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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경제위기 맞은 스페인서 새로운 방식의 삶 찾아 시골로 가는 인구 는다는데

중앙일보 2012.09.15 00:19 종합 3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유럽의 병자(病者)’로 전락해 중환자실 신세를 지고 있는 스페인에서 시골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의 글로벌판(版)인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9월 13일자)에 실린 기사다.



 실업률이 25%까지 치솟은 스페인에서 일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청년 실업률은 40%를 넘는다. 그래서인지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농촌에서 제2의 인생을 도모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위기를 회피하기 위한 일시적 방편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농촌 생활을 택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란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농촌 생활이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시골로의 회귀 현상을 가리키는 ‘루르바니스모(rurbanismo)’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스페인의 귀촌(歸村)·귀농(歸農) 현상이 새로운 건 아니란 지적도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서 이미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다. 경제위기로 이런 추세가 가속화했을 뿐이다. 산업화 시대에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했던 인구가 탈(脫)산업화 시대를 맞아 다시 농촌으로 회귀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이유는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귀농·귀촌 인구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1년 880가구에 불과했던 귀농·귀촌 가구가 2005년 1240가구, 2010년 4067가구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만503가구로 급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8706가구가 농촌으로 내려갔다. 귀농·귀촌 인구의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이다. 정년을 맞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를 시골에서 보내기 위해 귀농과 귀촌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시골 생활이 생각처럼 쉬운 건 아니라고 경험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낭만적 전원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철저한 준비와 단단한 각오 없이 내려갔다가 낭패를 본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인구 재배치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정부가 귀농·귀촌인 지원책을 적극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영농인턴제 등을 활용해 일정 기간 농촌 생활을 미리 경험해 봄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는 개인적 노력도 필요하다.



 친구끼리 모이면 노후 대비가 주된 화제 중 하나다. 누구는 시골 어디에 땅을 샀느니, 누구는 주말마다 전원주택에 내려간다느니 하는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급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도시 생활이 낫다고 주장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시골행을 당연한 것처럼 말하는 친구들이 더 많다. 산업화 시대에 도시로 올라온 베이비부머들의 회귀 본능일까. 아니면 팍팍한 서울쥐 생활은 할 만큼 했으니 이제 한적한 시골쥐 생활도 좀 해보자는 욕심일까.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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