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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세베, 땅의 마리아

중앙일보 2012.09.28 09:35
'바람의 도시' 시카고의 추풍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낙엽들처럼,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스페인)은 흔들렸다. 28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인근 메다이나 컨트리 클럽에서 열린 라이더컵 개막식. 유럽팀 주장 올라사발은 격전을 치러야 할 장수답지 않게 출정식에서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뇌종양으로 숨진 세베리아노 바예스테로스(스페인)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하늘로 간 세베를 그리워했다. 기자회견장에서는 훨씬 더 상기된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세베와 올라사발은 환상의 파트너였고, 진정한 무적함대였다. 두 선수는 라이더컵에서 한 조로 나간 경기에서 11승2무2패를 기록했다. 그들이 따낸 포인트는 12점인데 세베-올리를 제외하고 라이더컵에서 6점을 넘긴 조는 한 조도 없다. 그들은 미국의 가장 강한 조와 대결을 자청했고 대부분 이겼다. 무적함대는 스페인의 투우사처럼 화려하고 드라마틱했다. 그러나 지난해 세베가 세상을 떠나면서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은 혼자 남아 유럽의 승리를 지켜야 한다. 올라사발은 "세베의 이름으로 승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유럽 골프의 변방 스페인 출신이다. 피레네 산맥을 넘으면 유럽이 아니라는 말은 골프에도 적용됐다. 스페인 선수들은 영국 등 북유럽 선수들에게 무시당했다. 그러나 유럽 골프를 살린 선수는 바로 세베였다. 그가 라이더컵에 나가게 되면서 유럽은 미국과 백중세가 됐고 결국 라이더컵에서 미국을 압도하게 됐다. 세베는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가 됐다. 올라사발은 "세베는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두 선수는 모두 캐디 출신이다. 바에스트로스는 해변에서 3번 아이언으로 자갈을 치면서 골프를 배웠고 달밤에 골프장에 숨어 들어가 골프를 했다. 올라사발도 비슷하다. 그의 모친은 동네에 만들어진 골프장 홀에 처음으로 깃대를 꽂았고 그 다음 날 마리아 올라사발을 출산했다. 온 가족이 이 골프장에서 일하면서 생계를 이어갔다. 프로골퍼가 되어 아홉살 터울의 세베와 함께 어울리면서 진정한 엘리트 수준의 경지에 오르게 됐다. 세베처럼 올라사발도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미국을 놀라게 했다. 유럽선수들은 이번 라이더컵 캐디백에 세베의 모습을 본뜬 로고를 새겨 넣었다.



28일 오후 열릴 포섬 경기에서 로리 매킬로이와 그레이엄 맥도웰(이상 북아일랜드)이 짐 퓨릭과 브랜트 스네데커(이상 미국)를 상대한다. 루크 도널드(잉글랜드)와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필 미켈슨, 키건 브래들리(이상 미국) 조와 맞붙는다.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 조는 제이슨 더프너, 잭 존슨(이상 미국)과 대결을 펼친다. 이안 폴터와 저스틴 로즈(이상 잉글랜드)는 스티브 스트리커,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를 상대로 경기를 펼친다.



2012 라이더컵은 J골프가 첫째 날과 둘째 날 경기를 28, 29일 오후 9시부터, 마지막 날 경기를 10월 1일 오전 1시부터 생중계한다.



시카고=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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