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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자정 선언이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중앙일보 2012.09.17 00:01 종합 37면 지면보기
신성식
사회부문 선임기자
요즘 의사 사회가 시끄럽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이 지난 11일 갑작스레 자정 선언을 들고 나오면서다. 전국의사총연합 같은 단체는 노 회장의 자정 선언을 지지하는 반면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입 닫고 귀 열라”는 성명서를 내며 노 회장을 비판했다.



 노 회장은 유행처럼 번지는 로봇수술의 문제점을 들며 자정 선언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배를 절개하는 개복(開腹) 수술은 사망률이 1%인데도 어떤 병원은 돈벌이 때문에 로봇수술을 해서 사망률이 90%에 달한다”는 얘기다. 노 회장은 몇 달 전 “의사들이 낮은 진료 수가 때문에 과잉진료를 한다”고 주장하더니 이제는 더 깊숙한 의사 사회의 치부를 드러냈다. 지금까지 어느 의협 회장도 이런 파격적이고 솔직한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그런데도 그가 박수를 받기보다 의심을 더 많이 받는 이유가 뭘까. 그의 행보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회장에 당선되기 전 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전임 경만호 회장이 추진한 만성질환관리제(선택의원제) 등을 반대하며 계란·액젓을 던지고 폭력을 행사했다. 5월 회장 취임 이후 포괄수가제 확대를 반대하며 수술을 거부하려다 비난을 샀다.



 그러던 노 회장이 갑자기 자정 얘기를 꺼내자 주변에서 “왜 저러지?”라고 의심했다. 12일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장 협의회가 “다수 회원들을 비양심적이고 비도덕적인 의사로 매도했다”며 노 회장을 성토했다. 노 회장은 비판이 거세지자 자정 선언을 “전략적 선택”이라고 했다. 그는 “의사가 살인과 사체유기 등의 범죄를 저지르면 면허를 영구히 박탈하거나, 성범죄를 저질러 면허가 취소되면 10년간 재교부하지 못하는 법률이 발의됐는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자정 선언을 전략적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 의사 사회의 모습을 반성하고 국민을 생각해서라기보다는 성범죄 등 최근 잇따르는 의사 일탈 행위에 대해 여론 압박을 받자 이를 모면하려는 꼼수란 말처럼 들린다. 13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의료악법 규탄대회’에서 노 회장이 포괄수가제 원점 재검토, 선택의원제 반대 등을 외치는 걸 보면서 그런 인상이 더 강해졌다. 포괄수가제는 국제기준이고, 선택의원제는 노 회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네의원의 절반이 참여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2001년 진료비 부정 청구에 대한 비판이 일자 자정 운동을 한다고 했지만 없던 일이 됐다. 지난해 12월엔 의약단체의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 자정 선언 참여를 거부했다. 자정 선언의 핵은 진정성이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국민들의 가슴을 움직이지 못한다. 치열한 토론을 거쳐 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외부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게 진정한 자정을 위한 전략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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