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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1조원 넘게 날린 개인 투자자, 원인은…

중앙일보 2012.09.25 00:11 경제 3면 지면보기
대표적인 정치 테마주가 줄줄이 급락하고 있다. 그동안 관련 정치인의 지지율에 따라 주가가 널뛰기를 했다. 하지만 요즘엔 여야, 지지율과 상관없이 대선 후보 관련 테마주가 모두 한꺼번에 곤두박질치고 있다.


안랩 주가 5거래일 만에 36% 하락
박근혜 테마주 EG 4만원대로
문재인 관련 ‘우리들…’ 1000원대로

 안철수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안 후보의 대표적 테마주인 안랩 주가는 24일 8만4900원에 마감했다. 전날보다는 1만4900원, 5거래일 만에 36%(4만7500원)나 하락했다. 안랩뿐이 아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테마주인 EG는 4거래일 연속 하락한 끝에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다시 4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이 회사 주가는 새누리당이 승리한 4·11 총선 이후 줄곧 6만~7만원대를 넘나들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테마주인 우리들생명과학 역시 4거래일 만에 3000원대에서 1000원대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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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은수 금융감독원 테마주특별조사반장은 “각 당 대선 후보가 결정된 이후 정치인과 인맥으로 연결된 정치 테마주의 열기가 급속하게 사그라지고 있다”며 “그러나 정치 테마주 자체가 사라졌다기보다는 인물에서 정책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누구와 무슨 사이라더라’는 식의 테마주 광풍은 수그러드는 대신 여야 대선 공약의 중심에 선 경제민주화 테마주가 부상하는 식이다. 하 반장은 “정책 테마주라는 것도 실제 정책에 기반한다기보다는 인맥 테마주와 마찬가지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묻지마 투자”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출마 선언을 기점으로 안랩 주가는 뚝 떨어졌지만 거래는 오히려 크게 늘었다. 지난달 하루 평균 30만 주 정도의 거래량을 보였지만 24일엔 173만 주까지 치솟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안철수 출마 선언 전후로 거래량이 크게 늘어났다”며 “시세조종 세력이 차익을 실현하고 나간 뒤 개인투자자가 달려들어 뒤늦게 주식을 파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미 주가가 급락한 뒤라 이 같은 추종매매로 손실을 만회하긴 어렵다. ‘한탕’을 노리고 ‘폭탄 돌리기’ 게임에 뛰어든 테마주 투자의 결말이다.



 금융감독원 분석도 이 같은 결말이 이미 예고된 것임을 보여준다. 24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 5월까지 1년 동안 대표적인 정치 테마주 35개의 실제 매매손실 계좌를 확인했더니 무려 200만 개 가까운 계좌에서 1조5494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외국인 계좌를 제외하고 손실의 99% 이상이 개인투자자 계좌였다. 이 중엔 한 계좌에서 26억원의 손실을 본 경우도 있었다. 주가가 떨어져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 기간 동안 평균 93% 올랐다. 주가 상승률 469%로 가장 높았던 안랩의 경우에도 한 계좌에서 18억원의 손실을 본 것을 포함해 모두 2641억원의 손실을 봤다.



 각 당 경선 과정에 테마주로 부각됐던 각 후보 관련 테마주 48개는 경선 종료 후 테마 소멸로 주가가 평균 47.2% 하락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반 토막이 난 셈이다.



 그렇다면 새로 떠오르는 테마주의 결말은 어떨까. 올 6월 이후 새롭게 부각하고 있는 정책 관련 정치 테마주 16개의 최근 3개월간 주가 상승률은 161%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벌써 20만 개 계좌에서 670억원의 손실을 봤다. 아무리 테마주 주가가 올라도 개인이 돈 벌기 어렵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테마주 투자는 관련 테마가 사라지면 주가 거품이 빠져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며 “테마주 투자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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