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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경험 많고 믿을 만” “安·文 둘 다 깨끗..합쳤으면”

중앙선데이 2012.09.23 01:35 289호 3면 지면보기
경기 안양 동안갑 선거구는 유권자의 표심이 역대 대선 결과와 닮아 ‘족집게 선거구’로 불린다. 22일 안양 시민들이 동안로에 걸린 동안구선관위 현수막 아래를 지나고 있다. 안양=조용철 기자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던 20일 오후 경기 안양시 동안구 비산사거리. 버스 정류장 앞 노점에서 강냉이를 팔고 있는 김종선(62·비산1동)씨에게 “연말 대선에서 누구를 찍으려 하느냐”고 묻자, 답변이 속사포다. “박근혜를 찍으려고 해. 아버지가 잘해서 딸도 잘할 것 같아. 박정희 대통령만한 사람 없었어. 독재했다고 하는데 어쩔 수 없는 선택 아니야. 배고픈 시절엔 밥 먹이는 게 중요하지. 문재인이나 안철수가 배고픈 사람 심정을 알겠어. 배부른 사람은 잘 몰라.”
하지만 옆에서 아버지와 함께 장사를 하던 아들 김수동(28)씨의 생각은 달랐다. “난 안철수가 좋아요. 정치판이 다 썩었는데 그런 때 안 묻어서요. 깨끗하게 정치를 잘할 것 같아요. 전엔 노무현 대통령을 찍었는데 이번엔 문재인보다 안철수에게 마음이 가네요. 당(黨)보다 사람이 우선이죠.”

‘대선 족집게 선거구’ 안양 동안갑 현장 르포


“박 대통령 덕분에 우리가 이만큼 산다”
안철수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다음 날 동안갑 선거구의 거리에선 안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흘렀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안 후보를 통해 풀어내고 싶어 했다. 야권 후보 지지자들은 대선 승리를 위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안 후보의 단점을 거론하는 사람도 많았다.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마트에 물건을 사러나온 유수복(49·자영업)씨는 “안철수 교수는 이미지는 좋은데 검증이 안 됐잖아. 그리고 맑은 물에 있다가 정치란 구정물에 들어와서 제대로 헤쳐나갈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비산사거리 인근 정육점에서 일하는 유성열(34·비산1동)씨는 “세 후보 가운데 안철수 후보가 젊은 사람들과 소통을 가장 잘할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고지식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가 룸살롱 갔다는 말도 있지만 일하면서 술을 먹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대통령이 돼 일자리·복지 문제를 잘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마트 안양점 입구에서 만난 이인범(72·비산1동)씨는 단일화를 기대했다. “문재인 아니면 안철수를 찍으려고 해. 어제 테레비에서 안철수 출마 선언하는 것을 보니, 마음에 쏙 들게 말 잘하더라. 단일화되면 대통령 될 것 같아. 문재인도 괜찮다. 남자답지 않나. 특전사 출신에 폼도 좋다”며 “안철수·문재인 둘 중 하나면 된다. 난 단일화되는 사람은 누구든 찍을 거야. 하지만 둘 다 나오면 지는데 걱정이다”라며 혀를 찼다.

평촌 시립도서관에서 만난 20대 남학생은 “어쨌든 새누리당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안철수와 문재인 두 후보가 단일화해야 하고, 결국엔 할 것으로 본다”며 “개인적으론 안 후보로 단일화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40대 후반의 남성도 “예전에 김대중·김영삼 단일화 못해 지지 않았느냐. 대선 앞두곤 단일화해야 한다”고 거들었다.중장년층과 여성들에게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컸다. 박 후보 얘기를 꺼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의 정치 경험을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도 컸다.

부림동에 사는 김용욱(69)씨는 “박 대통령 덕분에 우리가 이만큼 사는 거다. 어려움 겪은 우리 세대는 다 안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보고 배웠으니 박근혜가 누구보다 잘할 거다”고 말했다. 동안갑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관양시장에서 만난 분식집 주인 이모(49·여·관양1동)씨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정치를 해 왔으니 경륜이 있지 않나. 믿을 만하고”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안철수, 문재인 후보는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답변이 냉소적이다. “안철수가 출마 선언 하는 거 봤는데 꼭 문재인 물멕이려는 것 같더라. 문재인도 좋기는 한데, 노무현 대통령처럼 될 것 같아. 뭘 하려 해도 잘 풀리지 않는….”

마침 가게에 놀러온 40대 후반의 이웃 상인도 박근혜 후보를 좋아한다고 했다. “최근 성폭력 사건이 많은데 여자들은 그런 거 보면 무섭다. 여성 후보니까 그런 문제를 더 잘 풀 것 같다. 여성 대통령도 멋있다.” 같은 날 비산사거리 버스 정류장에서 우산을 들고 딸을 기다리던 주부 이영순(53)씨는 “박근혜가 정치에 나온 지 오래됐고, 약속 잘 지키고 국민들 우롱하지 않을 것 같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예전과 달리 누굴 찍겠단 말 드물어”
전체적으론 세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많았지만 정치 불신도 상당했다. 관양시장 입구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윤모(62·관양1동)씨는 “이젠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서민을 위하는 거, 통일 이런 쪽에서 노무현 대통령한테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질적으로 이뤄진 게 없다. 안철수 교수는 뭔가 할 것 같기는 한데 결과적으로 못할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실망했던 것처럼 실망만 할 것 같다”고 했다. 여야 대선주자들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서도 냉소적인 지적이 나왔다. “와 닿지도 않고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다. 사회가 이미 체계가 딱 잡혀 있는데 경제민주화 한다고 뭐가 바뀌겠어….”

거리에서 만난 공무원 출신 이모(60·비산2동)씨는 “찍을 사람이 없다”며 세 후보 모두 못마땅해 했다. “안철수는 착한 것 같은데, 그것만 갖고는 안 된다. 문재인은 노무현 정부의 원죄가 있어서 안 된다. 무엇보다 둘 다 경험이 너무 없어. 박근혜는 그런 면에선 좀 낫지만 아버지의 죄에 대해서 말할 줄을 모른다. 어렵긴 하겠지만 ‘민주주의 정신에 비추면 잘못된 것’이라고 하면 되는데 그걸 못하니….”인근에서 만난 이모씨는 “문재인이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전직 대통령 묘소 다 안 간 것은 잘못된 거야. 안철수는 DJ·박정희 다 가지 않았나. 그런 게 통합인데…. 박근혜는 주변에 비리가 너무 많아. 비리가 자꾸 나오는데 박근혜가 아마 그것 때문에 손해 볼 거야. 5·16이나 인혁당 같은 역사 인식도 문제고….”

그래서 세 후보 가운데 누구를 찍을지 결심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산사거리 인근에서 25년간 구둣방을 하고 있는 김경기(52·비산3동)씨는 “예전엔 이맘때면 다들 누굴 찍을까 얘기하던데 이번엔 그런 말이 별로 없다”고 전했다. 이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열심히 한 만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 그냥 열심히 하면 걱정 없이 살 수 있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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