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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세일러문 교복을…" 아내의 고백 충격

중앙일보 2012.09.15 00:32 종합 16면 지면보기
직장 다니랴 애 키우랴, 아내는 부부관계가 사치라 합니다. 잦은 야근과 술에 찌든 남편은 무슨 힘이 남아있느냐고 합니다. 그러나 아십니까, 이혼 신청 부부 80%는 ‘섹스리스’가 고민이랍니다. 이제부터라도 부부간에 서로 툭 터놓고 얘기해 보시죠 . 여기 2012 한국판 킨제이 보고서가 있습니다


스트레스·피로 때문에 성욕 상실? … “힘들어도 즐거우면 왜 피하겠나”
[현장 속으로] 3040 ‘섹스리스’ 부부

“맞벌이에 아이까지 키우는 우리에게 성관계는 사치” 라고 부부들은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부가 노력해 성적 만족도를 높이면 오히려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저는 남자 구실 못하는 유령이었습니다.” 지난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으며 회사 내에서 한껏 기대를 모았던 이모(44)씨는 1년이 지난 지금 대기발령 상태다. 부서의 실적 부진이 도마에 오르면서다. 이씨는 좌절감으로 심한 우울증을 앓던 중 아내와의 성관계마저 실패하면서 자존심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 번 실패하고 나니까 발기가 되는지 자꾸만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이씨의 간절함은 좌천당한 회사에서 자신의 자리를 되찾고 싶은 마음과도 무관치 않았다. 하지만 성관계에 집착하면 할수록 이씨는 더욱 심각한 발기부전에 시달렸고, 결국 부인은 이씨와의 관계를 피하게 됐다.



#2. 결혼한 지 3년 된 김모(32·여)씨는 얼마 전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혼자 야동(야한 동영상)을 보며 자위하는 남편과 눈이 딱 마주쳐버린 것. 하루가 멀다 하고 잠자리를 갖자고 조르던 남편이 출산 후 부쩍 자신을 피하던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저 “피곤해서려니”라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자기 대신 자위를 택했다고 생각하자 김씨는 자신이 한없이 처량해졌다. 사랑스럽기만 하던 아이까지 미워 보였다. “내 몸이 예전같지 않아서일까 자책도 많이 했다”는 김씨는 “남편에게 ‘당신이 어쩜 내게 이럴 수 있느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3. 박모(35)씨 부부는 5년째 아이가 없다. 인공수정까지 시도했지만 소식이 없었다. 좋다는 음식 챙겨먹고 배란일도 맞춰 봤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박씨는 “연애 시절 ‘속궁합이 잘 맞는다’고 느낄 정도로 성관계를 즐기던 사이였지만 임신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자 점점 더 성관계가 힘들어졌다”고 고백했다. 남편이 너무 긴장해 발기에 실패하기도 하고 부인이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잦아 금세 관계가 끝나버리기 일쑤라고 했다. 남편은 “배란일이니까 술 마시지 말고 일찍 들어오라는 아내의 말을 들으면 순간 눈앞이 캄캄해진다. 우리 부부에게 섹스는 ‘즐거운 놀이’가 아니라 ‘임신을 위한 노동’이 됐다”며 씁쓸히 웃었다.



올해 5월 강동우 성의학연구소가 대한민국 성인 남녀 1246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성생활 및 성의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8.8%가 ‘성생활이 인간 관계에 중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628명 중 580명이, 여성 618명 중 526명이 이같이 응답했다. 통계 수치만 놓고 보면 성생활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현실엔 반전이 있었다. 조사 대상자 중 2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의 기혼 남녀 817명을 대상으로 섹스 빈도를 조사한 결과 기혼 여성 527명 중 204명(38.7%)이 ‘월 1회 이하거나 거의 안 한다’고 답했다. 기혼 남성의 경우 290명 중 73명(25.2%)이 월 1회 이하라고 응답했다. 1년에 10회 미만, 혹은 한 달에 한 번 이하의 성관계를 갖는 경우를 흔히 ‘섹스리스(sexless) 증후군’이라고 표현한다.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 부부의 섹스리스 비율이 30%를 훌쩍 넘는다는 얘기다. 섹스리스 통계와 관련, 전문가들은 남성의 경우 혼외정사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의 섹스리스 비율이 보다 정확하다고 보고 있다.



이혼 신청 10쌍 중 8쌍이 섹스리스 고민



 부부 관계 전문가들은 “이혼을 결심한 부부들 대부분이 성격 차이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그 뿌리에는 성적(性的) 불화가 자리 잡고 있다”며 “성생활만 원만해도 이혼 부부가 절반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정법원의 한 조정위원은 “조정을 신청한 부부 10쌍 중 8쌍은 섹스리스 문제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병원을 찾는 섹스리스 부부들도 “우린 함께 여행도 자주 다니며 경제적으로도 여유롭고 부부 사이도 좋다. 그런데 이상하게 행복한 것 같진 않다”고 털어놓는다고 한다.



