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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낭만 ‘노천카페’ 여기는 합법 저기는 불법

중앙일보 2012.09.25 00:57 종합 24면 지면보기
서울 석촌호수길엔 노천카페가 많다. 관광특구 지정 이후 영업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사진 송파구]
21일 오후 1시쯤 서울 송파구 송파동 석촌호수길 앞의 B커피숍. 주변 직장인들이 식사 뒤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몰려들었다. 커피를 받아 든 이들은 매장 내부가 아닌 외부에 마련된 테라스(노천카페)로 서둘러 향했다. 테라스에 놓여있던 테이블 여섯 개가 금방 찼다. 직장인 최지혜(30)씨는 “매장 안보다는 밖에 앉아 석촌호수 풍경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 게 훨씬 좋다”고 말했다. 커피숍의 홍경희 매니저는 “지난 5월 테라스를 설치한 뒤 고객들이 너무 좋아해서 원래 세 개였던 테이블을 최근 여섯 개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건물과 보도 사이 공간
서울 지역, 활용 기준 제각각

 시원한 가을 바람과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서울 도심 곳곳에서 노천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노천카페는 미국이나 유럽의 대도시에선 관광객들이 꼭 들러 즐겨봐야 할 명소로 자리 잡았다.



 서울은 송파구의 잠실관광특구에서 특히 노천카페 영업이 늘고 있다. 올 3월 특구 지정 이후 송파구는 5월부터 석촌호수길을 중심으로 노천카페 같은 옥외 영업을 허가했다. 이 덕분에 관광특구 내 690개 음식점·커피숍·제과점 가운데 160곳이 노천카페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나병화 송파구 보건위생과장은 “노천카페가 많이 들어서면서 관광객이 늘고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구들도 거리 가꾸기와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노천카페를 활성화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현행 도로점용 조례상 공공보도에는 노천카페를 설치할 수 없다. 대신 전면공지를 활용해야 하는데 여기에 장애물이 많기 때문이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전면공지 이용은 시가 획정하는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정해진다. 청계천에서 영업 중인 노천카페만 보더라도 해당 건물의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영업이 가능한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으로 나뉜다. 한 구청의 관계자는 “노천카페가 많이 들어서면 경관 개선과 영업 활성화 등 여러 효과가 있어 적극 추진하려 해도 제한 규정들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에선 노천카페를 중요한 관광 자원으로 인정해 전면공지 같은 공간의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특히 뉴욕시는 도로의 보행수준등급을 6단계로 나눠 상위 3단계에서는 노천카페를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길거리 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서울시가 전면공지 활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도년(건축학) 성균관대 교수는 “서울 도심에서도 노천카페가 활성화되도록 세부적인 기준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며 “건물 저층부에 노천카페 등을 설치할 수 있는 업종을 전면 배치해 서울 거리에 활력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천카페 활성화 못지않게 시민 보행권 확보도 중요하다”며 “여러 상황을 감안해 전면공지 활용방안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면공지(前面空地)=건물과 공공보도 사이 공간. 일반미관지구 등으로 지정된 구역에서 보도 3m 이상 뒤로 건물을 후퇴해 짓도록 하면서 생겨났다. 개인 사유지이지만 사실상 보도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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