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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구멍 뚫린 검·경 공조 시스템

중앙일보 2012.09.13 01:06 종합 19면 지면보기
검찰과 경찰 사이에서 범죄자 DNA와 전자발찌 착용자 정보 등 강력범 검거에 중요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성폭행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경 간 엇박자 수사가 신속한 사건 해결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발찌 착용자 동선 파악해달라” 의뢰 뒤 정보 받기까지 빨라야 나흘

 12일 법무부에 따르면 2008년 9월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제 도입 이후 누적 착용자가 2100여 명에 달하지만 지난 4년간 경찰이 전자발찌 착용자의 행적 조회를 요청해 실제로 추적한 건수는 13건에 불과했다. 전자발찌 착용자의 행적 조회는 경찰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보호관찰소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경찰은 영장 신청에 앞서 보호관찰소에 공문을 보내 사건 발생지역에 전자발찌 착용자가 있었는지를 확인한다.





 그러나 실제론 경찰이 보호관찰소에 확인을 요청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 발부에만 4~5일이 걸리고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될 경우에만 영장이 발부되기 때문에 조회 요청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중곡동 주부 성폭행·살해사건의 범인 서진환(42)은 지난달 7일에도 중랑구 면목동에서 또 다른 주부를 성폭행했다.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였다. 하지만 경찰은 행적 조회를 지난달 21일에야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문 하나만 보내도 되는데 경찰이 늑장대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범죄자 DNA 정보 역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찰청이 따로 관리한다. 경찰은 서진환의 DNA 정보를 지난달 7일 1차 성폭행 당시 확보해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다. 사건현장에서 채취한 DNA를 보관하는 국과수엔 서진환의 DNA 자료가 없었다. 반면 대검은 2010년 7월부터 수형자들로부터 DNA를 추출해 왔고 서진환의 DNA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국과수는 대검에 대조를 요청하지 않다가 11일에야 했다. “7일 사건이 발생한 즉시 대조 확인이 이뤄졌으면 20일 중곡동 살인사건은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검 관계자는 “국과수가 요청하면 DNA 정보를 교차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정상 작동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중부대 황문규(경찰행정학) 교수는 “DNA 관련 법을 제정하면서 검찰과 경찰 사이에 정보 관리 주체를 놓고 갈등을 벌였다”며 “대검과 국과수의 DNA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자발찌 착용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유를 놓고도 검경은 갈등을 빚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31개 경찰서에 전자발찌 착용 성범죄자 1000여 명의 신상정보를 공유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법적 근거 없이 제공받는 것은 인권 침해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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