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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 요가교실, 넉 달 기다려야 자리 난다

중앙일보 2012.09.27 00:38 종합 28면 지면보기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치매지원센터에서 노인들이 요가 수업을 받고 있다. 정원이 20명이라 참가하고 싶어도 못하는 노인이 많다. 아래 사진은 지난 14일~16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전국 어르신 생활체육 대축전의 배드민턴 경기.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축전은 폐지된다. 장주영 기자, [사진 국민생활체육회]
문강자(73) 할머니는 지난 5월부터 서울 서대문구 치매지원센터에서 주 1회 요가 수업을 듣고 있다. 문 할머니가 요가 수업에 참가하기까지는 상당한 곡절이 있었다. 처음 센터를 찾은 날은 이미 수업 정원 20명이 꽉 찬 상태였고, 문 할머니 말고도 대기자가 여럿이었다. 하반기 수업이 시작될 9월까지 넉 달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문 할머니는 수업 날 무작정 찾아가 “결석한 학생 대신 하루라도 들어갈 수 있게 해 달라”고 통사정했다. 센터는 결국 할머니의 열정에 두 손을 들고 정식 교육생으로 받아들였다.


나도 운동하고 싶다 ②노인
노인 체육 프로 참여 별따기 강사들도 처우 열악해 떠나
동호회 위한 대회 태부족 ‘어르신체육축전’마저 폐지

 한국은 이미 2000년에 인구의 7%가 65세 이상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지만 노인을 위한 체육 프로그램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근린공원 등 시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노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스포츠 복지’는 신통치 않다. 특히 복지관이나 경로당 등에서 실시하는 체육 프로그램이 많지 않아 참가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서울 시내 복지관이나 경로당 다수가 비슷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 한 복지관 관계자는 “대부분 지원자가 정원을 초과한다”며 “프로그램을 많이 개설하려 해도 맡길 지도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어르신 생활체육 지도자는 2006년부터 체육지도자 국가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선발해 왔다. 지역 생활체육회 소속으로 복지관 등 시설에 파견돼 프로그램을 맡는다. 현재 전국적으로 812명이 활동 중이다. 노인 인구(542만 명) 6600명당 1명꼴에 불과하다.



 그나마 있는 지도자들도 수시로 바뀐다. 박한 처우가 원인으로 꼽힌다. 지도자들은 주 20시간씩 수업을 하면서 월 기본급으로 150만원이 안 되는 돈을 받는다. 게다가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비정규직 이다. 서대문구 생활체육회 소속 홍란아(30)씨는 “4년제 학사 이상의 인력이지만 처우가 열악하다. 6년 동안 임금은 전혀 오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석사(체육교육학) 학위 소지자다.



 복지관을 찾는 대신, 동호회 활동을 하는 노인들도 불만이 크다. 동호인들을 위한 대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노인 체육인들의 가장 큰 축제인 ‘전국 어르신 생활체육 대축전(국민생활체육회 주관)’이 폐지됐다. 전국 생활체육 대축전과 행사 취지가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2~14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마지막 대축전에 강원도 자전거 대표로 나선 김은숙(73) 할머니는 “대회에 참가하면 20년은 젊어진 것처럼 활력이 생긴다”며 “1년에 한 번이라도 전국에 있는 노인들이 모이게 해주면 왜 안 되느냐”며 아쉬워했다.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65세 이상 자살률은 10만 명당 81.9명이다. 집에 홀로 있는 노인들은 고독감과 우울함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노인 체육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장주영·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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