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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 채소·과일 고루 먹어야 건강도 시너지 효과 낸다

중앙일보 2012.09.17 02:48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채소·과일의 색에는 독특한 식물영양소가 들어있다. 빨강·노랑·보라·초록·흰색 5가지 컬러의 채소·과일을 매일 먹으면 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 [김수정 기자]


한국인의 식탁이 위협받고 있다. 채소·과일류는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를 육류·가공식품이 채우고 있다. 한국영양학회 최근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채소 섭취량, 즉 식물영양소 섭취 점수는 낙제점이었다. 8631명의 표본집단 중 6.7%만이 권장 섭취량을 충족한다. 특히 아이로 갈수록 섭취량이 적다. 아동·청소년기인 13~19세에선 3.1%만이 채소·과일을 권장량만큼 섭취하고 있었다. 채소·과일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400g으로, 접시로 따지면 하루 6~7접시(1접시=1인용 샐러드 접시에 수북이 담은 정도)다.

중앙일보헬스미디어·뉴트리라이트 공동기획 ‘식물영양소를 먹읍시다’ ①



직장인이자 아홉 살짜리 남자아이 엄마인 송미언(37)씨의 아침식사는 빵으로 시작된다. 식빵에 잼을 발라 먹고 점심식사는 회사 근처 5000~6000원짜리 찌개류로 때운다. 야근이 많은 탓에 저녁도 회사 사람과 먹고 들어가거나 일찍 마쳐도 남편·아이와 외식을 한다. 그렇다 보니 일주일에 생야채나 과일을 먹는 날은 손에 꼽는다. 채소 가격이 비싸 식당에서 생야채가 나오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 고깃집에서 상추쌈을 먹는 것이 고작이다. 송씨의 아이는 더 심하다. 채소는 입에도 안 댄다. 아침에 토스트를 먹고 학교에 가면 점심 급식에도 채소만 쏙 빼고 먹는다. 라면을 너무 좋아해 혼자 끓여 먹는 날이 일주일에 두세 번은 된다. 반찬으로 소시지·햄이 없으면 밥을 입에 대지 않는다.



한국인 채소 섭취, 권장량 절반에도 못 미쳐



과일주스는 갈아 바로 마셔야 한다. 칼로 갈린 과일은 즉시 산화가 진행돼 영양소가 점점 줄어든다. [중앙포토]
이렇게 채소·과일 섭취가 부족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신흥대 호텔조리학과 최은정 교수는 “현대인의 식탁 대부분을 차지하는 육류와 가공식품에는 항산화물질이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극미량이다. 대신 이들 식품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지방·단백질 성분은 체내 분해과정에서 노폐물과 독성물질을 생성한다”고 말했다.



 과다한 지방 섭취는 혈관을 노화시켜 고혈압·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인슐린을 조절하지 못해 당뇨병도 쉽게 걸린다. 간·위·대장 등 주요 장기, 피부·목·구강 등 주요 조직·기관의 염증 반응도 심화시킨다. 단백질 분해 성분은 신장(콩팥)의 수명을 줄인다.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는 “영양학회 조사 결과, 한국인은 권장량 절반에도 못 미치는 채소를 섭취하고 있다”며 “이 경우 몸에 노폐물과 독소는 쌓이는데 이를 해독할 식물영양소가 없어 위험한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다섯 가지 식물영양소 동시에 섭취해야



그러면 어떤 채소·과일을 먹어야 할까. 정혜경 교수는 “빨강·노랑·보라·초록·흰색 다섯 가지 색상을 내는 채소·과일을 고루 섞어 하루 권장량만큼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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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에는 동물성 식재료와 달리 제7의 영양소가 있다. 파이토뉴트리언트(Phyto nutrient), 우리말로는 식물영양소다. 최은정 교수는 “식물은 동물처럼 바람이나 자외선을 피해 움직일 수 없고, 해충에 대항할 수도 없다. 그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는 강한 생리활성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파이토 뉴트리언트라고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안토시아닌·루테인·라이코펜·베타카로틴이다. 이들 성분은 식물엔 보호막이 되지만 사람에겐 약리작용을 한다.



