 뿐이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노인의 기준은 이보다는 훨씬 나이가 많다.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 열 명 중 일곱 명(68.3%)은 최소 70세는 넘어야 노인이라고 생각한다. 65세 이상 고령자 중에는 83.7%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보건과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일흔이 넘어서도 건강하게 활동하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평균 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병치레 기간을 뺀 ‘건강수명’을 정기적으로 발표하는데, 한국인의 경우 건강수명은 71.3세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노인 기준 연령을 높여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사회통념상 노인 기준을 높이는 것에 대해서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실제 노인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이 자신을 노인으로 부르는 것을 달갑게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노인 기준 연령이 높아지면서 각종 연금의 개시 연령도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현재 공적연금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의 개시 연령은 60세로 돼 있다. 하지만 2013년 61세를 시작으로 매 5년마다 1년씩 연금 개시연령을 뒤로 늦춰 2033년부터는 65세부터 연금을 받도록 하고 있다. 현재 한국 직장인의 평균 정년이 55세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정년 퇴직한 다음 국민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 가까운 소득 공백기, 소위 소득 ‘크레바스’가 생긴다는 얘기다. 따라서 기업의 정년은 그대로 둔 채 연금 개시연령만 뒤로 미루면 소득 크레바스 기간은 훨씬 길어져야 한다.



 따라서 연금 개시연령과 기업 정년제도는 함께 움직여야 한다. 2010년 프랑스가 연금 개시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2년간 미루는 연금개혁을 단행하면서, 동시에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늦춘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적 연금의 수령시기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



 현재 주택연금은 부부 두 사람이 모두 60세가 넘어야 신청자격이 생기고, 농지연금은 부부 둘 다 65세가 넘어야 가입할 수 있는데 이를 보다 낮출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부부 중 나이가 어린 사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주택이나 농지 보유자를 기준으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금융회사도 소득 크레바스를 메울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최근 한 보험회사에서 정년 퇴직 후 소득 크레바스 기간 동안은 집중적으로 연금을 많이 지급하다가 국민연금을 받은 다음부터는 연금 지급액을 줄이는 금융상품을 내놓은 것이 좋은 사례다. 노인 기준 연령을 높이기 전에 소득 크레바스를 어떤 식으로 메울 수 있을지부터 고민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김동엽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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