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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할머니들께 ‘보석 칭찬’ 선물 안긴 예서

중앙일보 2012.09.28 04:20 11면 지면보기
남미정 배방초 교사
이른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문득 산삼 생각이 났다. 어제 저녁 냉장고에 넣어둔 산삼을 꺼내 맑은 물에 씻으며 잔뿌리 하나 떨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씻었다. 깨끗이 씻은 산삼을 입안 가득 넣고 천천히 씹으며 산삼의 기운과 더불어 기쁨과 감사가 마음 가득 차 올랐다.



이틀 전, 대학원 수업 중 예서 엄마로부터 5분만 시간 내달라는 조심스러운 문자 한 통을 확인 후 내일 오후에 학교에 오시라는 문자를 보냈다. 다음날, 집단상담이 막 끝나고 상담일지를 정리하고 있는데 살며시 문을 열고 예서 엄마가 들어오시는데 급하게 계단을 올라온 듯 숨이 차 보였다. 책상 위에 고급스러운 느낌이 풍기는 보자기를 올려놓으며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아, 이 선물 보자기 때문에 급하게 올라오셨구나. 혹시 남의 눈에 띌까 싶어’ 안절부절 못하다가 선물 보자기를 올려놓고 조심스런 첫 마디 “선생님, 정말 죄송해요. 선생님께 부담 드리면 안 된다고 극구 말렸지만 저희 시부모님께서 선생님께 직접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어제 갖고 오셨는데 ….”



[일러스 트=정소라]
선물 보자기에 얽힌 시부모님의 사연을 듣고 예서에게 참 고마웠다. 시부모님이 전해 준 선물도 감동의 물결 속에 깊은 감사와 함께 받을 수 있었다.



지난 주말, 시부모님이 다니는 교회 권사님의 생신이라 조촐한 잔치가 열렸다. 잔치 중에 예서에게 생신을 맞은 할머니를 축하해 주는 말을 하라고 하자 예서가 생신 선물은 준비하지 못했지만 대신 생신을 축하하는 ‘보석 칭찬’을 해 드리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주변 어른들이 도대체 ‘보석 칭찬’이 뭐냐고 묻자 “우리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것인데 마음 속 보석을 빛내면 바르게 행동할 수 있고…” 라며 보석 칭찬이 주는 효과를 설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리에 모이신 15명의 할머니의 행동과 특징을 잡아 30분 동안 칭찬 선물을 했다고 전한다.



할머니들은 보석 칭찬을 받으며 박수를 치고 함박웃음을 지으셨단다. 그런 모습의 손녀딸이 무척 자랑스러웠던 할머니는 “예서는 어른을 알아보고, 예의도 있고, 선물로 칭찬이라는 걸 해줄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며 기특해 했다고 한다.



또 평소 공부, 사업, 강의를 하며 밖의 시간을 많이 보내 손녀들을 충분히 보살피지 않는다고 조금은 아쉬워했던 시부모님께서 예서 엄마를 꼭 안으시며 그런 중에도 예서를 잘 키워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셨다고 한다.



그런 말씀에 예서 엄마는 그동안 충분히 잘해 드리지 못해 항상 죄송한 마음이었는데 가슴으로 안아주는 시부모님의 모습에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그런 사연을 전하며 바른 인성교육을 하시는 예서 담임교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꼭 하고 싶다며 선물 보자기를 들고 오셨던 것이다.



할머니들을 위한 ‘보석 칭찬’을 하는 예서의 행동도 놀라웠지만 그런 예서를 보며 ‘우리 예서가 나의 선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움이 배움으로 끝나지 않고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석 같은 행동을 실천하며 주변 사람들까지 변화시키는 우리 예서! 예서를 통해 지금 하고 있는 인성 교육의 효과를 더욱 확신하게 되었고, 교사로서의 자긍심도 높아지고 더불어 책임감과 사명감까지 더욱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남미정 배방초 교사

일러스 트=정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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