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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선도 못하면 평범한 기업 돼 일하는 방식 근본적으로 바꿔라”

중앙일보 2012.09.27 00:29 경제 6면 지면보기
구본무 회장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라. 철저히 평가하겠다.” 구본무(67) LG그룹 회장이 계열사 임원들을 질타했다. 그는 26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린 임원 세미나에서 약 30분에 걸쳐 “대부분의 사업이 선도 기업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등 쓴소리를 했다. 구본준(61) LG전자 부회장, 강유식(64) ㈜LG 부회장, 김반석(63) LG화학 부회장, 이상철(64)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59) LG생활건강 부회장, 조준호(53) ㈜LG 사장 등 그룹 임원 300여 명 앞에서였다.


구본무 LG 회장, 임원세미나 한 달 앞당겨 소집

 이날 행사는 매년 10월 열리던 3분기 임원 세미나를 한 달 앞당겨 긴급회의 형식으로 연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시장을 선도하지 않으면 그저 평범한 기업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선도’를 강조했다. LG그룹에서는 이를 ‘그룹 미래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돌다리를 건널 때 현대는 최고경영진이 건너라면 무조건 건너고, 삼성은 두드려 본 뒤 건너고, LG는 다른 데가 건너는 것을 본 다음에 건넌다”는 말이 있다. 이렇게 뒤를 따르는 전략으로는 1류 기업의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 구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면 고객과 인재들에게 주목받지 못한 채 평범한 기업으로 남을 것”이라며 “지난 몇 년간 LG 역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준비를 해왔지만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스마트폰 등에서 시장의 변화를 이끌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구 회장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에 “OLED TV와 디스플레이 분야를 우선해서 계열사 역량을 결집한 글로벌 시장 선도사업으로 키우라”고 주문했다. 그는 “앞으로 모든 임원은 철저히 시장 선도 성과에 따라 평가하겠다”고 선언했다.



 구 회장은 또 “빈틈없이 준비하고, 꾸준히 실행해 실제 상품을 만들 경우 결과로 철저히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LG는 사내에서 실적 경쟁보다는 원만한 합의를 중시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선호하는 인재를 유치하는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TV·스마트폰 등에서 경쟁사와의 시장점유율·수익성 격차가 벌어지며 우수 인재의 이탈이 문제로 떠올랐다. LG전자는 1만5000여 명의 휴대전화 사업부문 직원 가운데 1000여 명이 퇴직하거나 퇴직 의사를 밝히는 등 인력 유출에 시달리고 있다. 구 회장은 “조건이 맞지 않아 인재를 확보하지 못했다든지, 직원들이 실망해 LG를 떠나게 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할 것”이라며 “충분히 인정받고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보고나 회의는 획기적으로 줄이고 치열하게 논의해 결정사항은 반드시 실행하는 분위기를 만들자”고 덧붙였다.



 LG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유플러스는 올 상반기에 55조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1조627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8% 이상 줄었다. LG전자와 디스플레이가 2분기부터 실적이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주력 제품인 TV 이익률이 2% 안팎에 그치고,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은 중국 ZTE에 밀려 5위 밖으로 떨어진 데다, 태양광 같은 신사업 쪽에서도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임원은 “비장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세계경제의 침체와 내수 위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평범한 성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근본적으로 체질과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자는 취지”라며 “인화(人和) 같은 고유의 기업문화를 버리지는 않겠지만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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