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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건설산업은 국가 경쟁력 결정하는 핵심

중앙일보 2012.09.28 00:39 경제 10면 지면보기
신혜경
전 청와대 국토해양비서관
더운 여름이 끝났나 했더니 벌써 추석이다. 어김없이 수많은 가족이 기차로, 자동차로 귀향길에 나설 것이다. 여든을 넘기신 친정 어머니는 “내가 젊을 땐 명절에 고향 가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고 감개무량해하신다. 지금과 달리 철도나 도로 사정이 며칠 사이에 시골에 다녀온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빴기 때문이다. 귀향의 일상화는 경부고속도로 이후 도로, 철도 등 교통 관련 인프라가 꾸준히 늘어난 덕분이다. 또 올여름 같은 극심한 가뭄에도 수도권 주민이 큰 물 부족을 겪지 않았던 건 소양강댐, 충주댐 건설 등 대규모 토목사업이 있었던 덕분이다. 삶의 질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러한 토목사업은 국민 복지의 가장 기본인 셈이다.



 역사적으로도 동양에서 국가의 기본 역할로 여긴 치산(治山), 치수(治水)는 산이나 물을 다스리기 위한 토목·건설공사가 핵심이었다. 토목공학으로 번역되는 영어의 ‘civil engineering’도 직역하자면 문명의 기술 또는 시민을 위한 기술이란 의미로 문명(civilization)과 불가분의 관계다. 고대 로마의 유럽 정복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노란 벽돌이 깔린 유명한 로마 가도(街道)의 건설이었고, 로마 문명은 상수도 등의 건설로 대표되고 있음은 토목·건설공사가 인간의 복지나 문명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최근 사회 일부에서 이 같은 사회간접자본(SOC·Social Overhead Capital) 사업을 싸잡아 ‘불필요한 토건사업’으로 치부하고, 건설업계와 건설인을 ‘토건족’이라 비하하며 부패집단으로 몰고가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특히 친환경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토건족 또는 토건산업이 국토파괴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린다. 1970~80년대 국토개발 초기의 급격한 고도성장 과정에선 강력한 개발정책 추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환경오염이나 경제성, 투명성 등에 대한 고려가 다소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의 관심을 반영해 국토 관리의 패러다임이 환경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고, 다양한 시민·환경단체가 개발사업에 대한 감시태세를 갖추고 있다. 또 대규모 개발사업의 타당성 검토 등 SOC 사업의 추진단계별로 정확한 수요 예측과 중복투자 방지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OC 확충을 모두 불필요한 토건사업으로 몰아붙이면 가까운 장래에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인프라의 부족 및 노후화가 크게 우려된다.



 우리나라의 도로율이나 철도 길이, 인구 1000명당 주택 수 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위권에서 뒤처진다. 지난 5월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세계 22위로 평가하며 주요 정책과제로 SOC 투자 확대를 권고한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은 친환경과 전자·통신 등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건설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이를 국민의 복지 향상과 연계시키면서 미래 성장 토대를 강화해야 할 때다. 건설산업을 선택 항목이 아닌 장래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필수 핵심 산업으로 재인식해야 한다.



신혜경 전 청와대 국토해양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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