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가계빚 서둘러 줄이다간 미국처럼 내수 위축, 침체 올 것

중앙일보 2012.09.17 00:23 경제 1면 지면보기
찰스 댈라라 국제금융협회 소장. [블룸버그통신]


찰스 댈라라는 대형 금융그룹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제금융협회(IIF) 소장이다. 지난해 채권금융회사 대표로 그리스의 국채 워크아웃(구조조정)을 주도했다. 덕분에 그리스는 1000억 유로(약 145조원)에 가까운 원금과 이자를 탕감받았다. 그가 지난 주말 서울을 찾았다.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이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국내 가계부채와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유럽 재정위기 등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주요 현안에 대해 그의 의견을 들어봤다.

찰스 댈라라 국제금융협회 소장



 - 한국은 가계부채가 고민거리다. 해결책이 있을까.



 “엄청난 규모라는데. 당장 위기를 일으킬 정도는 아닌 듯하다. 이자 등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이 개발되고,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대출 상품을 제공하면 기존 대출의 부실화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계가 서둘러 빚을 줄이면 미국처럼 내수가 줄어들어 거시경제가 침체할 수 있다. 은행 건전성 못지않게 이런 거시경제 충격을 감안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1997년 (외환위기 때) 큰 고통을 겪었으니 잘 헤쳐나갈 것으로 본다.”



 인터뷰는 미국 중앙은행이 QE3를 발표한 직후 이뤄졌다. 그 효과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관심사였다.



 - QE3의 효과는.



 “아주 작을 것이다. 미 경제성장률도 앞으로 1~2년 동안 0.25%포인트 높아질 수 있을 정도라고 본다. 정확하게 그 효과를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점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 한국 등 신흥국엔 어떤 영향을 줄까.



 “외국 자본이 몇몇 신흥국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가 몇 가지 정책을 조합해 대응하면 될 듯하다.”



 - 요즘 투자자들은 유럽 사태가 좀 진정되는 것처럼 보이니까 미국 재정절벽(Fiscal Cliff)을 걱정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의회 지도자들은 사실상 레임덕 상태다. 내년에 의회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런 의회 리더들이 11월 대선의 승자와 만나 담판을 짓고 타협하는 일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댈라라 소장은 인터뷰 직전 연설에서 “유럽이 성장과 긴축 사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 금융회사들의 대변자로서 뜻밖의 발언이었다.



 - 채권 금융회사들은 그간 긴축을 강조하지 않았는가.



 “물론 그랬다. 하지만 요즘 유럽 실물경제가 너무나 나빠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성장이 없으면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은 여전히 긴축을 주장하고 있다.



 “청교도식 사고방식 때문이다. 빚진 것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떼먹는 일을 죄악시하는 태도다. 지금은 유연성을 발휘할 때다.”



◆찰스 댈라라(Charles Dallara)



미국 재무차관을 지낸 국제금융 전문가. 1985년 엔화 가치 상승을 유도하기로 한 플라자합의를 이끌어낸 실무 책임자였다. 남미 외채위기가 발생한 1980년대 초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남미 개혁처방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사우스캐롤라이나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터프츠대에서 법학 박사를 받았다. 재무부 퇴임 뒤엔 JP모건 등에서 일했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그는 93년 이후 지금까지 19년째 국제금융협회(IIF) 소장을 맡고 있다. 최근 그는 “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다”고 밝혔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