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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에만 한국에 2억 달러 뿌릴 요우커 … 3년 뒤엔 1억명 해외나들이

중앙일보 2012.09.25 00:34 종합 12면 지면보기
서울 합정동에 있는 한 외국인전용매장에서 22일 중국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마포일대에만 이런 매장이 40여곳으로 늘었다. [김형수 기자]
24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330㎡(약 100평) 규모의 한 외국인관광객전용 면세판매장.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 40여 명이 몰려 북적거렸다. 대부분 양손에 쇼핑백을 가득 들고 있었다. 중국 관광객 류징춘(劉京春·32)은 “이곳에서만 80만원어치의 보습제·비비크림 등을 샀다”며 “품질이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점장 성모씨는 “하루에 요우커 1000~2000명이 와 정신이 없다”며 “보통 한번에 30만원 이상씩을 사가곤 한다”고 말했다.


내수가 미래다 ③ 쓸 사람이 없다
중국인 특수에 동대문 다시 활기…마포엔 면세점 40여 곳 타운 형성
10%만 유치해도 1000만 명 시장… 가격 이상의 관광 경쟁력 갖춰야

 중국발 ‘마포 르네상스’가 열리고 있다. 10곳이 채 안 되던 연남·합정·연희동 등 마포구 일대 중국인 상대 소규모 면세점은 최근 3년 새 40여 곳으로 늘었다. 관할 세무서와 구청에 ‘외국인관광객전용 면세판매장’으로 등록만 하면 차릴 수 있다. 어떤 가게는 20분 만에 500만원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국내 제품만 팔 수 있는데 중국인들은 주로 국산 중저가 화장품과 홍삼 같은 건강식품을 주로 찾는다고 한다.



 마포 르네상스뿐이 아니다. 중국인은 온라인 쇼핑몰에 내국인 소비자를 빼앗겼던 동대문도 바꾸고 있다. 지난해 동대문을 찾은 중국인은 하루 3200명, 이들은 하루 평균 27억원을 쓰고 갔다. 이들을 잡기 위해 건물만 지어놓고 5년간 개점 휴업이었던 쇼핑몰까지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내년 3월 개장 예정인 쇼핑몰 패션TV가 대표적이다. 지하 6층, 지상 13층의 이 쇼핑몰은 2007년 준공 이래 비어 있었다. 중국인 특수(特需)를 노린 롯데자산개발이 리모델링 중이다. 롯데자산개발은 이 쇼핑몰에서 일할 1700여 명을 중구청 일자리플러스센터에 등록된 구직자를 대상으로 우선 선발할 계획이다. 중국 손님이 이곳에서만 일자리 1700여 개를 창출한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동대문 인근 노점상들까지 웬만큼 중국어를 구사할 줄 알게 됐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오토바이 택배회사도 성업 중이다. 동대문수출지원센터 구매안내소 오지연(32)씨는 “관광객뿐 아니라 동대문 옷을 사 중국으로 부치는 중국 상인이 늘면서 해외 배송을 대행하는 에이전시도 100여 곳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중국 관광객은 병원과 호텔도 바꾸고 있다. 롯데시티호텔김포공항과 척추전문병원 우리들병원은 23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우리들병원에 묵는 외국인 환자의 호텔 요금을 할인해 주는 내용이다. 병원·호텔이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손을 잡게 만든 것이다. 김포공항 안에 있는 우리들병원은 호텔에서 차로 3분, 도보로 10분 거리다.



 명동에서 시작한 중국 관광객 특수 현상은 마포에서 동대문까지 외연을 넓히면서 이처럼 내수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이젠 내수의 개념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에 외국인이 와서 돈을 쓰면 그게 내수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좁은 땅덩어리에서 내국인만 상대할 게 아니라 사람을 불러들여 관련 경제를 일으키는 내수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국가여유국(NTA)은 2015년까지 1억 명의 중국인이 해외로 관광을 떠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 1억 명을 국내로 끌어들여야 한다. 1억 명 중 10%만 유치해도 1000만 소비자가 생기는 것이다. 지난해 해외로 나간 중국 관광객 6300만 명 중 한국은 222만 명인 3%를 유치하는 데 그쳤다. 서울시 박진영 관광과장은 “이 1억 명을 잡으려고 전 세계에 전쟁이 붙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관광객은 손도 크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쓴 비용은 1인당 평균 1558달러(약 175만원)다. 미국인(1292달러)과 일본인(1072달러)보다 훨씬 많다. 이달 29일부터 10월 7일까지 이어지는 중국의 중추절~국경절 휴가 때 중국인들이 한국에 뿌리고 가는 돈만 2억 달러가량 될 것으로 한국관광공사는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중국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싼 가격이나 어정쩡한 서비스만으로는 이들을 오래 붙들어 놓을 수 없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은 “중국 쇼핑몰에 가봤더니 한국보다 더 화려하더라”며 “가격으로 승부하는 것은 오래 못 가니 미용과 연계된 의료 등 부가가치 높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돈을 많이 쓰는 VIP들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작은 성형 병원들은 돈 많은 중국인을 끌어들이기 위해 개별적으로 브로커를 쓰는 경우가 많다. 문병준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소형 병원들을 네트워크화해 조직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인뿐이 아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2시간 이내엔 인구 100만 명 이상 거대 도시가 모두 41개나 된다. 잘만 활용하면 인구 3억 명의 거대 내수시장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3억1160만 명)과 맞먹는 규모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한국이 이들을 끌어들이려면 관광객·방문객까지 고려한 도시·환경·교통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서경호(팀장)·최지영·김영훈·김준술·장정훈·한애란·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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