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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굴전 파는 아줌마의 늘 생글거리는 미소의 비밀은 매일 밤 부부관계를 …

중앙일보 2012.09.17 00:01 종합 3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토요일자 중앙일보에 ‘3040 섹스리스 부부’란 기사가 있었다. 섹스리스는 ‘직장에서의 압박이, 불어난 몸집이, 육아로 지친 몸 때문에…’로 시작됐다가 ‘먹고살기 힘든데, 피곤해 죽겠는데’의 이유로 계속된다는데. 힘들어도 즐거우면 왜 피하겠느냐고? 하긴, 돈까지 내고 힘들게 하는 운동이 얼마나 많은데. 기사를 보니 생각나는 아줌마가 한 명 있다.



 XX아파트 입구 모퉁이에서 전을 부쳐 파는 아줌마다. 아줌마는 분명한데 언니란 호칭이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그녀. 철판에서 부쳐대는 굴전·호박전을 뒤집느라 손가락은 늘 벌겋고, 앞치마는 기름에 절어 얼룩덜룩. 오후 3시부터 새벽 3시까지 고된 일을 하면서도 늘 생글생글. 미소 때문인가.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참 매력 있는 아줌마다.



 언젠가 회사 친구랑 막걸리를 마시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아줌마 힘들지 않아요? 늘 웃는 얼굴이에요’ 하며 시작한 대화. 막걸리 두 병 다 비울 때까지 그녀가 해준 말 속엔 미소의 비밀이 있었다. 시장에서 순대 파는 남편이 일이 끝나면 와서 도와준다는 것, 결혼한 지 10년이 다 됐어도 남편만 보면 설렌다는 것, 결혼 후 거의 매일 밤 부부관계를 한다는 것 등.



 나이가 30대 후반은 된 것 같은데 매일 밤이라니. ‘그럼 몇 번을?’ 하며 계산을 하느라 친구랑 나는 정신이 없었다. ‘남편이랑 자는 게 너무 좋아서’ 하며 배시시 웃는 그녀를 보며 계산을 하고 나오는 순간, 그녀 남편이 왔다. 그 또한 평범한 얼굴. 하지만 오가는 둘의 눈길은 음~.



 굴전과 순대 냄새.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 새벽까지의 고된 일. 그때 알았다. 그래도 저들이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 건 저 부부에겐 부부관계가 매우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성욕 상실의 이유가 스트레스와 피로 때문이라는데. 굴전 아줌마는 그날 스트레스는 그날그날 부부관계로 다 푼다더라. 섹스리스(sexless)가 케어리스(careless)되고 나중엔 서로에게 유스리스(useless)될까 겁난다.



 부부가 방·거실·화장실까지 따로 쓴다는 주상복합빌딩에 사는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인간(남편) TV 늦게까지 보고 잤나봐. 안 일어나서 먼저 나왔어’ 하며 명품을 뒤집어쓰고 나온 돈 많은 친구의 얼굴에도 굴전 아줌마의 그런 생글거림은 없었다.



 젊은 나이부터 전립선 때문에 병원을 자주 찾는 남편을 둔 어떤 40대 부인이, 남편은 관계가 안 되니 주눅들어 있고 본인은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아 허전해서 고민이 많았는데 어느 날부터 밤마다 손도 잡고 발도 포개고 자기 시작했더니만 신기하게도 허전했던 마음도 사라졌고 또 그걸 안 남편도 편안해하고 당당해하더란다.



 거참… 오묘해도 너~무 오묘한 게 부부관계인가 보다.



글=엄을순 객원칼럼니스트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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