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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일본인 내려라” … 중국기 내건 일식집도

중앙일보 2012.09.17 01:34 종합 10면 지면보기


15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성난 시민들이 일본계 쇼핑센터로 쳐들어가 온갖 집기들을 때려부수고 있다. 이날 중국에서는 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국유화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일 시위가 열렸다. [칭다오 로이터=뉴시스]

중국 경찰, 폭력시위 모른 척

국민 반일감정 높아지면 일본산 불매운동 연결 전략

패네타 “분쟁이 전쟁 될 수도”

‘왜놈들은 꺼져라(日本鬼子滾出去).’



 누군가 외치자 물병과 달걀·바나나·토마토 등이 일본 대사관 안으로 마구 날아들었다. 이를 지켜보던 군중 수백 명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출동한 경찰 500여 명은 그냥 모른 척했다. 16일 오후 2시(현지시간)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 량마차오(亮馬橋) 거리에 위치한 일본 대사관 앞 풍경이다. 일본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국유화를 선언한 11일 이후 6일째 일본 대사관 앞에서는 중국인들의 반일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날 시위대는 1만여 명. 자오징(趙晶·여·베이징사범대 2년)은 “ 중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섬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시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대사관에서 100여m 떨어진 하오윈제(好運街)는 베이징의 대표적인 일본인 거리다. 일본 음식점만 10여 곳인데 지난 주말부터 휴업 상태다. 중국 시위대가 들이닥쳐 영업을 계속할 경우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협해서다. 반일 시위는 이미 전국 80개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내면을 보면 시위 확산이라기보다 센카쿠 열도 국유화에 대한 중국 정부의 단계적 대일 대응조치로 분석된다.





일본 극우단체 회원들이 15일 도쿄 신주쿠의 코리아타운에서 욱일승천기와 ‘중국을 죽여라’고 쓴 피켓을 들고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70여 명의 시위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사과 발언과 중국의 센카쿠 열도 영유권 주장을 비난했다. [도쿄 로이터=뉴시스]


 중국은 일본의 센카쿠 열도 국유화 조치 이후 외교적 강경 조치를 쏟아냈다. 센카쿠에 대한 영해기선 선포(11일)→영해기선 유엔 제출, 해양순시선 6척의 센카쿠 영해 순시(14일) 등 조치를 취하며 일본을 압박했다. 이어 중국은 경제 보복 조치도 예고했다. 진바이쑹(金栢松) 상무부 국제무역합작연구원 연구원은 14일 “ 중국 정부가 일본 제품 불매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 경제는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부터 중국 인터넷에는 중국에 진출한 100여 개 주요 일본 업체 명단이 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전국적인 반일 시위를 묵인하며 대일 경고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중국에서 모든 시위는 공안당국에 신고해야 하는데 사실상 허용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이번 시위에 대해 중국 공안당국은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시위를 통해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을 키우고 이를 일본 상품 불매운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 국유 기업의 경우 이미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유기업인 중궈중톄(中國中鐵)주식유한공사가 7월부터 자회사들이 일본 제품을 구매하지 말도록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면서도 중국 당국은 자칫 시위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중국 언론들이 반일시위를 크게 다루지 않고 있는 데서 나타난다. 16일 중국 언론들은 반일시위를 사진 기사로 소개하면서 “질서정연하게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태도는 다음 달로 예정된 당 대회를 앞두고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경우 자칫 화살이 자국 정치권으로 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일본은 중국에 있는 자국민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16일 NHK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중국 내 일본인과 일본 기업의 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중국 정부에 요구했다. 그는 “일본의 국기가 불에 타는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개별적 사건으로 양국 간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더라도 대국적인 관점을 가지면 극복할 수 있다. 양국 간에 긴밀한 정보교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등 아시아 순방 첫 방문국으로 일본을 찾은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이 16일 도쿄 외곽에 있는 미 요코타 공군 기지에 도착했다. [도쿄 AP=연합뉴스]
 ◆중·일 순방 나선 패네타



아시아 순방 첫날인 16일 일본에 도착한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중국과 일본 양국이 감정을 자제하지 못할 경우 영토 분쟁이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강도 높은 우려를 표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패네타 장관은 “미국은 분쟁 영토에 대해서는 상관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도 “중국 정부에 이런 문제들을 풀 포럼에 참여하라고 독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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