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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육우는 수입소도 젖소도 아니다

중앙일보 2012.09.28 00:40 경제 10면 지면보기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
추석 물가가 비상이다. 지난번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볼라벤’과 ‘덴빈’으로 인해 과일과 채소의 피해가 커 가격 오름세가 어느 해보다 가파르다고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옛말이 무색할 만큼 추석 상차림을 준비하는 주부들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마음이 무거운 사람 중에 육우를 키우는 농민들도 있다. 소비자에게 한우는 우리 쇠고기라서 환영을 받고 수입 쇠고기는 값이 싸다고 환영받는다. 우리 육우 역시 국내 쇠고기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육우는 젖소라서 맛이 없다고 오해를 받고, 심지어 수입 쇠고기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기에 현재로서는 추석 상차림에서 호주·미국산 쇠고기에조차 밀리는 실정이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육우는 젖소가 아니라 고기소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얼룩소 품종인 홀스타인 암소는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가 되고, 수소는 전문 고기소인 육우가 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육우가 수입한 게 아니라 엄연한 국내산 쇠고기라는 점이다. 홀스타인은 한국에 들어온 지 100년이 넘어 토착화됐으며, 수소 역시 엄연한 우리 쇠고기이지만 얼룩무늬 때문에 아직도 외국 소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아오리 사과도 캠벨 포도도 다 외국 과일인가. 물론 아니다. 우리 땅의 정기를 받고 우리 농민이 키운 우리 농산물이다.



 육우는 한우와 마찬가지로 우리 땅에서 태어나 우리 농가가 키운다. 친환경적인 사육환경에서 한우와 똑같은 사육방식을 통해 전문 고기소로 키워진 국내산 쇠고기다. 모든 국내산 쇠고기에는 똑같은 등급판정 기준이 적용되고 있어 같은 등급의 한우와 육우는 그 품질이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한우보다 30~40% 저렴하다. 게다가 20개월 정도 자라면 성장이 끝나기 때문에 사육기간이 짧아 지방이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쇠고기 이력 추적제가 적용돼 생산부터 도축·가공·유통에 이르는 과정이 투명하다. 도축 즉시 냉장 유통되기 때문에 냉동 상태로 수입돼 해동과 냉동을 반복하게 되는 수입육에 비해 훨씬 신선하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육우는 안전하고 믿을 수 있으면서도 가격적인 측면에서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언제나 식탁에 오를 수 있다는 뜻으로 ‘식탁의 정번(定番)’이라고 부른다. 국내산 어린 소라는 의미에서 ‘국산약우(國産若牛)’라고도 칭하며, 저지방 웰빙 쇠고기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국내에서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게다가 올해 들어 수입 쇠고기가 더욱 늘어난 가운데 소비는 위축되고, 그런 한편에서 배합 사료값마저 폭등해 전체적으로 시장이 불안정한 상태다. 어떤 쇠고기를 고르느냐는 소비자가 최종 선택할 몫이겠지만 조상님 차례상에 수입육을 올리는 것보다는 우리 땅에서 낳아서 기른, 신선하고 경제적인 우리 육우가 더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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