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론] 애 낳기 좋은 나라 만들기

중앙일보 2012.09.25 00:28 종합 37면 지면보기
김소윤
연세대 교수·의료법윤리학
유엔인구기금의 2011년 세계인구현황 보고서를 보면 세계 인구는 69억7400만 명. 한국은 4840만 명으로 25위다. 한국 출산율은 2005년 사상 최저인 1.08로 떨어진 뒤 약간 증가하여 지난해 1.24명이다.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이대로 가면 인구는 2023년 5068만 명을 기록한 이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05년부터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그나마 아이를 가져서 출산하려는 임신부들이 여전히 이런저런 어려움에 부닥친다. 지방 임신부가 오토바이를 타고 인근 대도시로 애를 낳으러 가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시·군·구가 54곳이나 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어느 정부든 출산은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나섰지만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분만실을 닫는 산부인과가 급속히 늘고 있다. 매달 분만 건수가 15건이 안 되는 산부인과가 360곳이나 된다. 분만 산부인과의 절반가량 된다. 이들이 분만실 문을 닫지 않게 돕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그러려면 예산으로 이들을 지원하거나 건강보험 수가를 올려줘야 한다. 문을 닫은 뒤 다시 문을 열게 하려면 돈이 더 든다. 사전 예방적 정책이 더 효율적이다.



 분만을 담당하는 의사들이 곳곳에 적절하게 배치될 수 있게 하려면 의료사고 위험을 사회가 분담해줘야 한다. 요즘 분만사고가 생기면 병원 문을 닫아야 한다. 이런 일을 당해 자살한 산부인과 의사도 있다.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사고가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의료분쟁조정법이 4월 시행되면서 내년 4월부터는 출산 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일부를 보상해주는 제도가 시행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다만 비용을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담하도록 돼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불만이 높다.



 우리보다 저출산과 분만 인프라 붕괴를 먼저 경험한 일본을 최근 방문한 적이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출산 지원에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산모 개인당 약 700만원 이상의 출산 관련 비용을 지원해 준다. 불가항력적 분만사고 보상금도 국가가 다 부담하고 있다. 그리고 불가항력적인 분만사고가 일단 일어난 후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뭘 개선해야 하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해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우리가 참고할 만한 일본의 좋은 제도로 주목할 만한 것은 지방에 근무하는 의사를 자체적으로 양성한다는 점이다. 장학금을 줘서 그 지방에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한다. 산부인과 의사도 그렇게 양성한다. 일본은 부족한 의사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나라 산부인과 의사들까지 일본으로 와 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아직까지 임신과 출산, 양육이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로 취급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정부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인구와 출산은 국가 미래가 걸린 중대사다. 예를 들어 임신을 원하지만 생물학적인 이유로 그게 잘 안 되는 난임(難妊) 부부가 있다면 다른 어떤 정책에 앞서 지원해야 한다. 인공수정에 들어가는 비용은 당연히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여성들이 휴직을 해야 하는 경우 거부감 없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휴직 기간 중 여성 근로자의 임금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양육에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자기 성취에 출산이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되면 여성은 임신을 하지 않으려 든다. 이제 우리 사회 전체가 임신과 출산, 양육에 책임을 느끼고 제도를 재점검할 때가 됐다.



김소윤 연세대 교수·의료법윤리학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