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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 시시각각] ‘가혹한 복지’도 생각해 볼 때

중앙일보 2012.09.28 00:29 종합 34면 지면보기
양선희 논설위원
요즘 제조업계 화두는 ‘U턴’이다. 중국을 향해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제조공장들에 다시 돌아오라는 구애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다. 얼마 전엔 지식경제부가 중국에 나갔던 주얼리 제조업체 14개사가 다시 돌아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평균 400~500명을 고용하고, 연 매출 200억원쯤 되는 중소기업들의 귀환에 지경부가 직접 자료까지 돌리며 자랑하고 나섰다.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U턴 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들이밀며 돌아와 달라고 설득하고, 섬유산업연합회와 의류산업협회는 공동으로 U턴 기업 지원 강화 정책설명회를 열었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주요 산업국가들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요즘 글로벌 산업정책 트렌드다. 미국에서도 재선을 노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건 카드가 ‘인소싱(Insourcing)’이다. 해외로 나갔던 제조업체들을 회귀시켜 경제성장과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공장 복귀 비용의 20%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책도 내놓았다. 독일·일본·영국·대만 등도 각종 U턴 기업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 당국은 ‘제조업 U턴’으로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퍼뜨린다. 게다가 요즘 많은 우리 중소업체는 중국에서도 떠나고 있다. 인건비와 물류비가 너무 올랐고, 각종 규제에다 온갖 이익단체들까지 들이닥치니 중국 생산의 이점이 사라지고 있어서다.



 많은 중소 제조업체 대표는 “정말 돌아오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와 EU·미국과의 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이나 ‘메이드 인 코리아’ 프리미엄까지 생각하면 이제 한국 생산 이점이 많다고도 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스리랑카·방글라데시·미얀마까지 밀려나면서도 돌아올 수 없단다. 이 틈에 혹자들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주장과 국민의 반기업 정서 때문에 기업들이 한국에서 기업을 할 의욕을 잃어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소업체 사장들은 이를 ‘탁상공론식 헛소리’라고 일갈한다. 그들의 이유는 실질적이다. ‘인력이 없어서’다. 일자리 창출하자며 U턴하라는 것인데, 정작 업체들은 인력을 못 구해 돌아올 수 없단다. 한 의류업체 대표는 “우리 사회의 기대수준과 학력 인플레가 너무 높아 부모에게 얹혀 사는 한이 있어도 기름때 묻히려는 젊은이들이 없다. 본인도 부모도 원치 않는데 어디에서 사람을 구하느냐”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에서 철수하는 미 제조업체들이 멕시코나 카리브해 연안 지역을 선호해 U턴 정책이 힘을 못 쓴다”고 보도한 것으로 보아 미국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U턴하는 중소 제조업체 일자리는 포시럽게 자란 젊은 세대의 기대수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젊은이들의 정신력만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일해 봐야 ‘워킹푸어’를 면치 못하는 저임금 생산직에 가지 않는다고 탓할 수도 없다. 선진국엔 일 없는 젊은이들을 먹여살리는 복지제도도 잘 돼 있다. 일본에선 저임금 월급쟁이를 하느니 월 10만~15만 엔에 주택 특혜 등도 받는 생활보호수급자로 살려는 젊은이들이 넘친단다. 그러니 일자리 개수만 늘린다고 젊은이들을 공장으로 끌어낼 수는 없다. 일자리는 사회 여건과 국민 기대수준, 복지수준까지 두루 생각해야 답이 나온다.



 일을 하나 안 하나 가난하다면 일을 안 하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복지사회일수록 근로는 생활방식의 정답이 아니다. 요즘 ‘복지사회 건설’에 매진 중인 우리는 이렇게 기운 빠지는 ‘따뜻한’ 선진국형 복지에서 벗어나 좀 색다르게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가혹한’ 복지를 해보면 어떨까. 아이·노인·장애인 등 사회 약자를 제외하곤, 가난한 일반 국민이 아닌 근로자가 워킹푸어가 되지 않도록 복지를 몰아주는 방식 말이다. 복지뿐 아니라 모든 정책에서 기피 직종 근로자에게 혜택을 더 많이 준다면 제조업 노동력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근로자 ‘삶의 질’을 관리해 준다면, 근로 의욕도 높아지지 않을까. 정답 없는 문제에 이런저런 궁리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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