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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신 몸 중국 도자기 내 것도 혹시 …

중앙일보 2012.09.17 00:47 종합 25면 지면보기


14일 서울옥션서 열린 중국 미술 감정회. 폴리옥션의 리자웨이 중국골동진완부 팀장, 인후아지에 중국서화일반경매부장, 주어신양 중국고대서화부장(왼쪽부터)이 의뢰받은 고미술품을 감정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중국 폴리옥션 전문가 감정에 전국서 미술품 850여 점 몰려

“강희(康熙) 53년(1714)이라 썼네.” “그림이 아주 좋은데, 수준이 균질하지는 않군.”



 14일 오후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중국 최대 미술품 경매사 폴리옥션의 중국고대 서화부 주어신양(左昕陽) 부장과 중국서화 일반경매부 인후아지에 부장이 청나라 초반의 궁정화가인 왕웬치의 족자를 살펴보고 있었다. 지방의 소장가가 의뢰한 이 서화는 시작가 1억원 짜리로 감정됐다. 이 작품은 베이징 폴리옥션 경매에 출품된다.



 이날 서울옥션 1층 홀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나무박스가 쌓여 있었다. 불상·도자기·족자 등 수십 점이 벽에 걸린 채, 혹은 책상 위에 놓인 채 전문가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중국 미술품이다. 폴리옥션의 감정회는 이번이 두 번째. 지난 2월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첫 감정회에선 일부 소장가들이 감정 결과에 반발해 이번에는 작품만 보기로 했다.



 중국 미술품의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18세기 ‘길경유여(吉慶有余)’ 무늬 도자기(작은 사진)가 973억원대에 팔리기도 했다. 특히 골동과 서화, 즉 고미술품이 인기다. [표 참조]





 

이런 추세에서 전세계 중국 고미술품 소장가들도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크리스티의 한국 담당자는 “중국 고미술의 낙찰 소식이 들릴 때마다 ‘오래 간직해 온 고서화, 도자기가 있는데 중국 게 아닌가 싶다’는 문의가 몰린다”고 전했다. 사실 한국 고미술품 중 가장 비싸게 팔린 게 1996년 뉴욕에서 거래된 ‘철화백자운룡문호(鐵花白磁雲龍文壺)’, 당시 환율로 70억원대였다. 그 기록이 17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중국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이른바 ‘중국 미술 로또’다.



 덕분에 중국미술 ‘감정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 미술시장 관계자는 “중국 전문가를 초빙해 감정행사를 열고는 80만∼100만원 가량을 받은 뒤 감정서를 발급해 주기도 한다. 이 감정서를 이용해 대출을 받는 등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베이징 경매 출품작 추려



14일 열린 감정회는 폴리옥션사의 베이징 경매 출품작을 추리는 자리였다. 수수료는 10만원, 별도 감정서 발급은 없었다. 미술품 경매사는 소장가와 구매자를 연결하며 수수료(폴리옥션의 경우 14%)로 돈을 버는 일종의 ‘복덕방’이다. 관건은 양질의 출품작을 모으는 일, 어디에 작품이 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번 행사에는 총 850여 건이 몰렸다. 폴리옥션 측은 1차 사진 감정을 거쳐 200여 점의 실물을 보기 위해 해당 분야 담당자 5명을 파견했다. 사흘간의 감정 결과 30점이 경매에 적합한 걸로 판명됐다. 지유푸(賈又福·70)의 수묵담채화를 비롯해 치바이스(齊白石)·장다첸(張大千)의 서화 등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 가운데 도자기는 단 세 점. 폴리의 한국 담당자는 “한국서 의뢰가 가장 많은 것은 도자기이지만 제대로 된 작품을 찾기는 어렵다. 예전 서울에선 중국의 가짜 도자기가 대량 거래되기도 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몇 번 보면 알 수 있을 만큼 조악한 것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중국 문화재 환수 차원도



주어신양 부장은 올해만 일본·싱가포르·타이·인도·말레이시아·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스위스 등지를 돌았다. 그는 “우리 문화를 되가져온다는 의미도 있다. 중국 미술품은 중국에서 더 많이, 비싸게 팔리기 때문에 외국의 소장가들은 중국에서의 거래를 원한다. 덕분에 과거 해외로 반출됐던 문화재들이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미술품값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인후아지에 부장은 “미술시장의 발전에는 고평가 경향이 있게 마련이다. 이를 정상적 과정으로 보는 이도, 거품으로 보는 이도 있다. 그러나 역사적 작품도 서구 명화에 비하면 아직 값이 높지 않다”며 “중국 미술품 중 거래가 가능한 가장 이른 시기는 송나라 때, 1000년 전이다. 그걸 감안하면 그리 비싸다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감정서를 발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중국의 경매사는 감정서를 발급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감정서를 들고 베이징에 와도 아무 소용 없다. 감정서 유무에 관계 없이 우리의 기준대로 다시 평가한다”고 밝혔다.



◆폴리(保利·바오리)옥션



중국 폴리그룹(保利集團公司) 산하의 국유기업으로 2005년 설립. 지난해 총 거래액 121억 위안(약 2조 1400억원)으로, 전세계 경매사 중 1위를 기록했다. 최근 홍콩 진출을 선언 했다. 베이징에서 연 2회 여는 메이저 경매에서는 중국 서화와 현대 유화를 비롯해 골동품 ·시계·보석 등 전 분야 작품이 7일 내내 거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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