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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중 8명 비만인 '뚱보나라'에 기적이…깜짝

중앙일보 2012.09.28 00:19 종합 20면 지면보기
지난 18일 피지의 수도 수바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서울대 의대 신좌섭 교수가 남태평양 14개 섬나라의 의료진을 상대로 만성질환 관리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수바=박유미 기자]
“요즘은 무얼 주로 먹습니까? 어디 아픈 곳은 없나요?”


‘뚱보 나라’ 남태평양 피지·나우루 서울대병원 비만 드림팀 떴다
현지 의료진에 식이요법 등 전수

 지난 19일 남태평양 섬나라인 피지의 수도 수바에 위치한 발레레부보건소. 당뇨병 환자인 마리안 오닐(54·여)이 현지인 간호사와 건강상담을 하고 있었다. 오닐은 “수프와 채소 위주로 먹고 설탕은 절대 넣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통한 체형의 오닐은 지난해부터 정기적으로 보건소에서 식사와 운동법 상담을 받고 있다. 그 덕분에 몸무게가 3㎏이나 빠졌다. 의사 살마 하니프(27·여)는 “의료진이 마을에 나가 혈압과 키·몸무게를 측정하고 만성질환 위험이 높으면 보건소를 방문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피지·나우루·사모아 등 남태평양 지역 섬나라들이 비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중 나우루는 전 세계에서 비만율이 최고다. 성인 10명 중 무려 8명이 비만이다. 다른 지역도 성인 비만율이 60~70%에 달한다. 이 때문에 당뇨·고혈압·암 같은 비전염성 질환이 사망원인의 75%를 차지한다. 한국은 56%다.



  이들 국가의 비만 퇴치를 돕기 위해 서울대병원 드림팀이 나서고 있다. 서울대병원 안규리(내과), 박민선·김계형(가정의학과), 손지훈(정신과) 교수, 서울대 의대 신좌섭(의학교육학)·오주환(의료관리학) 교수 등 10여 명이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수바 현지로 날아가 남태평양 14개국의 의사·간호사 30여 명을 교육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실시한 4주간의 교육이 호응이 높아 올해는 5주(8월 27일~9월 27일)로 늘렸다. 필요경비는 우리 외교통상부와 태평양도서국포럼(PIF) 협력기금의 지원을 받았다.



 남태평양 지역 주민들은 본래 골격이 큰 데다 뚱뚱한 사람을 미인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에 1980년대 해외 원조를 받으면서 식생활이 더 서구식으로 변했다. 통조림 식품과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가 대량 공급되면서 비만율이 급증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현지 의료진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임상 강의뿐 아니라 인식 전환 교육을 함께 실시했다. 3주간은 영양학·정신과 등 임상교육을 하고 나머지 2주 동안은 참가자들이 스스로 비만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사모아 TTM병원 응급의학과 의사 미카 아 쿠오이(30)는 “교육에 참가하고 나서 만성질환의 심각성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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