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통령상 - 휴켐스, 민영화 진통 딛고 노사 화합 … 매출 두 배

중앙일보 2012.09.17 00:50 경제 7면 지면보기
폴리우레탄 원료인 모노니트로벤젠(MNB) 등을 만드는 전남 여수의 휴켐스(대표이사 최규성)는 공기업 민영화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직원 169명의 중소기업으로 2006년 민영화 후 5년 만에 매출이 3017억원에서 567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휴켐스도 초반에는 다른 민영화 기업들처럼 진통을 겪었다. 2002년 공기업인 남해화학이 정밀화학 분야를 떼어내 휴켐스를 설립하자 직원들은 “민영화의 전 단계”라며 자리를 옮기려 하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매년 13~15%의 임금인상 등을 요구해 임금협상만 대여섯 달 걸리기도 했다. 2006년 초 민영화가 결정되자 노조는 상경 투쟁에 들어갔다. 다섯 달 동안 대주주인 농협 본사 앞에서 ‘민영화 반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했다.



 노조와 회사의 극적인 합의로 회사는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이번엔 경제사정이 발목을 잡았다. 2008년 실적이 부진한 일부 공장을 폐쇄하면서 직원 5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회사는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노조는 철야농성과 단식투쟁으로 맞섰다. 김재호 노조위원장은 “그때만 해도 회사와 싸우고 투쟁하는 게 노조의 당연한 임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사분규로 회사 사정은 더 어려워졌다. 노사는 50명 중 절반은 재고용, 나머지 절반은 명예퇴직시키기로 합의했다. 퇴직금은 회사와 노조가 나눠 부담했다. 조합원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노조가 목숨을 걸고 싸워도 회사가 망하면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이때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노조는 2008년 임금협상을 회사에 위임했다. 회사는 어려운 경영상황에서도 2.6% 인상을 결정했다. 한 차례 교섭도 없이 협상이 타결된 건 회사가 생긴 뒤 처음이었다. 이후 휴켐스는 5년째 무분규 임금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가 앞장서서 2009년과 올해 임금을 동결했다.



 노사가 힘을 합치면서 주춤했던 매출이 2010년 19%나 증가하며 성장세를 회복했다. 회사는 직원들의 정년을 만 56세에서 57세로 연장했다. 또 우리사주조합을 설립해 주식의 일부를 사원들에게 나눠줬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12개 공장 중 5개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지만, 회사는 구조조정 대신 남는 인력을 다른 업무에 투입했다. 직원들은 20~25일씩 연차휴가를 써 회사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줬다. 최 대표는 “휴켐스는 회사와 노조 사이에 공동운명체라는 의식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