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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라인서 10의 64승 종류 생산” … BMW 비결은 유연성

중앙일보 2012.10.05 00:17 경제 3면 지면보기
독일 뮌헨에서 동쪽으로 100㎞ 떨어진 BMW 딘골핑 공장에서 로봇팔이 자동차의 앞·뒤·옆 면 4500여곳을 용접해 초기 단계의 자동차 틀을 만들고 있다. 이 작업은 정교한 기술이 필요한 데다 위험하기도해서 100% 로봇에 의해 이뤄진다. 생산직원의 대부분은 조립라인에서 일한다. [사진 BMW그룹]
지난달 말 독일 뮌헨 인근의 BMW 딘골핑 공장. 14개국에 있는 29개 공장 가운데 최대 규모인 이곳은 BMW의 주력 모델인 5시리즈, 6시리즈, 7시리즈의 중대형 차를 주로 만든다. 2.5㎞ 길이의 생산라인에는 다양한 차량 모델이 순서 없이 섞여 있었다. 파란색 6시리즈 컨버터블 바로 뒤에 은색 뉴7시리즈, 그 뒤에 검은색 5시리즈 세단이 일렬로 줄지어 라인을 타고 흘러갔다. 차마다 붙어 있는 A3 용지 크기의 주문서에는 굵은 글씨로 ‘한국’ ‘중국’ ‘미국’ 같은 주문 국가와 식별번호, 개별 선택사양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주문한 콕피트(운전대와 계기판·오디오·에어컨이 장착된 구조물)·시트·휠이 레일을 타고 작업자 앞에 도착하면 정해진 순서에 따라 차체에 장착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대량맞춤 생산’ 독일 딘골핑 공장 가보니
이미 생산된 차 파는 것과 달리 고객의 요구에 맞춰 주문 제작

 공장 직원 다그마 파링거는 “차량 모델, 엔진 종류, 다양한 옵션, 수출국가별 표준까지 반영하면 수학적으로는 한 라인에서 ‘10의 64승’ 종류의 차량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완전히 똑같은 차는 평균 3년에 한 번꼴로 나온다고 했다.



 BMW는 주문제작을 원칙으로 한다. 차의 디자인과 엔진·색상 같은 굵직한 사양부터 전조등 와이퍼 같은 소소한 기능까지 선택해서 주문하면 그제야 생산이 시작된다. 소비자가 직접 주문하지 않고 딜러가 대신하기도 하지만 이미 생산된 차를 고르는 대량생산 브랜드와는 구별된다. 일명 ‘대량맞춤(mass customization)’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생산 품목이 늘어날수록 생산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BMW그룹은 다품종 생산을 하면서도 효율성이 높다. BMW그룹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 11.6%로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자동차 회사로 꼽힌다.



 세부적인 것까지 고객 취향에 맞추는 프리미엄 전략은 탄력적인 생산방식 덕분에 가능하다. 생산·물류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자체 시스템은 모든 공정을 디지털화해 알맞은 부품이 적기·적소에 공급되도록 관리한다. 특정 모델의 주문이 늘어나더라도 복잡한 라인 교체 작업 없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유연성은 인력 운용에도 반영됐다. 생산직원은 하루 두 차례씩 업무를 바꾼다. 생산라인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슈나이더 베른하르트 홍보담당자는 “시장 수요에 따라 생산차종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직원들은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 사람이 25가지 다른 직무를 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고 말했다.



 탄력근무시간제도 딘골핑 공장의 경쟁력이다. 법정 근로시간인 주 35시간을 초과할 경우 ‘시간관리 계좌’에 적립한다. 이 계좌는 +200시간에서 -200시간까지 사용 가능하다. 1년에 400시간을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베른하르트는 “주문량이 많을 때는 공장을 완전 가동하고 이때 저축한 ‘시간’을 공장 가동이 줄어들 때 자유시간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요즘 BMW는 주말과 공휴일에도 수시로 공장을 가동한다.



 BMW그룹은 생산에 관한 한 ‘짠물 경영’으로 유명하다.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BMW그룹 회장은 “경제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공장의 생산 능력은 시장 수요보다 작아야 한다”는 걸 원칙으로 삼는다. 딘골핑 공장은 지난해 34만 대를 생산해 연간 생산능력 28만 대를 넘어선 상태다. 경기 침체에도 지난해 167만 대를 팔아 688억 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대량맞춤 mass customization 대량생산(mass production)과 맞춤제작(customization)의 합성어. 서로 양립할 수 없다고 여겨오던 두 방식을 융합한 경영혁신 이론이다. 마치 양복점에서 옷을 맞추듯 개별 고객의 다양한 취향과 요구를 충족시키되 제작은 대량생산해 원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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