결혼 생활이 10년도 채 안 되는 이들 젊은 부부들이 섹스리스로 고민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섹스리스의 원인을 크게 발기부전을 비롯한 성기능 장애와 각종 심리적 장애 등 두 가지를 꼽는다. 성기능 장애의 경우 부부가 성욕을 갖고 있다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남성들이 고민하는 발기부전과 조루·지루 등은 비아그라 등 약물을 사용하거나 각종 수술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출산 전에는 성교통(性交痛)이나 불감증 등으로, 출산 후에는 질근육 이완으로 인한 성기능 저하 등으로 병원을 찾곤 하는데 이때도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면 상당 부분 치유가 가능하다. 이런 경우 성기능 장애를 인정하지 않고 서로만 탓하기보다 전문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보는 게 우선이다.



 문제는 심리적 장애다. 1995년 에드워드 라우만 박사가 미국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국인들의 건강과 사회생활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섹스리스 부부가 20%를 넘고, 이 가운데 성기능 장애로 인한 섹스리스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면 30~40대의 섹스리스 부부가 30%를 상회하는 한국은 별다른 성기능 장애 없이도 배우자와의 섹스를 피하는 경우가 적잖다. 이에 대해 강동우 성의학연구소장은 “한국의 부부들은 부부간 성관계에서 큰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데다 상당수가 치료도 받으려 하지 않는다”며 “한국의 섹스리스 부부는 대부분 심리적 장애로 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 ‘DINS족’ 급증



 특히 최근 들어 맞벌이와 육아 때문에 시간 부족과 피로 등을 호소하며 성관계를 포기하는 ‘DINS(Double Income No Sex)족’이 늘고 있는 것도 섹스리스 부부의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결혼 후 1~2년까지는 나름 노력했지만 아이가 생기고부터는 그마저도 힘들어졌다는 호소다.



 “피곤해 죽겠는데 섹스할 힘이 어딨나요? 성욕 자체를 잃어버렸어요.” 3살과 5살 두 아이의 엄마인 이모(34)씨는 “낮에는 회사에서, 밤에는 집에서 쉴 새 없이 일하며 기계처럼 살고 있다”며 “내게 섹스는 사치스러운 단어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피곤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관계를 가지려고 했는데 아이가 둘이나 생기니 남편과 타이밍 맞추기도 힘들더라”고 덧붙였다.



 이윤수 성과학연구소장은 “맞벌이 부부들은 주로 체력적인 문제를 호소하거나 서로 관계를 원하는 시간, 이른바 ‘섹스 타임’이 안 맞아 충돌을 빚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일에 지친 남편은 “밤에는 서로 피곤하니 모닝 섹스를 즐기자”고 하는 데 반해 아내는 “아침에는 애들도 챙기고 출근도 해야 하니 늦게라도 밤에 하자”고 말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결국 부부가 이런 문제로 다투다가 ‘먹고 살기 힘든데 섹스는 무슨 섹스냐’며 섹스리스 부부로 돌아서곤 한다”고 설명했다.



 결혼 적령기가 남녀 모두 30대로 넘어가면서 ‘만혼(晩婚)이 섹스리스의 원인’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남성의 성욕과 성기능은 20대 초·중반에 정점에 달한 뒤 서서히 감소하는데, 초혼이 늦어지면서 결혼생활 중 남성이 성욕을 왕성하게 느끼는 기간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윤수 소장은 “남성의 경우 직장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하고 성기능도 매년 약해지는 30~40대에는 성적 욕구를 느끼지 못하는 ‘심리적 거세’ 상태에 놓이기 쉽다”며 “대부분의 남성이 30대 초·중반에 결혼하고 심지어 40대 초혼도 적지 않다 보니 부부 관계에 소홀해지는 경우가 적잖다”고 분석했다.



 기혼 여성들 또한 사회생활과 아이 양육 등에 30대의 대부분을 보내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남녀 모두 섹스의 절정기를 놓치면서 부부간 성관계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만혼 부부의 경우 임신에 너무 치중해 섹스 자체를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강동우 소장은 “성관계를 임신의 수단 정도로 생각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하기 쉽다”며 “즐거운 성관계를 갖다 보면 임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야지 임신만을 위해 성관계를 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섹스는 부부간의 친밀감을 더해주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좋은 수단인데 주객이 전도되면 섹스를 점점 꺼리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적 취향 달라 처음부터 부딪치기도



