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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시공 원스톱 … 공사비 10% 줄여

중앙일보 2012.09.27 00:53 경제 7면 지면보기
건설공사 전반을 관리하는 데서 한발 나아가 직접 시공까지 하는 책임형 건설사업관리(CM)가 중소 규모 건축주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한미글로벌이 책임형 CM 방식으로 지은 ‘서울대역 마에스트로’ 오피스텔. [사진 한미글로벌]
2008년부터 경남 남해군에 3500억원을 투자해 27홀짜리 골프장을 조성하던 H패션 J사장은 고민에 빠졌다. 골프장에 필요한 클럽하우스 때문이었다. 최고급 시설로 꾸미기 위해 독특한 외형의 고급 오피스텔인 서울 서초동 ‘부띠크 모나코’를 설계한 건축가 조민석씨에게 일을 맡겨 3차원 곡면 형태의 건물 설계를 완성했다.


한미글로벌 ‘책임형 CM’
3~5단계 하도급 없어 사업기간도 30% 줄어
건설사·사업주 윈윈

 그런데 공사기간이 문제였다. 내년 5월 골프장 개장 시기에 맞춰 문을 열기가 빠듯했다. 일반적인 공정으론 세부설계와 시공에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세부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책임형 CM’ 사업방식을 알게 돼 걱정을 덜게 됐다. 그는 “설계와 시공이 동시에 진행돼 공사비를 아낄 수 있고 공사 기간도 짧아져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업체가 각종 건설사업을 대행해 주는 건설사업관리(CM) 제도가 확산되는 가운데 특히 ‘책임형 CM’이 건축주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책임형 CM은 발주자 대신 협력업체와 발주자의 관계를 조율하는 등의 기존 사업관리뿐 아니라 직접 시공까지 해주는 것이다. 국내 1위의 CM 업체인 한미글로벌이 앞장서고 있다. 건설공사는 일반적으로 시공업체를 정한 뒤 여러 협력업체에 하도급이나 재하도급을 주면서 3~5단계에 걸쳐 공사 참여 업체 수가 늘어난다. 하지만 책임형 CM은 관리업체가 직접 공사를 하기 때문에 하도급 단계가 줄어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계약 단계에서 최대 공사비를 미리 확정하는 방식이어서 건축주는 원가 상승에 대한 걱정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만일 공사비가 늘어나거나 공사기간이 길어질 경우 CM 업체가 책임진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건축주가 계속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책임형 CM의 장점이다. 비용 절감을 통해 생긴 이윤은 발주자와 CM 업체가 나눠 가진다는 점도 특징이다. 한미글로벌은 “일반 공사 형태보다 비용을 최대 10%가량 줄이고 공사기간도 30%가량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공사비와 공사기간 부담이 커지면서 책임형 CM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이 회사는 보고 있다.



 실제로 대형마트·연구소·병원·대학교·오피스·공장을 비롯해 도시형 생활주택 등 주거용 건물까지 책임형 CM 형태로 발주되는 사업장이 늘고 발주 금액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충남 논산의 한 대형마트는 책임형 CM으로 공사를 진행해 공사기간을 32.5%, 공사비는 5.4% 각각 줄였다. 서울대 이현수(건축공학과) 교수는 “하도급 등 복잡한 단계를 거치면 자연히 공사비가 올라가게 된다”며 “책임형 CM은 건설경기 불황기에 건설사와 사업주가 ‘윈윈’할 수 있는 모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미글로벌은 앞으로 중소 규모의 민간 공사에만 집중돼 있는 책임형 CM의 비중을 대규모 민간 공사와 공공 공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사 이순광 사장은 “책임형 CM이 공공 공사에 적용되면 원가 공개 등 투명성과 품질 향상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건설사업관리



건설공사에서 발주자를 대신해 기획·설계부터 발주·시공·유지 관리까지 통합 관리하는 업무. 특히 책임형 CM(ConstructionManagement)은 CM업체가 공사비 최대한도와 공사기간을 미리 정해놓고 직접 시공하는 방식이다. 비용이나 기간의 초과분에 대해선 CM 업체가 책임지기 때문에 건축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CM은 1960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됐다. 한국에선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등으로 건설산업 불신이 커진 뒤인1997년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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