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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수 둔 천안 제5산업단지 폐기물 매립장용 토지 분양

중앙일보 2012.09.28 04:20 2면 지면보기
천안 제5산업단지를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 붉은 색으로 표시된 왼쪽이 ㈜케이티건설산업이 분양 받은 폐기물 매립시설용지다. 오른쪽 붉은 색은 천남중학교다.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위치해 있다. [조영회 기자]



주변 여건 검토 없이 민간에 분양 … 업체·학교·주민 갈등 부채질



천안시가 5산업단지 분양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산업단지 주변 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민간사업자의 폐기물매립장 조성 제안을 수용, 분양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나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다. 엄청난 양의 폐기물 매립용량도 문제지만 학교보건법을 무시하고 학교인근에 토지를 분양한 사실까지 드러나 적법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해당 업체는 사업추진이 중단되면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피해가 예상된다. 눈앞의 이익만 생각한 천안시가 주먹구구식 행정을 펼치는 바람에 갈등과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유치업종 바뀌어 매립장 의무 설치해야



천안시는 성남·수신면 등 동남부지역 균형발전과 고용창출을 위해 2009년 11월 5산업단지 조성공사에 들어갔다. 시는 당시만해도 전자부품·컴퓨터·영상·통신장비를 비롯해 화학·의료·금속·자동차·전기장비와 같은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업체를 유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기불황과 건설경기 악화, 수도권규제완화로 분양률이 10%대로 저조하자 2011년 4월 식료품과 고무제품·플라스틱제품 제조업 등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업체 유치가 가능하도록 사업내용을 변경, 같은 해 11월 충남도로부터 승인(산업단지 지정변경 및 실시계획변경)을 받았다.



유치업종이 변경되기 전만 해도 폐기물 발생량은 연간 1만6757톤으로 폐기물매립시설 설치 대상(연간 2만톤 이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치업종이 변경되면서 예상되는 폐기물 발생량이 2만6616톤으로 늘어났다. 시는 사업내용 변경에 따라 의무사항이 된 폐기물 매립장 조성을 위해 ㈜케이티건설산업의 사업 제안을 받아 들여 토지분양 절차에 착수했다.



환경청 의견 따랐다가 학교보건법 저촉



천안시는 사용이 끝난 매립장을 친환경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체납 하는 조건으로 ㈜케이티건설산업에게 산업단지 입구에 있는 토지를 분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강유역환경청이 토지에 대한 현지 실사를 벌이고 매립장 시설(에어돔) 설치로 예상되는 경관변화를 예측한 결과, 당초 시가 분양하기로 했던 위치가 아닌 폐수처리장 옆 토지(지원시설용지)가 매립장으로 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는 이에 따라 금강유역환경청이 제시한 토지를 분양하기로 결정하고 ㈜케이티건설산업과 분양 계약을 마쳤다. 하지만 사업용지가 인근 천남중학교와 불과 132m밖에 떨어지지 않아 적법성 논란이 불거졌다.



학교보건법(제6조)에는 학교 경계선이나 학교설립예정지 경계선으로부터 200m 이내에서는 폐기물처리시설을 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학교보건법을 어겨가며 천안시가 업체에 토지를 분양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민들이 교육지원청과 천안시에 민원을 제기했고 급기야 매립장 건설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분양 당시 천안시와 금강유역환경청 어느 곳에서도 매립장 시설이 들어설 토지가 학교보건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천안시는 “금강유역환경청의 의견을 따라 토지 분양을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금강유역환경청은 “천안시가 주변 환경에 대한 지리적 정보나 관련법 저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매립용량 키워 주민 갈등, 업체 피해만 수십억원



학교보건법 저촉만 문제가 아니다. 주민들은 천안시가 폐기물 매립장 면적을 늘린(4200㎡) 데다 매립용량도 높게 잡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3만9669㎡ 면적에 최소 10년 이상 매립할 수 있는 용량만 200만㎥에 이른다.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량은 연간 2만6616톤에 불과하다. 10년간 매립한다 해도 ㈜케이티건설산업이 추진하는 매립용량과 비교하면 7.5배(비중을 1로 계산, 1㎥당 1톤 적용) 차이다. ㈜케이티건설산업이 추정하는 매립용량은 135㎥에 달한다.



면적과 용량을 높게 잡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산업단지에서만 나오는 폐기물을 처리할 경우 민간사업자에게는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다. 또 시가 같은 규모로 직접 매립시설을 설치할 경우 4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사업비를 충당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시는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지난 4월 충남도로부터 산업단지 지정 및 실시계획 변경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사업계획이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자 시는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외부 폐기물을 반입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결국 사업을 추진하는 ㈜케이티건설산업만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됐다. 더 이상의 사업추진도 불투명해졌다. 매립용량이 많다고 하더라도 산업단지의 폐기물만으로는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다.



㈜케이티건설산업은 천안시와 토지 분양을 다시 협의하고 있지만 ‘폐기물 반입금지’라는 시의 입장이 나온 만큼 향후 사업추진 상황에 따라 대응 여부와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케이티건설산업 관계자는 “분양받을 토지의 위치를 선정하기 위해 사용한 시뮬레이션 비용과 지역기업들이 분양 계약금 등 현재까지 최소 25억원이 넘게 들어갔다”며 “주민 반대와 시의 입장 변화에 따라 앞으로 사업을 포기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대안이 나올지 현재로서는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천안시의회 전종한 의원은 “폐기물 처리시설을 설치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민간사업자에게 매립용량을 늘려주는 특혜를 주어서는 안 된다. 용량을 줄여 폐기물 매립시설을 직접 설치하거나 매립시설이 필요하지 않은 친환경 고부가가치 업종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사업내용을 변경해야 한다. 여러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시가 토지를 분양 받은 민간사업자에게 중도금 납입을 독촉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외부폐기물 반입에 대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민간사업자와의 계약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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