 섹스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부부 관계를 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들어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성적 욕구에 대한 표현도 보다 과감해지면서 남편들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한 회사원 남편은 “출산 후 오랜만에 관계를 가졌는데 아내가 흥분하기도 전에 그만 사정을 해버렸다”며 “너무 당황해서 그 뒤로는 나도 모르게 잠자리를 피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내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에 항상 긴장 상태로 지내다 보니 직장에서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주부 임모(41)씨는 “남편이 30대 후반까지는 밤마다 부부 관계를 요구해 성가실 정도였는데 40대 초반이 되자 부쩍 횟수가 줄었다”며 “그뿐 아니라 힘도 없어지고 지속 시간도 짧아졌다”고 털어놓았다. 임씨는 “직접 말하진 않지만 남편도 스스로 느끼는 것 같다”며 “전보다 자신감도 떨어지고 성관계도 자꾸 회피하려고만 해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상당수 남편들이 성관계를 가지면서 ‘아내가 만족할 수 있도록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크게 느낀다고 한다. 성관계 도중에도 “좋으냐”고 습관적으로 묻는 게 불안감의 방증이란 얘기다. 상대의 기대에 못 미쳤을 때는 자신감을 잃거나 성기피증에 걸리고, 심지어 손쉽게 만족할 수 있는 성매매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강동우 소장은 “40대에 접어들면 남성 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성욕이 떨어지고 발기 강도와 유지 시간이 떨어지는 경우가 적잖다”며 “이른바 ‘남성 갱년기’라고 불리는 이 시기에 남성은 성기능 저하와 함께 불안·우울증·불면증 등을 겪으면서 자연스레 섹스리스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젊은 부부들은 서로 다른 성적 취향 때문에 갈등을 빚기도 한다. 5년차 부부인 A씨(36)와 B씨(35)는 아이를 낳은 뒤 1년 반 만에 별거에 들어갔다. “우리는 하나부터 열까지 달라도 너무 달라요.” 병원을 찾은 둘은 입을 모아 말했다. 두 사람은 결혼 적령기에 만나 ‘적당하다는 이유로’ 사귀었고 무탈하게 결혼에 골인했다.



 하지만 첫 섹스 이후 곧바로 둘은 섹스리스 부부가 돼버렸다. 혼전 성경험이 거의 없었지만 적극적이고 솔직한 성격인 아내는 첫 부부관계 때 남편에게 좀 더 색다른 체위를 요구했다. 반면 ‘여자는 정조를 지켜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졌던 남편은 아내의 요구에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 남편의 냉담한 태도에 상처받은 부인과, 부인의 당당한 요구에 충격받은 남편은 이후 성관계를 기피하게 됐다. 서로의 성적 취향을 몰라 오해만 키운 셈이다.



 이후 서로 간에 불신이 쌓이면서 “당신과 나는 너무 다른 사람”이라며 사사건건 부딪치게 됐고, 부부 관계도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화는 원하는 섹스의 수준과 쾌락의 정도, 성행위의 방식 등이 서로 다를 때 종종 나타난다”며 “취향이 다른 두 사람이 사회적 조건만 보고 결혼했을 경우에도 이런 낭패를 겪기 쉽다”고 진단한다.



 선정적인 야동이나 광고 때문에 부부간에 성적 불화가 생기기도 한다. 30대 주부인 C씨는 “평소 섹스에 대한 요구를 거의 하지 않던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세일러문 교복을 사오더니 입어 달라고 하더라”며 “너무 어이가 없어 절대 입을 수 없다고 거부했다”고 말했다. 남편의 성적 취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섹스리스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섹스는 단순 쾌락 아닌 훌륭한 운동”



 하지만 전문가들은 “맞벌이로 인한 피로나 야근·육아 등의 문제가 섹스리스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강동우 소장은 “피곤하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성관계는 단순한 쾌락 이상으로 훌륭한 운동”이라며 “신체 호르몬을 활성화해 건강 관리와 컨디션 조절에도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1년 미국 킨제이 성연구소에서 섹스리스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시간이나 신체적 부담 등 물리적 원인보다는 부부 상호 간의 존중 부족, 섹스에 대한 불만족 등이 주된 이유로 밝혀졌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은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섹스가 재미있으면 왜 피하겠느냐”며 “결국 서로가 만족하지 못하고 억지로 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더욱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맞벌이나 야근 등이 섹스리스의 표면적 원인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사실은 ‘재미있는 섹스’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얘기다. 그는 “흔히들 속궁합이 안 맞다고 하는데 그 말도 다 핑계”라며 “섹스도 인간 관계처럼 서로 조금씩 맞춰가며 발전시키는 건데 속궁합 핑계를 대는 건 노력하지 않겠다는 얘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강동우 소장은 “피곤하다는 핑계 대신 부부가 함께 노력해 성적 쾌감을 높이면 오히려 섹스가 적절한 ‘운동’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윤수 소장은 “3~6개월간 성관계가 끊어지면 전형적인 섹스리스 단계로 이어지고, 남녀 모두 어떻게 섹스를 해야 할지 모를 상황에 이르게 된다”며 “솔직히 터놓고 얘기하면서 서로 하나가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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