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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내려갑니다” 열 살배기 ETF 수수료 다운, 다운

중앙일보 2012.09.28 00:19 경제 4면 지면보기
“주식시장도 카지노와 같다. (카지노에서 베팅하듯) 투자자는 주식을 사고팔면서 수익을 나눠 갖는다. 개평꾼의 몫을 최소화하는 것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지름길이다.”


내달 ETF 도입 10년 … 몸집 불리기서 보수 인하 경쟁으로

 ‘인덱스 펀드의 아버지’ 존 보글 뱅가드 그룹 창업자의 말이다. 전문가(펀드 매니저)가 알아서 투자한다며 높은 수수료(보수)를 받는 게 액티브(active) 펀드다. 그런데 액티브 펀드의 성과가 시장보다도 못한 경우가 많다. 보글은 “차라리 시장처럼 투자하는 대신 보수를 적게 받는 게 투자자의 이익을 높이는 길”이라 믿었다. 1975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따라 성과가 결정되는 인덱스펀드(뱅가드 500)를 만들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모 펀드로는 세계 최초다. 보수는 0.17%에 그친다.



 펀드의 진화는 계속됐다. 인덱스펀드의 장점에 투자 편의성까지 더한 상품이 등장했다. 상장지수펀드(ETF)다. 1993년 미국에서, 1999년 유럽에서 첫 ETF가 상장됐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상반기 말 현재 전 세계 ETF 시장 규모는 1조7000억 달러(약 1900조원), 4542종목에 이른다. 2000년에 비해 자산 규모는 20배, 상품 수는 40배가량 늘었다. 올 들어 8월까지 ETF 시장으로 1399억 달러가 들어왔다. 같은 기간 채권(508억 달러)이나 선진주식(546억 달러) 시장에 유입된 돈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은 규모다.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4~5년 내 ETF 시장은 최대 3배(5조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20년이 다 돼 가는 지금, 세계 ETF 시장의 화두는 비용이다. 독과점 성격의 ETF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살아남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전에 없던 혁신적이고 인기 있을 ETF를 내놓는 것. 쉽지 않다. 다른 하나는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ETF는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른 성과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에, 운용사가 얼마나 수수료를 적게 떼느냐가 ETF의 장기 투자수익을 결정한다. 인덱스 펀드의 종가인 뱅가드가 2000년대 후반 ETF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택한 것도 보수 낮추기 전략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머징지수를 추종하는 뱅가드의 ETF 보수는 0.2%인 반면, 아이셰어즈는 0.67%에 이른다.



 ‘싼 비용’ 덕에 2006년 말 5%에도 못 미치던 뱅가드의 ETF 시장 점유율은 7월 현재 12.5%로 늘었다. 반면에 2009년 41.5%에 이르던 업계 1등 아이셰어즈의 점유율은 7월 현재 38.6%로 줄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이머징 시장 ETF로 들어온 돈의 대부분이 뱅가드로 갔다.



 다음 달 국내 ETF 도입이 10년을 맞는다. 10년 새 덩치는 부쩍 컸다. 2002년 3개 종목, 3400억원 규모에서 최근엔 120여 개 종목, 13조5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요즘 화두는 역시 수수료 인하 경쟁이다. 세계 ETF 시장의 트렌드와 같다.



 가장 먼저 움직인 쪽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미래에셋은 2006년 ETF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액티브 펀드 시장이 무너지자 ETF로 눈을 돌렸다. 캐나다 ETF 운용사를 인수했고, 해외 ETF 전문 운용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인력을 영입했다. 그리고 지난해 4월 ‘업계 최저 수수료’로 승부수를 던졌다. 0.34%이던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ETF(TIGER ETF)의 보수를 0.15%로 낮췄다. 이후 1년간 이 ETF로 4000억원 넘는 돈이 들어왔다. 주식형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갈 때 거둔 성과다. 늦은 출발에도 미래에셋은 현재 15%의 점유율로 ETF 시장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수수료 경쟁에 기름을 부은 건 한국투신운용이다. 미래에셋보다 더 공격적이다. 18일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ETF(KINDEX200)의 보수를 0.15%로 낮췄다. 특히 레버리지(지수 움직임의 2배 수준으로 추종)나 인버스(지수 움직임과 반대로 추종) ETF의 보수를 각각 0.3%, 0.15%로 낮췄다. 같은 구조의 삼성자산운용 ETF는 보수가 각각 모두 0.79%다.



서정두 한국투신운용 상무는 “ETF는 덩치가 커질수록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보수를 낮출 수 있다”며 “아니면 최소한의 보수를 앞세운 새로운 플레이어 진입으로 전체 시장의 보수가 내려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쟁을 통해 보수가 싸지면 그만큼 투자자에게는 혜택”이라며 “국내 시장도 경쟁을 통해 ETF 보수가 해외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TF 업계 3위인 우리자산운용의 차문현 대표도 최근 “ETF 보수를 인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독보적인 ETF 1등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은 상대적으로 보수 인하에 소극적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내리는 것이 맞지만 업계 간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을 하지 않는 선에서 보수를 점진적으로 낮출 것”이라는 게 삼성자산운용 측의 입장이다. 앞서 5월 삼성자산운용은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의 보수를 각각 0.93%에서 0.79%로 낮췄다. 그러나 가장 거래량이 많은 KODEX200(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보수는 건드리지 않았다. 현재 이 ETF의 보수는 0.35%다.



 ‘알파의 종언’. 최근 FT에서 다뤘던 스페셜 리포트의 제목이다. 알파는 액티브 펀드(혹은 매니저)가 거둘 수 있는 추가 수익을 말한다. 금융위기 이후 알파를 만들기가 어려워지면서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의 돈이 인덱스 펀드의 ‘꽃’인 ETF로 몰린다. 그간의 10년처럼 앞으로 10년 후에도 ETF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낮은 보수가 필수적으로 보인다. 금융감독당국도 ETF 시장 활성화를 위해 보수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등은 현재 0.45~0.7%인 보수를 0.15% 선까지 낮추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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