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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끝나지 않았지만 … 이사 간 맹꽁이는 건강

중앙일보 2012.09.17 03:00 종합 12면 지면보기
강정마을에 서식하다 인근 선궷내에 이식된 붉은발말똥게. 환경평가기관인 한국종합기술은 붉은발말똥게의 지속적인 관찰을 위해 딱지에 번호를 써놨다. [사진 한국종합기술]
지난 12일 오후 5시10분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 경찰과 반대단체 회원 10여 명이 대치하고 있었다. 반대단체 시위자들은 공사 차량의 출입을 가로막고 있었고, 경찰은 이들의 해산을 종용했다. 그러자 시위자들은 일제히 바닥에 누워 자기들끼리 팔짱을 꼈다. 거듭된 경고방송에도 움직이지 않자 여성 경찰들은 여성 회원을, 남성 경찰들은 남성 회원들을 들어 옮기기 시작했다. 공사장 안에 갇혀 있던 레미콘 차량 6대가 그 틈에 재빨리 빠져나갔다. 이 같은 실랑이는 하루에도 수차례 반복된다고 한다.


강정 해군기지 현장 가보니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은 오전 7시쯤 공사장 정문 앞에 모여 100번 절하는 행사로 일과를 시작한다. 오전 11시에는 미사, 오후 3시에는 기도회를 하고, 가끔씩 저녁에는 공사 중단을 외치며 촛불집회를 연다고 한다. 지난 3월 야당 정치인들이 잇따라 찾아오던 때에 비하면 반대시위의 규모와 강도는 많이 축소된 상태다. 과격한 폭력시위 대신 마치 종교문화 행사처럼 반대시위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그래도 경찰은 매일 4~5개 중대 300~400명을 전국에서 교대로 이곳에 파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마을 주민들의 참여는 거의 없는 편”이라고 전했다.



 반대단체들은 공사장 펜스에 “No Naval Base”(해군기지 반대), “삼성·대림(시공사) 떠나라” 등의 구호를 써놨다. 여론을 자극했던 ‘해적’이란 표현은 없었다. 이들은 지난 3월 첫 발파 직후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로 표현했고, 해군은 이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해군은 조만간 고소를 취하할 예정이다. 공사를 진행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모두 일정한 선을 넘지 않으려는 듯한 분위기다.



 어수선한 바깥과 달리 5~10m 높이로 둘러쳐진 펜스 안쪽 공사장엔 활기가 넘쳤다. 지난 3월 7일 해안 바위 철거를 위해 첫 발파를 했던 곳에는 퇴근 시간을 넘겼지만 30여 명의 흰색 안전모를 쓴 인부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이곳에는 가로 30m, 세로 40m, 높이 30m의 철골 구조물이 들어섰다. 부두에 사용할 콘크리트 구조물인 케이슨(caisson) 제작 시설이다. 정인양 제주해군기지사업단장(준장)은 “공정률은 현재 20%”라며 “태풍으로 잠시 중단했지만 케이슨 제작이 시작되면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은 기지 완공 목표일을 당초 2014년 말에서 1년 늦췄다. 반대시위와 법적 다툼으로 공사 재개와 중단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한편 강정마을에 서식하던 맹꽁이와 붉은발말똥게 등 법정관리 보호 생물들은 다른 곳으로 이식한 지 1년 만에 새 서식지에 적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군과 제주도는 지난해 공사장 주변의 맹꽁이 918개체와 붉은발말똥게 328개체를 인근에 이식했었다. 사후 환경평가를 담당하는 한장운 한국종합기술 상무는 맹꽁이를 이식한 제주시 조천읍 돌무덤공원에서 “지난달 현장 경비원이 이곳에서 맹꽁이를 발견해 제보했다”며 “이식 1년 만에 안착해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또 강정마을 인근의 약천사 선궷내에 이식했던 붉은발말똥게는 지난 12, 13일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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