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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퇴직뒤 부동산 대박男 "집값 11월이면…"

중앙일보 2012.09.17 03:00 경제 4면 지면보기
고개 드는 부동산 바닥론


[J report] “집값, 11월이면 바닥 친다” vs “뭔소리, 15% 더 떨어진다"

대기업 퇴직 뒤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번 김모(62)씨는 요즘 매주 부동산 경매시장에 간다. 추석이 지나면 서울 역세권 아파트에 입찰을 넣기 위해 시장 조사 중이다. 그는 “서울 아파트 값은 이미 떨어질 만큼 떨어져 11월쯤이 바닥이 아닐까 싶다”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이 되면 새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조치를 뭔가 내놓지 않겠느냐”고도 기대했다.



 부동산 바닥론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집값이 이미 많이 떨어져 더 떨어지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분양이 잇따라 호조를 보인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탠다. 차기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까지 더해진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9월 주택경기실사지수(HBSI) 전망치는 전달보다 개선됐다. 서울(29.8)과 수도권(27.7)의 주택사업환경 전망치는 8월보다 각각 12.8포인트씩 올랐다. 지난 6월 지수 도입 이후 첫 반등이다. 다만 지방(48.9)은 7.6포인트 떨어져 하락세가 이어졌다. HBSI는 주택 건설회사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한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수도권 전망치가 소폭 반등한 건 건설업계에서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8월 말 나온 위례신도시와 동탄2신도시 아파트 분양이 예상보다 흥행을 보이면서 분위기가 살아났단 뜻이다. 김 연구원은 “ 수도권 주택시장이 바닥으로 근접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비해 크게 올랐다는 점도 바닥론의 근거로 꼽힌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8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61.69%로 2003년 9월(62.31%) 이후 가장 높았다. 아파트 전세가율은 2009년 1월 52.26%로 바닥을 찍은 뒤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아예 지방 일부 아파트는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높은 역전 사례까지 나타났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홈페이지에 따르면 7월 대구 달서구 본동 그린맨션 2차 85㎡ 전세가격은 1억2500만원(10층)으로 같은 달 매매 가격 1억2000만원(6층)을 500만원 웃돌았다. 흔히 시장에선 전셋값이 집값의 60%를 넘어서면 매매로 넘어올 수 있다고 본다. 분양대행업체인 내외주건의 김신조 사장은 “최근 취득세 감면 혜택을 볼 수 있는 미분양 단지를 중심으로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는 새 정부가 들어서는 게 분기점이 될 거라고 내다본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은 “ 대개 정부가 바뀌면 경제활성화대책이 나오기 마련”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애란·최현주 기자



여전히 고평가됐다는 거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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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값, 앞으로 15% 더 떨어진다.”



 송흥익 대우증권 연구원이 최근 ‘서울 아파트 적정가격은 얼마일까’란 보고서에서 편 주장이다. 현재 3.3㎡당 1697만원인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2006년 중반 수준인 1442만원까지 떨어질 걸로 전망했다. 집 값 바닥론’을 부정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집값 폭락론’이다. 폭락론을 편 배경을 묻자 그는 “한국이 경제성장률 5%를 달성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30~54세 인구 수가 올해를 정점으로 꺾이는 상황에서 5% 성장률이 받쳐주지 않으면 부동산 값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많은 투자은행(IB)은 올해 2%대, 내년엔 3%대 경제성장률을 점치고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한국의 2배인 일본 도쿄의 아파트 값(3.3㎡당 약 1795만원)이 서울과 비슷할 정도로 집값이 고평가됐다는 점도 지적된다. 그동안은 높은 경제성장률 덕분에 높은 집값이 받아들여졌지만, 이젠 상황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는 “서울 집값은 지난 60년간 오일쇼크·외환위기·금융위기 빼고 다 올랐고, 이 때문에 아직도 ‘버티면 먹겠지’라고 여긴다”며 “하지만 이제 패러다임이 달라졌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락까진 아니더라도 아직 바닥이라고 할 만한 기미를 찾을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이미 집값이 많이 떨어져서 더 떨어지진 않을 거란 ‘바닥론’은 일부 지역 상황을 전체로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써브 분석에 따르면 2006년 1월 3.3㎡당 882만원이던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08년 9월(1260만원)까지 43% 올랐다. 이후 떨어지긴 했지만 7월 현재 1173만원으로 하락폭은 평균 7%에 그쳤다. 함 실장은 “일부 대형·재건축 아파트가 낙폭을 주도했지만 실수요자가 주로 찾는 중소형은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며 “‘바닥론’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저가 매수세가 들어올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무슨 수를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도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이미 나올 건 다 나왔는데 어떤 새 정부가 들어서든 새로 내놓을 대책이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집값 바닥론은 2010년 말, 2011년 10~11월, 올 4월 총선 직전에도 나왔다가 사그라졌다. 전문가는 집값 바닥론이 근거나 논리보다는 부동산 투자자의 심리에 기인한다고도 본다.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고, 나머지 사실은 무시하는 ‘확증편향’ 때문에 바닥론이 자꾸 고개를 든다는 설명이다. 박원갑 팀장은 “누군가가 ‘지금이 바닥’이라고 얘기해 주길 원하는 투자자가 많다 보니 바닥론이 계속 나온다” 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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