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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소외가 리비아 테러 불렀다

중앙일보 2012.09.17 00:01 종합 37면 지면보기
오마르 아슈르
영국 엑스터대
아랍중동연구소장
지난 11일 리비아의 주벵가지 미국 영사관을 공격해 현지를 방문 중이던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주리비아 미국 대사와 동행한 미국인 세 명, 그리고 리비아인 경호원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은 비극적이다. 리비아 보안 관계자들은 안사르 알샤리아 여단이라는 이슬람 무장단체를 사건 배후로 지목했지만 이 단체는 즉각 부인 성명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를 계기로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리비아의 안정을 해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는 점이다.



 안사르 알샤리아 여단과 함께 살라피 그룹이라는 이슬람 그룹도 미국 영사관 공격 배후로 의심받고 있다. 이들은 살라피 지하드(성전)주의라는 사상으로 무장한 조직들이다. 무장투쟁이야말로 사회와 정치를 변화시켜 이슬람 세계 구축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믿어 왔다. 지난해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제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카다피가 사라지자 이들의 상당수는 무장에서 비무장 행동주의로 돌아서 정당을 만들고 선거에 참여했다. 리비아 이슬람 투쟁그룹(LIFG)이라는 최대 이슬람 조직은 2개의 정당을 창당했지만 지난 7월의 의회 선거에서 200개 의석 가운데 겨우 1석을 건졌을 뿐이다. 사실 리비아 의회 선거는 살라피 그룹 가운데 비폭력을 주장한 정당은 물론 성전을 주장해온 강경파에도 패배를 안겼다. 선거에선 이슬람주의자들이 진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살라피 그룹을 포함한 여러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리비아 최고보안위원회(내무부 산하 경찰조직)나 방패군(국방부 산하 군대조직)과 같은 새로운 기구에 통합되는 것에 동의했다.



 물론 안사르 알샤리아 같은 일부 강경 무장단체는 여전히 정당정치와 국가기구로의 통합을 거부하고 있다. 더욱 문제는 몇몇 소규모 무장단체는 공식조직으로의 통합이나 포상 제공을 아예 제안 받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소수에 불과한 이들의 소외와 불만이 리비아의 안정을 해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벌어진 주리비아 미국 대사와 동료의 비극적인 죽음은 대다수 리비아 국민의 분노를 사면서 무장단체의 고립과 불법화를 심화하고 있다. 수십 개의 리비아 시민단체는 스티븐스의 명복을 비는 기도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테러와 알카에다를 비난하는 성명 발표도 줄을 잇고 있다. 아랍권에서 가장 강력한 이슬람 단체인 무슬림 형제단의 웹사이트 중 한 곳에도 이런 내용의 성명이 올라 있을 정도다. 리비아의 이슬람 수니파 최고 종교법(法)인 무프티와 존경받는 이슬람 이맘(예배 인도자) 가문인 셰이크 사데크 알게리아니의 명의로도 공격 비난 성명이 나왔다.



 하지만 앞으로 리비아에서 이런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두 가지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하나는 국가재건위원회가 시작했던 무장단체의 무장해제, 단원 해산, 그리고 재통합을 새 정부가 조속히 완료해야 한다는 점이다. 조금만 신경 쓰면 이런 소수파 이슬람 무장단체는 얼마든지 해산시켜 불만의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



 둘째는 리비아 정부가 국민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리비아나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의 봄으로 탄생한 정부도 이슬람 예언자를 비웃은 무도한 미국 영화를 비난만 하고 있다. 양국 정부는 미국의 관리들과 비정부 기관들이 영화 제작에 아무런 관련도 없으며 심지어 어떠한 간섭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국 국민에게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을 벌주거나 무고한 사람을 공격 목표로 삼는 행위는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서도 금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사람도 남의 죄를 대신 뒤집어 써선 안 된다.”(코란 53장 18절)



오마르 아슈르 영국 엑스터대 아랍중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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