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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으로 대부업 차린 40대 능력男, 4년 만에

중앙일보 2012.09.17 00:26 경제 2면 지면보기
대부업자 김모(40)씨는 올 5월 사업을 접었다. 서울 가산동에서 대부업체를 연 지 4년여 만이다. 1999년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일본계 대형 대부업체에 입사했으니 대부업에 뛰어든 지 14년째. 그는 “법정 최고금리는 내리지, 자금 조달 비용은 오르지, 연체율마저 뛰어 도저히 견딜 재간이 없더라”며 “합법적으로 영업해도 범죄자처럼 보는 사회 시선도 견디기 어려웠다”고 한숨을 쉬었다.


조달 비용 오르고 연체율 뛰어 대부업 폐업 속출
지난해 개인업자 1622명 문 닫아

문 닫는 대부업체가 줄을 잇고 있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등록 대부업체는 1만1619곳. 2010년 12월(1만4014곳)과 비교하면 1년8개월 사이에 2395곳(17.1%)이 줄었다.



최근 폐업한 김씨의 예는 대부업체가 줄어드는 이유를 그대로 설명해 준다. 김씨는 현금 5억원으로 2008년 대부업체를 차렸다. 대형 대부업체에서 대출 심사와 채권 회수, 지점 관리를 두루 배운 김씨다. 어떤 사람이 돈을 갚을 사람인지, 어떻게 하면 법을 어기지 않으면서 돈을 받아낼 수 있는지도 알았다. 영업은 그런대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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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씨의 계산이 빗나가기 시작한 건 2010년 7월과 지난해 6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49%에서 44%로, 다시 39%로 인하됐다. 설상가상, 지난해 중순부터는 연체율마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갔다. “매월 1~1.2%포인트씩 연체율이 뛰었어요. 연체자 60% 정도가 개인회생 신청자였습니다.” 개인회생에 들어가면 원금이 일부 탕감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마저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니 자금이 묶여버렸다.



 결정적으로 그가 폐업을 결심한 건 조달비용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면서 저축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어려워졌다. 지인들에게 투자를 받으려고 회사채를 발행하면 연 18%까지 이자를 줘야 했다. 김씨는 “10% 안팎에서 돈을 조달하는 대형 업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그나마 나는 빨리 손을 떼서 초기 창업자금 정도는 건졌다”고 말했다. 2010년 말 이후 1년간, 대부업 법인은 1531곳에서 1625곳으로 오히려 늘었다. 같은 기간 개인 대부업자는 1622명이 문을 닫았다.



 강화된 정부 단속과 서민금융 확대도 대부업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부산시 연제구에서 영업하다 6월 폐업한 대부중개업자 최모(30)씨는 “솔직히 법을 다 지키고 영업하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대부중개업은 대출 광고 전단을 뿌려 고객에게서 연락이 오면 대부업자에게 소개시켜 주는 일. 원래는 대부업자에게서만 수수료를 받아야 하지만 최씨는 고객에게도 진행료 명목으로 5% 안팎의 수수료를 요구했다고 한다. 지난해 말 적발돼 벌금 100만원을 낸 뒤 폐업을 결심했다. 그는 “서민금융이 늘면서 대부업체 돈을 쓰는 사람이 줄어들고, 연체율 때문에 대부업체들도 대출을 줄이려는 분위기”라며 “지금은 식품 도매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폐업한 대부업자 중 상당수가 불법 사채 시장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 관계자는 “최고 금리가 두 차례 인하되면서 경쟁력이 낮은 영세 대부업체들이 영업을 포기하고 있다”며 “이들 중 일부는 불법 사채 영업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찬우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은 “경쟁력 없는 대부업체가 일부 정리돼 대형화되는 것은 감독당국 입장에선 바람직한 일”이라며 “다만 대부업체 감소로 서민들이 돈 빌릴 창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닌지는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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