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유튜브는 왜 K팝을 좋아할까?

중앙일보 2012.09.17 00:01 종합 38면 지면보기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유튜브가 탄생시킨 음악 스타가 많다. ‘캐논 변주곡’ 일렉트로닉 기타 동영상으로 화제를 모은 임정현, 기타 신동 정성하, ‘폭풍 가창력’ 필리핀 소녀 채리스 펨핀코, ‘미국의 아이유’ 메리 제인…. 올해 열여섯 살이 된 정성하의 유튜브 채널은 지난 7월 조회수가 5억을 넘었다. 최근 팝스타 제이슨 므라즈로부터 밴드 영입 제안을 받기도 했다. SBS ‘스타킹’ 출연 장면이 유튜브로 소개된 채리스 팸핀코는 머라이어 캐리 등을 키운 프로듀서 데이비드 포스터에게 발탁돼 미국에서 데뷔했다.



 장르로는 K팝도 유튜브 스타의 하나일 것이다. 우리 가수들이 한 번도 찾지 않은 남미 등에서 K팝 열풍이 거센 것은 유튜브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미국과 전 세계를 강타한 ‘강남스타일’의 싸이도 마찬가지다. 미국 NBC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말춤을 가르치고,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 ‘투데이쇼’ 등 빅쇼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K팝 역사를 새로 쓰는 그다. ‘강남스타일’은 유튜브 조회수가 15일 현재 1억7000만을 넘어섰고, 빌보드 차트 64위, 미국 등 18개국에서 아이튠스 1위에 올랐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싸이의 인기는 기존 K팝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비주류인 K팝 매니어들 중심의 기존 K팝과 달리 주류에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인기 확산에 유튜브 역할이 크고, 유튜브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점은 양쪽 다 마찬가지다.



 유튜브와 궁합이 맞는다는 것은 그저 유튜브를 통해 인기가 퍼졌다는 뜻만이 아니다. ‘수용자가 따라 하고 참여하며, 함께 놀기 좋은 음악’이라는 K팝의 특성이 유튜브 특성과 잘 맞는다는 뜻이다. 가령 아이돌 K팝은 여러 멤버들이 나와 귀에 꽂히는 멜로디(후크)와 잘 짜인 군무를 추고, 팬들은 그것을 따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튜브에는 오리지널 노래 못잖게 팬 커버물들이 넘쳐난다.



 ‘강남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중독성 있고 흥겨운 멜로디와 말춤을 수십 명, 때로는 수백 명의 군중이 떼지어 따라 한다. 전 세계 팬들이 변형·생산한 패러디, 플래시몹들이 다시 유튜브에 올려지면서 인기를 확산시키는 형국이다.



 홍석경 프랑스 보르도대 교수는 “유럽의 K팝 열풍의 근저에는 노래방· 따라 부르기 문화가 깔려 있다”고 진단한다. 그저 아티스트의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방에서 즐기듯 팬들이 따라 한다는 것. 나아가 그 내용을 다시 영상으로 찍어 올려 자기를 표현하고 즐거움을 공유하려 한다는 것이다.



 음악 소비가 공유, 참여, 개방을 특징으로 하는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바뀌었다면, 어쩌면 거기에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음악 양식을 K팝 댄스음악이 선보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튜브 시대 혹은 유튜브 세대에 잘 맞는, 유튜브 프렌들리한 음악이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