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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쇼핑유랑기 ③ 똑똑한 주부는 빌려 쓴다

중앙일보 2012.09.25 00:40
렌탈로 세탁이 어렵고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한 제품을 전문가로부터 꾸준히 관리 받을 수 있다.



무상 AS받으며 고가 전기레인지 쓰고, 위생관리 받으며 매트리스 사용

새삼 정수기와 비데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이미 기본 아이템이 된지 오래. 각종 생활물가가 급등하면서 ‘렌탈’ 시장은 제 2의 전성기를 맞게 됐다. 안마의자, 고급 오디오, 고가 전기레인지 등의 가전제품부터 매트리스, 주방 후드와 같은 관리가 필요한 상품까지. 고물가·고유가 시대의 소비심리 위축과, B2C 시장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B2B 기업 마케팅 전략의 합작으로, 현재 우리나라 렌탈시장의 규모는 한국렌탈연구소 추정 10조원이다. 높아진 안목에 비해 야속한 주머니 사정, 해답은 렌탈에 있었다.



불경기, 신제품 쓰고싶은 욕구 렌탈로 충족



 아이들의 학원가에는 ‘허’ 번호판을 단 차량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집안의 세컨카 개념, 즉 자녀들을 학원에 데려다 줄 용도로 차량을 사용하는 주부들이 렌터카 서비스를 적극 이용한 결과다. KT금호렌터카 측도 “영업용 상품이 아닌 개인장기렌터카 부분의 매출이 지난 5년 대비 7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히며 그 일등공신으로 주부들을 꼽았다. 고객의 인수 전까지 렌터카 업체의 자산으로 등록되기 때문에 보험료와 취·등록세가 감면되고 차량 수리비 역시 업체 부담이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를 상대로 B2B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던 KT렌탈은 지난 2월부터 이마트와 함께 장기 가전렌탈 서비스를 시작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생활가전 품목 외에도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골드문트 오디오 등 고가의 소비제품도 속속 추가하고 있다. 렌탈의 강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목돈을 들여 구매하기 어려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안마의자, 노트북, 디지털피아노 등의 렌탈 유통을 담당했던 GS샵도 “불황이 길어지면서 렌탈 실적도 실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07년 연간 3만 건이던 렌탈 관련 주문상담 전화는 5년이 지난 현재 16만 건으로 5배 이상 증가했고, 최근 3달간의 실적만 봐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TV홈쇼핑은 방송 평균 1400건의 상담신청이 들어왔고, 온라인 GS렌탈샵을 통한 상담신청 건수는 월 평균 1500~2000건이다. 롯데홈쇼핑에서 렌탈상품의 잭팟을 터트린 것은 고가 전기레인지다. 3년간 월 4만9900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기간 동안 무상 AS를 받을 수 있는 독일 명품 가전‘틸만 전기레인지’는 방송 1시간 동안 총 주문금액 37억원을 기록했고, 이는 롯데홈쇼핑 측의 목표 대비 300%를 달성한 수치였다. “경기불황에도 소비 시장은 계속해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자극해 돈을 쓰게끔 만들고 있다”는 LG경제연구원의 김나경 선임연구원은 “렌탈이 신제품을 쓰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약정기간 끝나면 갖고 있던 제품 소유권 이전



 웅진코웨이가 침대 매트리스 렌탈서비스를 론칭하면서 에이스침대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게 침구 관계자들 사이의 평이다. 매트리스에 위생관리의 개념을 덧입힌 결과, 아기를 기르는 30대 젊은 주부들이 큰 반응을 보였다. 웅진코웨이 측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호응이었다. 서비스 개시 1년이 채 안된 현재 4만 8천 계정을 관리하게 되면서, 애초 300명으로 시작한 매트리스 위생관리전문가 홈케어 닥터조직의 인력을 조만간 1500명까지 대폭 충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파트 입주 시 빌트인 가전으로 들어있는 주방 후드에도 렌탈, 그리고 관리의 개념이 도입됐다.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하츠의 김성식 대표는 “후드의 찌든 때를 방치할 경우 그것이 냄비 안으로 고스란히 들어갈 수 있고, 요리할 때 발생하는 유해가스가 주부들의 건강을 해치는 제 1의 원인”이라며 “후드 사용의 중요성과 관리의 필요성을 전파하기 위해 후드 렌탈 서비스 ‘하츠의 숲’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3년간 월 1만9900~3만6900원의 렌탈료를 내면 4개월에 한번씩 후드 전문가가 집으로 방문해 알루미늄 필터를 교체해주고 후드의 내·외부를 청소해주면서 주방 전체에 피톤치드 항균 코팅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쯤에서 한가지 의심 가는 사항이 있다. 렌탈 상품이면 헌 상품을 넘겨받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약정기간 동안 일정금액의 렌탈료를 지불하면 새 제품을 제공받는 것이 원칙이다. 렌탈기간이 끝나면 갖고 있던 제품은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하다. 렌터카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은 약정기간이 끝나면 고객에게 소유권이 이전되고, 렌터카의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고 반납하거나 차 가격의 65%를 추가 부담하고 인수할 수 있다.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사진=웅진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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