 식물영양소는 주로 색깔로 표현된다. 노화를 지연시키고 전립선 건강에 효과적인 라이코펜은 붉은색을 띤다. 토마토·수박·아세로라 등에 많다. 역시 노화 방지에 효과적인 엘라그산은 라즈베리·크랜베리·석류·딸기 등 주로 베리(berry)류의 과일에 많다. 최 교수는 “탱탱한 피부와 활력을 갖고 싶다면 빨간 채소·과일을 즐겨 먹으라”고 말했다.



 눈과 피부를 좋게 하려면 노란색을 즐겨 먹자. 시력 개선과 피부세포 재생에 도움이 되는 베타카로틴은 노란색에 많다. 당근·호박·옥수수가 대표적이다. 헤스페리딘도 노란색을 띤다. 오렌지·귤·레몬에 많은데, 심장혈관 기능을 튼튼하게 한다.



 신경 안정이 필요하다면 초록색이 좋다. 클로로필 등이 초록색을 띤다. 칼슘도 많다. 특히 색이 진하고 잎이 단단한(두꺼운) 채소일수록 이들 성분이 많다. 황성수의원 황성수 박사는 “특히 케일·시금치·브로콜리에 뼈를 튼튼하게 하는 성분이 많다”고 말했다. 초록색을 나타내는 또 다른 식물영양소로는 시력 개선과 노화를 방지하는 루테인·지아산틴,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갈산염 에피칼로카테킨도 있다.



 포도·블루베리·자색고구마·블랙베리 등 보라색을 나타내는 채소·과일엔 항산화 성분이 많다. 보라색을 나타내는 안토시아닌과 레스베라톨의 항산화 기능(노화 방지)을 입증한 연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채소인 백색식품은 면역력을 높이는 데 좋다. 양파·마늘·순무·배추 등이 대표적이다. 신체 방어력을 높이는 알리신과 케르세틴 식물영양소가 들어 있다.



붉은색은 기름에 살짝 익혀야



정혜경 교수는 “식물영양소는 특정 성분만 계속 먹기보다 다섯 가지를 한번에 매일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여러 성분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흡수율이 더 높아져서다. 야채·과일은 날것으로 먹는 게 가장 좋지만 기호에 따라 삶거나 데쳐도 무방하다. 특히 붉은색 채소·과일은 오히려 기름에 살짝 볶아야 식물영양소를 더 잘 흡수한다. 오색 야채·과일을 믹서기에 갈아 요구르트를 넣어도 맛있다. 최 교수는 “맛있긴 하지만 분쇄된 재료는 산화가 급속히 진행된다. 갈아서 즉시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다섯 가지 식물영양소를 매일 섭취하는 게 힘들다면 건강기능식품으로 챙겨 먹는다. 요즘엔 종합비타민에 식물영양소까지 함유한 건강기능식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뉴트리라이트의 더블엑스(double X) 제품이다. 하지만 식물영양소 제품도 잘 골라야 한다. 식물에서 그대로 추출한 영양소가 담겼는지, 질 좋은 토양에서 자란 식물에서 추출한 것인지, 추출한 식물의 파이토케미칼 함량은 얼마나 되는지도 따져본다. 인체 섭취 시 활성도도 다르므로 이도 함께 확인한다.



식물영양소란=자외선과 같은 외부 공격, 물리적인 스트레스, 산화작용으로부터 식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생리활성 물질이다. 초록·주황·빨강·보라·흰색 등 고유의 색 속에 포함돼 있으며 약 2500여 가지에 이른다. 신체 노화를 늦추고 질병을 예방하는 제7의 영양소로 불린다. 미국 정부에서는 다섯 가지 색깔의 식물영양소를 매일 섭취하자는 ‘5 a day’ 캠페인을 1988년도부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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