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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블라디 사랑’ 동북아 선점 겨냥해 러시아 동부 수도로

중앙일보 2012.09.13 01:43 종합 8면 지면보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인 지난 6일 블라디보스토크항을 둘러보고 있다. 이 항구도 아시아·태평양을 향한 허브항으로 개발된다. [AP=연합뉴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신터미널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루스키섬의 연륙교 앞까지 50여㎞. 취재팀은 2일 이 길을 30여 분 만에 주파했다. 전같으면 비좁은 길에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여러 시간 기다려야 했다. 여기에 새 도로와 다리가 건설되면서 도시의 기능이 크게 확장됐다.


동북3성-극동·시베리아 경제개발 현장을 가다 <하> 북한까지 뻗치는 동북아 항구 경쟁

러시아 동방정책 가속도

 블라디보스토크의 발전은 과연 지속될 수 있을까. 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이곳 사람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던진 질문이다. 이에 대해 푸틴은 “APEC은 블라디보스토크와 연해주 발전의 첫 걸음이다. 이 지역의 전략적·지정학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반드시 확대 개발한다”고 누차 말했다. 정상회의 뒤 한 기자가 “왜 APEC에 6000억 루블(24조원)이나 썼느냐”고 따지듯 물었다. 그러자 푸틴은 “3000억은 블라디보스토크시 가스화를 위해 사할린서부터 가스관을 건설하는 데 들어갔다. 그게 무슨 APEC용이냐”고 받아쳤다.



 이런 기초를 바탕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선 ‘볼쇼이(대) 블라디보스토크’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APEC전에 선정된 60여 개 프로젝트도 계속되고 있다. 핵심 컨셉트는 ‘이 시를 광역화해 러시아의 동부 중심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시의 대외 담당 블라디미르 사프리킨 국장은 “블라디보스토크를 인근 나홋카·아르촘을 포함해 러시아 제3의 도시로 만드는 계획이 진행 중”이라며 “이곳은 이미 ‘러시아 연방의 아태지역 허브도시’로 공식 지정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동부 수도론’까지 거론한다. 러시아 지식인 모임인 발다이 클럽은 지난 7월 ‘표트르 대제가 수도를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겨 부흥 계기를 마련했듯 블라디보스토크도 러시아의 동부 수도로 만들자’는 보고서를 냈다.



 러시아 정부는 몇 년 전부터 극동·시베리아 개발에 적극 나섰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은 2009년 에 ‘2025년 극동·바이칼 지역 발전 전략’(명령 2094-p), 2010년 엔 다시 ‘2050년 극동, 태평양 지역 발전 계획’(PL-713 명령)에 서명했다. 2012년 가을엔 푸틴 대통령이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독려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요즘 대형 프로젝트가 몰린다. APEC 기간엔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에서 1730억 루블(6조9000억원) 규모의 보스토츠니 석유·화학 공장 착공식이 있었다. 브네슈네이코놈 은행은 300억 루블(1조2000억원)을 들여 블라디보스토크-나홋카 4차선 도로를 건설하기로 연해주와 합의했다. 주 정부는 또 일본의 도쿄미쓰비시 유프젠 은행, 러시아 폰드 등과도 투자협약을 맺었다. 조선 분야엔 중국·홍콩·한국 등의 자본이 유치됐다. 또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은 ‘자유 취항 지역(Open Sky)’으로 지정돼 ‘관광객 1000만 시대’를 준비한다.



 이런 대대적 투자보다 더 덩치가 큰 정부 투자도 기다린다. 푸틴 대통령은 “논의 중이니 말을 아끼자”고 했다. 러시아 최대 유력지 로시스카야가제타는 “2015년까지 3조 루블(120조원), 2025년까지 9조 루블(360조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POSRI 공동기획



특별취재팀=안성규 CIS순회특파원,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심상형 POSRI 수석연구원, 김형수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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