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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받겠다던 질문 안 받고 32초 만에…

중앙일보 2012.09.28 01:04 종합 3면 지면보기
안철수 대통령 후보(왼쪽)가 27일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부인 김미경씨의 다운계약서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울대 홍종호 교수. [김형수 기자]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는 27일 기자회견에서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다운계약서 작성과 관련해 세 마디의 사과를 하곤 자리를 떴다.

다운계약서 일방통행 사과 논란
출마 선언한 뒤 질의응답에 인색
“새 정치 하겠다며 기존 정치 답습”



 “저도 어제 언론을 보고 확인한 다음에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어제 문서로 입장 표명 때 말씀 드렸듯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잘못된 일이고 국민들께 사과 드린다. 정말 앞으로 더 엄중한 잣대로, 기준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겠다.”



 이게 전부였다. 지난 24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과거사에 대한 사과회견을 하면서 질문을 받지 않고 끝냈다.



 안 후보는 이날 평소의 웃음기가 사라진 굳은 표정이었다. 기자들 질문도 받지 않았다.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안 후보의 사과를 ‘10초 사과’라고 꼬집으며 “안철수 후보는 더 이상 ‘착한 안철수’ 후보가 아니다. 10초 해명 사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위선의 가림막을 걷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지가 측정한 결과 안 후보의 사과발언에 걸린 시간은 10초가 아니라 32초였다. ‘32초짜리 묻지마 사과’였던 셈이다.



 당초 안 후보 측은 기자회견 전에 취재진의 질문을 받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회견이 시작되자 사회자인 이원재 정책기획팀장은 “행사취지는 정책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 설명해 가는 자리다. (다운계약서)관련 보도에 대한 (안 후보의)설명을 듣고, 따로 질의응답 시간 없이 마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탈세가 드러날 경우 일벌백계로 엄중하게 처벌해서 세금을 떼먹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안철수의 생각』)는 안 후보의 소신과 부인의 다운계약서 작성이 상충되는 데 대한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부인의 은행 대출 6억4000만원을 갚는 과정에 자신이 관여했는지, 그 경우 증여세를 냈는지 등에 대해서도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기자들이 “원래 질문을 받기로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안 후보 측에 항의했으나, 안 후보 캠프의 유민영 대변인은 “(장하성 고려대 교수 영입을 발표하는 회견) 중간에 갑자기 질문을 받는 게 이상해서 후보가 입장을 말하고 따로 질문은 안 받는 것으로 제가 정리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게 이날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19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이벤트나 행사에서 대부분 끝에 한두 마디 소회를 밝히거나, 미리 준비된 질문 한두 개에만 간단히 답변한 뒤 자리를 뜨곤 했다. 박근혜 후보와 비슷하다.



 그는 출마 선언 이튿날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자리에서도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다음 날 경기도 안산의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6일 김해 봉하마을에선 “권양숙 여사와 단일화 얘기를 나누었느냐”는 질문이 나오고 안 후보가 “정치 관련 얘기는 없었습니다”고 답하자마자 캠프 관계자들은 안 후보를 에워싼 채 이동했다. 기자들의 항의에 캠프 관계자는 “출마 당일 기자간담회에서 충분히 질문한 것 아니냐”고 했다.



 명지대 신율(정치학) 교수는 “새 정치를 하겠다는 안 후보가 불거진 의혹에 대해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로 끝내는 것은 기존 정치권을 답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민도 안철수 후보를 알 시간이 필요하지만, 안철수 후보도 국민을 알 시간이 필요한 만큼 지지자들과만 대화할 게 아니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도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 “고위공직자 윤리 중요”



대선 민심의 1차 분수령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추석을 앞두고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밝혀지자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의 진성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유력한 대선 후보에게 뜻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해 당혹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민주당은 그간 고위공직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높은 윤리적 기준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그 기준은 현재도 유효하다”고 밝혔다. 안 후보와의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를 염두에 두고 직설적인 공격은 자제했지만 안 후보 부인의 행위가 대통령 후보에게 요구되는 윤리적 기준에 맞지 않다는 점을 우회해서 비판한 것이다. 민주당의 비판 수위는 높지 않았지만 안 후보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공개적으로 밝힌 건 처음이다.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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