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무 LG 회장, 임원세미나 한 달 앞당겨 소집
구 회장은 또 “빈틈없이 준비하고, 꾸준히 실행해 실제 상품을 만들 경우 결과로 철저히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LG는 사내에서 실적 경쟁보다는 원만한 합의를 중시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선호하는 인재를 유치하는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TV·스마트폰 등에서 경쟁사와의 시장점유율·수익성 격차가 벌어지며 우수 인재의 이탈이 문제로 떠올랐다. LG전자는 1만5000여 명의 휴대전화 사업부문 직원 가운데 1000여 명이 퇴직하거나 퇴직 의사를 밝히는 등 인력 유출에 시달리고 있다. 구 회장은 “조건이 맞지 않아 인재를 확보하지 못했다든지, 직원들이 실망해 LG를 떠나게 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할 것”이라며 “충분히 인정받고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보고나 회의는 획기적으로 줄이고 치열하게 논의해 결정사항은 반드시 실행하는 분위기를 만들자”고 덧붙였다.
LG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유플러스는 올 상반기에 55조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1조627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8% 이상 줄었다. LG전자와 디스플레이가 2분기부터 실적이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주력 제품인 TV 이익률이 2% 안팎에 그치고,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은 중국 ZTE에 밀려 5위 밖으로 떨어진 데다, 태양광 같은 신사업 쪽에서도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임원은 “비장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세계경제의 침체와 내수 위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평범한 성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근본적으로 체질과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자는 취지”라며 “인화(人和) 같은 고유의 기업문화를 버리지는 않겠지만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