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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전도사가 간다, 울지마 톤즈

중앙일보 2012.09.20 00:42 종합 32면 지면보기
남아공 어린이들에게 축구 기본기를 가르치고 있는 임흥세 감독(왼쪽 모자 쓴 사람). [중앙포토]


축구와 망고나무 심기로 남수단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는 임흥세 감독(왼쪽)과 이광희 패션 디자이너가 19일 서울에서 만나 의기투합했다. [신인섭 기자]
“축구공 한 개와 망고나무 한 그루만 있으면 희망이 없는 땅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축구로 에이즈 퇴치 임흥세씨

망고나무 심어 돕는 이광희씨

남수단에서 함께 활동하기로 “희망 없는 땅에 새 생명을…”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서 ‘한국 아빠’와 ‘한국 엄마’가 의기투합했다. 축구를 통해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북돋우는 임흥세(56) 풋볼액트29 감독, 그리고 사단법인 희망의 망고나무(이하 희망고)를 운영하는 패션 디자이너 이광희(60·이광희부티크 대표)씨.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함께 활동하기로 했다. 이들이 희망 사역에 나설 곳은 지난해 7월 수단으로부터 분리독립한 남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 고(故) 이태석 신부의 헌신적인 일생을 그린 영화 ‘울지마 톤즈’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임 감독과 이 대표를 19일 서울 중구 하얏트 호텔 근처 이광희부티끄에서 만났다.



 임 감독은 ‘홍명보의 스승’으로 유명하다. 광희중 축구부를 이끌던 시절 홍명보(43)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을 지도하며 사제의 연을 맺었다. 김주성(46)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도 광장중 재임 당시 길러낸 제자다. 근래 들어서는 아프리카에서 축구를 통한 에이즈 퇴치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6년간 남아공 20여 개 지역에 청소년을 위한 축구 아카데미를 설립해 운영해 왔다.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로 태어난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축구를 통해 면역력을 유지하며 에이즈를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톤즈에서 한발 먼저 구호활동을 시작했다. 2009년 탤런트 김혜자씨의 손에 이끌려 톤즈를 방문한 뒤 현지인들의 피폐한 생활상에 충격을 받아 망고나무 100그루를 기증한 것이 시초였다. 1년에 두 번, 건기에 열매를 맺는 망고나무는 식량이 부족한 아프리카 사람들에겐 ‘생명의 나무’다. 궁핍하지만 해맑게 살아가는 남수단 사람들을 보며 감동받은 이 대표는 이후 희망고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구호활동에 나섰다. 지난 3년간 이 대표가 톤즈 지역에 심은 망고나무는 3만 그루에 달한다. 지역 거주민들의 교육과 문화활동을 돕는 복합센터 ‘희망고 빌리지’ 건립도 눈앞에 두고 있다.



 두 사람이 톤즈에서 힘을 합친 건 이 대표의 뜻이다. 망고나무를 통해 최소한의 식량 문제를 해결한 톤즈의 아이들에게 축구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고자 했다. 이 대표는 “남아공에서 임 감독님이 하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올해 초 감독님께서 잠깐 귀국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랴부랴 수소문해 도와주실 것을 당부드렸다”고 설명했다. 임 감독은 “남아공의 경제사정이 급속도로 안정됐다. 처음 갔을 때 맨발로 볼을 차던 아이들이 이제는 나이키 축구화를 신는다”며 “그 모습을 보며 흐뭇했지만 한편 ‘이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가 왔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이 대표님이 좋은 제의를 하셔서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의 다음 목표는 희망고 빌리지에 축구팀을 만드는 것이다. 축구에 재능 있는 아이들은 한국으로 보내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남수단은 올해 209번째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국이 됐다. 마침 내 이야기를 알고 있던 정부 관계자가 나를 남수단 축구대표팀 기술고문으로 위촉해 한결 편히 활동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남아공의 성공 사례는 남수단의 미래이기도 하다. 놀랍게 변할 3~5년 후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며 활짝 웃었다. 이 대표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져갔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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