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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럼] 관광공사 면세점은 왜 철수할까

중앙일보 2012.09.25 00:39 경제 10면 지면보기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내수 경기가 무척 안 좋다. 백화점과 마트 둘 다 매출이 감소하는 아주 드문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재미 보는 곳이 있다. 면세점이다. 외국 관광객 덕이다. 롯데·신라 면세점은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약 30% 증가했다. 면세점에서도 내국인 매출은 감소했지만 중국인 매출은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한국관광공사 인천공항 면세점은 내년 2월 문을 닫는다. 2002년 공항 개항과 함께 시작했지만 장사를 그다지 잘 하지 못했다. 민간 면세점에 비해 실적이 처졌다. 공기업이라 여러 제약이 있었던 데다 외국 손님이 즐겨 찾는 명품 브랜드를 많이 확보하지 못한 결과다. 그러자 정부는 2008년 관광공사에 대해 면세사업 철수 결정을 내렸다. 민간이 잘 할 수 있는 일에 굳이 공기업이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이걸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국산품을 많이 취급하던 곳이 문을 닫으면 납품업체들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일은 이미 민간 면세점들이 대신하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팔리는 국산품 중 관광공사 비중은 지난해 19%에 그쳤다. 나머지는 롯데·신라 면세점이 담당했다. 화장품을 비롯해 홍삼·압력밥솥·김·김치 등 다양한 품목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덕에 2007년 3500억원이던 국산품 매출은 지난해 약 1조원으로 불어났다.



 면세점은 일종의 중계무역 기지다. 명품 등 외국 제품을 국내로 통관하기 전에 팔기 때문이다. 이익이 나는 만큼 달러가 국내로 유입된다. 서비스업이라 고용 창출 효과도 크다. 현재 면세점 업계 종사자는 1만5000명에 이르고, 이 중 3분의 1이 중국인 수요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모름지기 장사는 고객이 찾는 물건을 갖다 놔야 한다. 롯데·신라 면세점은 손님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다양하게 구비한 덕에 문전성시다. 여기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은 자연히 국산품도 사간다. 면세점이 외국인에게 질 좋은 한국 제품 판매처로도 자리 잡았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면세점을 색안경을 끼고 본다. 명품 소비나 부추긴다는 것이다. 가난할 때 옷은 그저 몸을 감싸는 것이지만 여유가 생기면 디자인과 컬러를 따지게 된다. 소득이 늘면 고급품을 찾게 마련이다. 갖고 싶은 명품을 싸게 파니 고객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 특히 중국과 일본인들은 한국 면세점에 군침을 흘린다. 명품 브랜드 가격이 자국보다 대략 40%나 싸기 때문이다. 인접국이라 비행기 요금도 저렴하다. 마침 원화에 비해 위안화와 엔화 가치는 높은 편이다. 한국에 와서 물건을 사면 여행 경비가 충분히 빠진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두 나라 관광객이 한국을 찾는 첫째 이유는 쇼핑이라고 한다. 외국인이 많이 오면 국내 호텔과 음식점, 여행업계는 덩달아 좋아진다.



 면세점은 해외에서도 활황이다. 전 세계 면세 시장은 지난해 460억 달러 규모로 전년보다 18% 성장했다. 부동의 1위 업체는 프랑스 LVMH그룹의 미국 자회사 DFS다. 지난해 매출이 45억 달러로 2위 하이네만(31억 달러·독일)과 3위 듀프리그룹(30억 달러·스위스)을 저만치 따돌렸다. 롯데(25억 달러)는 6위, 신라(14억 달러)는 9위였다. 한국 면세점은 아직도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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