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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시위 … 그리스·스페인 심상찮다

중앙일보 2012.09.27 00:47 종합 12면 지면보기
사마라스(왼), 라호이



남유럽 위기 재연 조짐

‘남유럽 사람들의 인내심’. 독일계인 오트마르 이싱 전 유럽중앙은행(EC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시사주간지인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꼽은 유로존(유로화 사용권) 유지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재정긴축의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요즘 그리스·스페인 국민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 듯하다. 26일 그리스 노동계가 24시간 총파업을 단행했다. 공무원·교사·의사·간호사 등이 일손을 놓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하루 전인 25일엔 스페인 시위대가 의사당을 포위하기도 했다. 모두 추가 긴축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전에도 두 나라 국민이 저항하기는 했다. 하지만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파업과 시위가 안도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와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의 리더십을 시험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두 사람의 위기는 곧 소강상태인 유럽 위기의 재점화다.



 실제 두 사람의 리더십은 안팎의 시련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 그리스 사마라스 총리는 연정 붕괴 가능성에 시달리고 있다. 우파인 사마라스가 마련한 추가 긴축에 연정 파트너인 사회당과 민주좌파가 반발하면서다. 그 바람에 사마라스는 구제금융을 제공한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를 만족시킬 긴축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시간은 사마라스 편이 아니다. 그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가 열리는 다음달 8일까지 추가 긴축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단된 구제금융 315억 유로(약 45조3600억원)를 받을 수 없다. 이는 곧 국가부도를 의미한다.



 사마라스가 2013~14년 동안 지켜야 할 긴축 규모는 120억 유로 정도다.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한다. 이미 극심한 경기 침체와 실업에 시달리고 있는 그리스인들이 감내하기 버거운 긴축이다.



26일 그리스 아테네의 중심지인 산티그마광장에서 한 경찰이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맞아 몸 전체에 불이 붙었다. 이날 그리스 노동계는 정부의 추가 긴축안에 반발해 24시간 총파업을 단행하는 한편 화염병을 던지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아테네 로이터=뉴시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설문조사 결과 그리스인 절반 이상이 ‘트로이카 긴축 요구가 지나치다’는 쪽”이라며 “유로존 잔류를 지지하는 여론도 50% 이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연정에 참여한 사회당·민주좌파가 흔들리는 까닭이다. 사마라스가 이끄는 신민당은 의석이 128석으로 과반(151석)에 미치지 못한다.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없다. 좌파가 이탈을 선언하는 순간 사마라스 정권은 붕괴를 피할 수 없다.



 다음 수순은 극좌파인 시리자의 득세다. 이들은 현재 ‘트로이카와 맺은 모든 긴축 협약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시리자 지지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시리자의 집권은 곧 그리스 국가부도와 유로존 탈퇴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스페인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국민 저항에서 비롯된 지방정부의 반발에 시달리고 있다. 25일 카탈루냐 주지사인 아르투르 마스가 11월 조기 지방선거를 선언했다. 그는 “라호이 총리의 재정 간섭(긴축 요구)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며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묻는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주의회에 통고했다. 유럽 국채시장이 카탈루냐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26일 거래 시작과 함께 스페인 국채 값이 뚝 떨어졌다. 10년 만기 국채의 시장금리(만기 수익률)가 전날보다 0.2%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단숨에 연 6% 선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6% 이상을 위험수준, 7% 이상을 위기 수준으로 본다. 한 달여 만에 스페인 국채금리가 위험 수준에 다시 도달한 것이다. 스페인 주가도 장 초반 2% 넘게 빠졌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경제의 중심이다. 카탈루냐의 반발은 다른 지방정부들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애초 라호이는 지방정부 긴축을 근거로 중앙정부가 추가 긴축 없이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받을 요량이었다. 글로벌 시장이 기대하는 ‘요동 없는 스페인 구제작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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