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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휴가 지금은 몰링 시대

중앙일보 2012.09.25 01:12
9월 2일 타임스퀘어 오픈 3주년을 기념한 ‘놀러와 콘서트’ 현장. ‘몰링’을 즐기는 몰고어들이 가수 싸이의 공연에 열광하고 있다.



가족 나들이, 연인 데이트…특별한 계획 필요 없다, 몰에 가면 심심할 틈 없다

요즘은 몰링 라이프가 대세다. 오랜만에 찾아온 황금연휴. ‘힐링’할 수 없다면 ‘몰링(malling)’으로 관심을 돌려보자. 복합쇼핑몰에서 영화를 보고 음악 감상이나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몰링’이라 한다. 지난 달 IFC몰(영등포구 여의도동)이 문을 열고, 10월 5일 스퀘어원(인천 연수구 동춘동) 오픈이 예정돼 있다. 올 가을은 ‘몰링’하기 적합하다.



현재 몰 트렌드는 ‘대형 숍과 편집숍’



우리는 약속을 잡을 때 “코엑스에서 만나”라거나 “디큐브시티에서 봐”라고 말한다. 김병훈(30·인천시 계양구)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주말 데이트 대부분을 복합쇼핑몰에서 소화하는 ‘몰고어(mall-goer)’다. 몰링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김씨가 자주 가던 곳은 타임스퀘어다. 최근엔 새로 문을 연 IFC몰도 이용하고 있다.



그는 “(몰을)산책 삼아 간다”고 말했다. 백화점은 부담스러운 반면 몰은 공간도 넓고 밝다. 또 안에서 밖이 보여 답답하지 않아 좋다. 데이트는 물론이고 친구들끼리 만날 때도 자주 이용하게 된다. 비단 김씨만의 일은 아니다. 몰을 걸으며 즐기는 ‘몰킹족’, 몰에서 바캉스를 보내는 ‘몰캉족’에다, 몰에서 휴식을 즐기는 ‘몰힐링’이란 말까지 새로 생겼다.



몰이 인기를 끈 이유는 ‘다양성’에있다. 백화점보다 보다 넓은 곳에서 더많은 브랜드를 볼 수 있어서다. 또 한 매장 안에서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훨씬 다양한 옷과 소품을 볼 수 있다.



타임스퀘어 MD기획을 맡았었고, 현재는 서부T&D에서 스퀘어원 기획과 운영 총괄을 맡고 있는 오창룡 본부장은 현재의 트렌드를 ‘대형 숍과 편집숍’이라고 꼽았다. 단순히 매장만 커지는 게 아니다. 남녀노소 고루 구색이 맞는 상품을 전체 코디네이션이 잘 보이도록, 브랜드 컨셉트에 맞게 비치하는 일이다.



사실 SPA 열풍을 일으킨 자라가 4년 전 문을 열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브랜드들은 잘 팔리는 상품 위주로 구성해 백화점에 맞춰 왔다. 오 본부장은 “브랜드는 있지만 정체성은 표출되지 않았던 때”라고 표현했다.



고객 동선 생각한 MD 구성이 몰의 핵심



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인상이다. 입구에 막 들어서 무심코 주위를 둘러봤을 때 ‘새롭다’라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가장 ‘핫’한 (혹은 새로운) 브랜드가 보기 좋게 늘어서 있어야 한다. 이렇게 브랜드들이 눈에 잘 띄도록 적절히 구성하는 것을 ‘MD 구성’혹은 ‘MD믹스’라 한다.



과학적인 MD구성이야말로 몰의 핵심이다. 글로벌 브랜드가 한쪽에 치우쳐도 안 되고 잘 나가는 브랜드가 뒤 로 빠져도 문제다. 스포츠 매장 옆은 작은 소품 가게가, 건너편에는 새로론칭한 화장품 브랜드가 들어간다. 그길 가장 끝으로 걸어가면 젊은이들이 미팅을 할 수 있는 카페가 보인다. 무작위로 섞여 있는 것 같지만, 치밀한 계산으로 배치된다.



MD구성이 중복된 사례는 코엑스몰이다. 코엑스몰은 현대아이파크몰과 같이 국내 몰의 1세대로 분류된다. 1세대 몰들은 임대가 아닌 (동대문의 쇼핑몰처럼)분양형으로 시작했다. 분양주는 잘 나가는 브랜드를 넣는 게 최우선이다. 비슷한 컨셉트의 가게가 나란히 들어서는 일이 일어나기 쉽다. 몰의 성격을 좌우하는 전체 MD구성 역시 살 필 수 없게 된다.



구성을 아무리 잘해도 막상 당사자인 브랜드가 그 자리를 원치 않을 수도 있다. 오 본부장은 “키 브랜드가 어느 위치에 깃발을 먼저 꽂느냐에 따라 MD구성의 어려운 실마리가 풀리곤 한다”고 덧붙였다. 적절한 MD구성은 몰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쇼핑몰 컨셉트 확실히 못박은 3세대 몰



2세대를 연 것은 3년 전에 문을 연 타임스퀘어다. 현재의 몰 트렌드를 선두 한 곳이기도 하다. 호텔과 오피스,영화관과 서점, 그리고 백화점을 두루 갖춘 타임스퀘어는 분양이 아닌 최초 100% 임대형으로 시작했다. 명품과 SPA형 브랜드를 적절히 구성한 점도 당시 인기 요인이었다. 1년 전에 오픈한 디큐브시티 역시 2세대에 속한다. 스트라디바리우스나 풀엔베어처럼 국내 처음 론칭한 SPA 브랜드 입점으로 화제가 됐다.



백화점이 끼어 있거나 백화점의 형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게 2세대라면 3세대는 온전히 쇼핑몰로만 구성된 게 특징이다. IFC몰은 백화점을 과감히 포기했고, 터브먼이라는 쇼핑몰 운영전문회사를 따로 둬 ‘쇼핑몰’이란 컨셉트를 확실히 하고 있다.



스퀘어원도 백화점과 호텔, 쇼핑몰, 오피스텔이 합쳐진 몰과 달리 단일 건물로 이뤄진 복합쇼핑몰이다. 스퀘어원은 규모만으로도 이미 압도적이다. 한 층 면적이 축구장 4배 크기다. 건물 부지면적이 4만8,023㎡, 연면적이 16만9,052㎡로 총 170여 개의 브랜드가 입점할 예정이다.



몰의 진화에 따른 몸살도 예상되고 있다. 오 본부장은 “국내 복합쇼핑몰은 아직 과도기”라고 언급했다. 몰에 들어갈 만한 다양한 브랜드가 부족해서다. IFC서울 리테일 자산관리를 맡고 있는 AIG코리안부동산개발 안혜주 전무 역시 “백화점 중심의 국내 시장에서 복합쇼핑몰의 정착은 힘든 일”이라며 “몰이 자리를 잡으면 상권자체가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 전무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켓을 정확히 이해하고 접근해야”한다며 “한국시장과 더불어 국제지식을 갖춘 쇼핑몰 개발과 운영을 위한 인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사진=경방 타임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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