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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전진기지…5분 만에 고속정 올라 ‘전투준비 끝’

중앙일보 2012.09.27 01:02 종합 6면 지면보기
지난 25일 연평도 해상 전진기지에서 해군 장병들이 긴급출동 명령을 받고 고속정으로 뛰어가고 있다. 이들은 늘 5분 출동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 해군]



북 어선 잇단 NLL 도발 … 긴장의 연평도 해군 해상기지 르포

25일 인천에서 뱃길로 3시간 남짓 거리의 연평도 앞바다. 가로 58m, 세로 18.5m의 대형 바지선이 떠 있다. 철제 구조물을 3겹 올려놓은 듯한 단순한 구조지만, 서해안을 지키는 고속정의 모항(母港)이다. 해군이 북한 도발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30여 년간 운영해 온 해상기지다. 작전활동 외에 인근 해역에서 조난당한 민간 선박의 구조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기지대장 황모 준위는 “연평도 항구는 수심이 얕아 고속정이 드나들 수 없어 바지선을 기지로 삼고 있다”며 “출동한 고속정들에 유류와 군수품을 보급하고 해상 감시도 한다”고 말했다. 바다에 떠 있는 항구인 셈이다. 축구장 5분의 1 면적의 이곳엔 하루에도 수차례 주변 해상의 고속정들이 들러 ‘볼 일’을 보고 간다.



 이곳에서 고속정들에게 공급하는 물은 하루 3만L, 일주일에 소비하는 김치는 200㎏이 넘는다. 계란도 한 달에 1만 개가량 소비한다. 해군 2함대 장석용(38·소령) 편대장은 “연평도 지역은 5분 안에 출동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며 “모항인 평택에서 출발하면 늦기 때문에 연평도 지역에선 전진기지를 모항 삼아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해상기지엔 승조원들의 편의를 위해 샤워실·이발소·매점 등이 있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체력단련실과 탁구장도 갖췄다. 하지만 이용자들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다. 이 때문에 탑승 인원을 줄이기 위해 누구나 1인2역을 하게 한다. 의무병이 의무실과 매점(PX)을 동시 관리하는 식이다. 해상기지는 사면 중 한쪽만 바다 바닥에 고정시켜 놓은 구조라 조류에 따라 이리저리 방향이 바뀐다. 이 때문에 승조원들은 해가 진 쪽에서 잠 들었다, 다음날 눈을 뜰 때 아침 해를 바라보는 일도 자주 있다고 한다.



 이 기지의 전략적 특성 때문에 해군은 위치, 제원, 시설, 탑승인원 등을 보안으로 묶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괴뢰해군 고속정들의 전진배치를 위한 연평도 해상기지’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해상에 떠 있는 해군 연평도 전진기지. [정용수 기자]
 최근엔 긴급출동 지시가 부쩍 늘었다. 25일에도 식사 중 출동명령이 떨어져 고속정 승조원들은 먹던 밥을 놔두고 긴급출항해야 했다. 고속정에서 바라본 연평도 앞 해상은 파고 1m 내외로 평온했다. 꽃게철을 맞아 어민들이 설치한 어망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고, 그물들 사이로 어선들이 다니며 조업을 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여느 어촌 마을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해군 함정 승조원들의 표정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평소에 보이지 않던 북한 어선들이 조업구역을 연평도 방향으로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를 태운 고속정의 수병들은 출항하자마자 K-6 기관총을 꺼내 좌우현에 각각 거치했다. 함포와 벌컨포를 싸뒀던 포장막도 제거해 언제라도 발사할 수 있게 했다.



 북한 어선들은 지난 12일 이후 일곱 차례나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다. 지난 21일에는 경고통신에 불응하다 수백 발의 벌컨포 경고사격을 받고서야 방향을 돌렸다. 북한 군은 해안포의 포문을 하루에도 수차례 열고 닫는가 하면 실제 사격훈련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해군 관계자는 “북한 함정이나 어선들이 NLL을 넘어올 수 있다는 가정이 요즘은 실전(實戰)으로 현실화됐다”며 “언제 북한 어선이 월선하고 북한군이 공격할지 모르기 때문에 함정의 승조원들은 항상 전투배치를 해놓고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석용 편대장은 “연평도 해상으로 나가는 것은 경계가 아니라 출전”이라며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아들은 ‘아빠 꼭 이기고 돌아와’라고 인사한다”고 말했다.



 승조원들은 평소에 비해 훨씬 강도 높은 긴장 속에 근무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순찰 임무를 수행 중인 한 고속정장은 “승조원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게 애로사항”이라고 말했다.



 한편 26일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주재의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북한의 우리 대선 개입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키로 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또 선거를 앞두고 북한의 정략적인 기획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고, 도발할 경우 강력하게 응징한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북한 어선의 NLL 침범도 기획 도발의 일부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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