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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와 프랑스 와인 명가 합작품 카테나·로칠드 첫 글자 합해 작명

중앙선데이 2012.09.23 00:12 289호 27면 지면보기
고대 선돌 위에 선명하게 조각된 사람 얼굴 형태를 갖고 있는 기이한 모양, 밝게 웃고 있는 두 얼굴 사이로 범상치 않은 또 다른 조각상이 보인다. 모양은 좀 더 복잡해 마치 남미의 아즈텍 문화의 조각상들과 많이 닮았다. 이 그림을 바탕으로 한가운데 ‘CARO’란 글씨가 있고 그 아래에는 COSECHA란 글씨가 작게 새겨 있다. 스페인어로 ‘땅에서 열매를 거두는 작업’이란 뜻이다. 이 문구에서 추정컨대 돌에 새겨진 모양은 분명 추수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카로는 프랑스 보르도와 아르헨티나의 와인 명가가 만나 합작으로 만든 명품 와인 중 하나다. 이를 자세히 설명하듯 아래 레이블에는 프랑스의 로칠드 가문과 아르헨티나 카테나 가문의 각 문장이 좌우로 놓여 있다.

김혁의 레이블로 마시는 와인 <1> CARO

두 가문의 공동작업에 대한 계획은 1988년부터 조금씩 이루어졌다. 그리고 2000년 초 두 명가가 뉴욕에서 만나 신세계와 구대륙 와인의 장점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이면서 가속화됐다. 모두 아는 것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라피트 로칠드 가문은 보르도 블랜딩(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으로 명품 와인을 만든다. 니콜라스 카테나 와이너리는 아르헨티나 멘도사 지역에서 말백이라는, 현재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품종을 사용해 명품 와인을 만들고 있다. 두 가문은 88년 이후 얻은 각 품종의 장점을 부각시켰고 나중에는 이 장점들을 서로 살릴 수 있는 기술적 방안까지 마련하게 됐다. 각 양조 책임자들은 양국을 오가며 최적의 블랜딩 기술을 발전시켰고, 마침내 2000년에 시험적 첫 와인을 출시했다. 이는 2001년과 2002년 연속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와인의 이름은 로칠드의 ‘Ro’와 카테나의 ‘Ca’를 결합하는 것으로 했다. 그러나 누구의 머리글자를 먼저 세울 것인가가 중요 사안이었다. 명성의 정도로 보면 ‘ROCA’가 맞겠지만 스페인어로 CARO에는 ‘친애하는’이란 뜻을 담겨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렇게 정했다. 하지만 로칠드 가문의 명성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아래 레이블에서는 로칠드 가문의 이름을 위쪽에, 카테나 가문의 이름을 아래쪽에 배치하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말백을 섞어 만들지만 최고의 브랜드로 최적의 맛을 얻기 위해 카베르네 65~75%, 말백 25~35%로 다소 여유를 두었다. 블랜딩한 와인은 60% 이상 새 오크통에서 18개월 동안 숙성을 거처 병입하게 된다.

와인은 구조감이 좋으며 두 품종의 특징이 어우러져 균형이 잘 이루어져 있다. 과하지 않은 맛이지만 진한 향기, 그리고 긴 여운은 전통 있는 명가의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

서로 다른 두 나라의 와인 명가가 만나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명품 와인을 만들어 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숨은 노력이 이 과정에 있었을지 충분히 상상이 간다.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에 인간이 힘을 보태 탄생시킨 역작이 CAR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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