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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결혼?"내 아내…" 문서 기독교 발칵

중앙일보 2012.09.20 02:05 종합 2면 지면보기
2003년 출간된 미국 작가 댄 브라운의 장편 『다빈치 코드』는 전 세계적으로 6000만 부 넘게 팔렸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추리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예수가 결혼해 자식이 있었다는 도발적 설정이 사람들의 눈길을 잡았다. 당장 로마교황청은 책 내용이 사기라며 비난했고, 몇 년 후 소설이 영화화되자 관람을 금지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빈치 코드처럼, 예수는 결혼했나 “내 아내 …” 언급한 4세기 기록 나와
콥트어로 쓰인 파피루스 판독 미 하버드대 신학부 킹 교수 공개

가톨릭 “결혼 안 한 게 불변의 사실” 여성사제 허용 논의 진전 가능성



 교황청, 그리고 대다수 기독교 신자가 불편해 할 만한 문건이 또 나왔다. 이번엔 넘치는 상상력으로 무장한 소설가가 아니라 엄밀한 사실의 세계를 추구하는 미국 하버드대의 신학자에 의해서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하버드대의 초기 기독교 전문가인 캐런 L 킹 신학부 교수가 ‘예수의 아내’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된 파피루스 문서 파편을 찾았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국제 콥트학회에서 해당 문서가 공개됐다고 했다.



 킹 교수가 ‘예수의 아내서’라고 이름 붙인 이 문서 파편은 가로·세로 8X4㎝ 크기다. 그리스 문자를 사용한 고대 이집트 남부 언어인 콥트어로 쓰였다. 앞면에 여덟 줄 정도가 부분적으로 판독 가능하고, 뒷면은 단어 몇 개만 겨우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부정확한 상태다. 문서는 대략 4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로저 배그널 뉴욕대 교수 등 파피루스 전문가들에 의해 위조된 게 아님을 확인받은 상태다.



예수 부활의 첫 목격자는 마리아 막달레나(왼쪽)다. 그림은 안토니오 다 코레조의 ‘나를 만지지 말라’(1534년께). 영적인 세계와 삶의 세계를 구분하는 말이다.
 여덟 줄 안에는 “예수께서 그들(제자)에게 말했다. ‘내 아내…’” “그녀는 나의 제자가 될 수 있다”와 같은 대목이 있다. 킹 교수는 “다른 건 몰라도 ‘아내’라는 단어가 다른 뜻을 가지고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초기 기독교 시대에 이미 예수가 결혼했는지에 대한 광범위한 논란이 있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 발견을 댄 브라운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사례로 받아들이지 말라”며 예수 결혼 기정사실화를 경계했다.



 킹 교수는 파편 사진을 하버드대 홈페이지(hds.harvard.edu)에 공개하는 한편, 관련 논문을 2013년 1월호 ‘하버드 신학리뷰’지에 게재할 예정이다. 그에 따라 실제로 예수에게 아내가 있었는지, 그 대상이 마리아 막달레나였는지를 두고 학계의 논의가 확산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예수 결혼설’은 새로운 게 아니라고 말한다. 비교종교학자인 캐나다 리지아나대 오강남 명예교수는 “예수에게 아내가 있었다는 주장은 이전에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에 그런 내용을 밝힌 고문헌이 나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진보신학자인 제3시대 그리스도연구소 김진호 실장 역시 “3∼4세기 지중해 지역에 널리 퍼졌던 민중신비주의(영지주의) 계열의 기독교도들 사이에 마리아 막달레나를 숭배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현재의 정전(正典) 성경 자체가 서기 325년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여러 분파로 나뉜 기독교를 하나로 통합해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기 위해 집대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예수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현재 성경의 내용은 역사적으로 정통성을 인정받게 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가톨릭계 역시 성경이 역사적으로 형성된 것임은 인정한다. 하지만 예수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가톨릭 주교회의 성서위원회의 신교선 신부는 “예수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성경 내용은 성령의 인도하심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앞으로도 이게 뒤집힐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신 신부는 “이번 고문서 건이 아니더라도 변화하는 종교 환경을 감안해 장기적으로는 가톨릭도 사제 결혼과 여성 사제 허용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성공회와 기독교 개신교의 예장 통합, 감리교단 등은 여성 성직자를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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