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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전세금 안 빼줄 땐 오세요

중앙일보 2012.09.20 01:13 종합 24면 지면보기
회사원 박모(26·서울 성동구)씨는 8월 초 전세계약이 만료됐는데도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 65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해 애를 태웠다. 10월로 예정된 신혼집 전세보증금을 치르려면 이 돈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주인은 “집이 나가야 돈을 돌려줄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다급해진 박씨는 은행을 찾았지만 “대출한도(6500만원)가 이미 차서 더 이상 대출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전월세 보증금 지원센터’를 알게 돼 한숨을 돌렸다. 이곳에서 6500만원을 빌릴 수 있었던 것이다.


서울시 보증금지원센터 한 달

급전 빌려주고 분쟁도 조정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전세 보증금을 제때 반환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증금을 받지 못한 데다 금융기관 대출도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



 이럴 땐 서울시의 전월세보증금 지원센터를 찾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난 8월 임대보증금 문제로 곤란을 겪는 시민들을 돕기 위해 서울시가 기금 200억원을 모아 문을 열었다.



 센터에서는 보증금 분쟁 상담을 해주며 때에 따라 집주인과 임대인 사이 분쟁조정에도 나선다. 조정이 여의치 않으면 시중은행보다 1%가량 낮은 연이율 5.04%로 대출을 해준다. 담보는 필요 없으며 전월세 계약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하다. 대출받은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상환하면 된다. 센터 관계자는 “대부분 전 집주인으로부터 몇 개월 이내에 보증금을 돌려받아 대출금을 갚기 때문에 기금 운영은 원활하다”고 말했다. 센터의 조정으로 전세금을 돌려받은 노모(30)씨는 “시에서 연락을 하니까 집주인의 태도가 달라지더라”며 만족해했다.



 개소한 지 한 달여 동안 접수된 전월세 상담은 500여 건으로 이 중 75건의 대출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원 자격을 충족하지 못해 그냥 되돌아가는 사례가 많다. 연소득 5000만원 또는 보증금 2억 5000만원을 넘으면 대출이 안 된다. 이미 다른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이사를 한지 3개월이 지나면 지원받을 수 없다.



 여장권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은 “대출 문턱이 높다는 의견이 있어 소득과 보증금 제한 규정을 완화하는 등 보완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센터는 서울시 을지로청사 1층에 있으며 상담을 받으려면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02-731-6720)로 문의하면 된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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