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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제로 발표한 일본 “핵연료 재처리는 계속”

중앙일보 2012.09.17 01:28 종합 14면 지면보기
노다
지난 14일 일본 정부가 내놓은 ‘혁신적 에너지·환경 전략’이란 제목의 중장기 에너지 비전이 뭇매를 맞고 있다.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덩어리’란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비전의 핵심은 “2030년대에 원자력발전소(원전) 가동을 ‘제로(0)’로 한다.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자원을 쏟아붓는다”는 내용이다. 태양력과 풍력 등 재생 가능한 자연 에너지 비율을 계속 끌어올려 원전을 돌리지 않아도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도록 만들겠다는 비전이다.


핵 보유 야심 …일 국내서도 비판

 비판이 집중되는 대목은 ‘원전 제로’를 목표로 내걸면서도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이다. 핵연료 재처리는 연소된 뒤 남은 ‘사용 후 핵연료’에서 불필요한 물질을 제거한 뒤 우라늄과 새로 생긴 플루토늄을 거둬 다시 핵연료로 가공하는 과정이다.



 원전 제로를 추진할 경우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 일본 정부는 물론 “재처리를 멈춘다면 롯카쇼무라(六ヶ所村)에 보관된 2900t의 ‘사용 후 핵연료’를 전국의 원전에 당장 돌려보내겠다”는 아오모리현의 반발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원전은 멈춰 세우더라도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은 계속 추출해 ‘잠재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핵무장 야심 때문 아니냐”는 의심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모순점은 핵연료 재처리 문제뿐이 아니다. 에너지 비전을 발표한 다음 날인 15일 일본 정부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건설이 중단됐던 원전 세 기에 대한 공사 재개를 허용할 뜻을 밝혔다. 새로 건설될 원전에 ‘수명 40년’을 적용하면 2050년대까지 가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2030년대 원전 제로’라는 목표와는 배치된다. 일본 언론들은 “속으론 ‘원전 존속’을 원했던 노다 내각이 차기 총선에서의 표를 의식해 무리하게 ‘원전 제로’로 입장을 틀다 보니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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